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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가 김영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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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가 김영진에게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국내에 많은 평론가들이 있고, 평론가들마다 색깔과 개성이 다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쪽은 김영진의 글이다. 그의 문장은 장중한 맛이 있고 그래서 깊이가 있게 느껴진다. 그의 글은, 그의 두꺼운 음색처럼 꽤나 설득력이 있어서 읽는 맛이 남다르다. 로저 에버트에 대해서 그가 쓴 글처럼, 자신의 글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며, 결국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다. 김영진은 한국에서 꽤나 영향력이 있는 글쟁이다.

하지만 그의 글은 인파이터 형은 아니다. 파고들고, 못살게 굴고, 매운 맵을 구사하기 보다는, 마치 무하마드 알리처럼 성큼성큼 링 외곽을 돌다가 한방 펀치에 넉다운 시키는 쪽이다. 그의 글은 그래서 신랄하기 보다는 인간적이다. 그는 좋은 게 좋은 척, 에둘러 많은 영화를 옹호해주다가, 어느 순간 어깨에 팔을 두르고 미안한데, 그건 아니었어, 좀 잘해, 쾅!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 때는 부드러움의 이면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영진이, 영화진흥위원회가 새로 발간하는 'CINO' 4호에 쓴 글 <한국 상업영화는 어디로 가나 – 장르에 대한 도전없이, TV적 감수성으로 승부하기>도 같은 맥락에서 곱씹을 가치가 남다른 것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과속스캔들>과 <7급 공무원>, <차우>와 <국가대표> 그리고 <해운대> 등 올 한해 지금까지의 흥행작들을 아울러 거론하며 칭찬하는 척, '전통적인 기준에서 과연 영화적 퀄리티라고 부를 만한 것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인지 다소 의문스러운 영화들'이라고 혹평했다. 그가 인색함을 조금 덜어내고 그나마 대우를 해 준 작품은 <해운대>와 <국가대표>였는데 <해운대>는 상대적으로 가장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을 고수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가대표>는 영화 자체데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였다. 그나마 배급과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점을 차치하고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김영진이 걱정하는 것은, 이들 영화가 '별종들'이라는 점에서인 것 같다. 영화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모험적인 제작 시도를 통한, 장르 관습에 대한 도전이 두드러져야 하는데 앞서의 영화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르에 대한 도전이 돋보인 영화로 그는 <올드보이>나 <살인의 추억>같은 영화를 거론하고 있다.

김영진의 고민은 그 깊이만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국영화 미학의 미래에 대한 그의 걱정은 진정성이 있다. 맞다. 진화는 도전에서 온다. 한국영화가 요즘 천만 신화를 다시 만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들, 웬지 신이 나지 않는 건 2% 부족한 무엇, 그러니까 그 도전정신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진의 그같은 우려는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다소 한가한 '책상앞 비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쩌면 지금은 흑묘백묘의 방법론이 필요할 때일지도 모른다. 검은 고양이가 됐든, 흰 고양이가 됐든 득실거리는 쥐부터 때려잡는 게 먼저일 수 있다. 그게 실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험과 도전도 판이 깨지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한 시도가 있기까지는 그걸 시도라도 하게 만드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다소 별종이 됐다 한들 상업영화권이 살아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투자가 회복되고,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 근데 이건 너무 시장주의적 발상의 발언일까. 주변에 너무 '고픈' 사람을 많이 봐서일지도 모른다. 생계와 예술, 그 어느 것이 우선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영화를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벌어서 영화를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험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시스템과 제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할 때다.
(*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397~398 합본호에서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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