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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5% 임금 삭감'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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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5% 임금 삭감' 놓고 갈등

한국은행도 '5% 삭감'에 가세…정부, '예산 삭감' 압박까지

금융공기업의 임금 삭감을 위해 정부가 '예산 삭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정부는 5% 임금 삭감을 거부하면 "예산삭감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공기업에 이어 21일에는 한국은행까지 가세했다.

관련 노조들은 반발하고 있다. "설득력이 없다"는 것.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위기를 지나 우리 경제가 회복기에 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굳이 임금 삭감을 해야하는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는 굳건하다. 금융권의 노사관계가 들썩일 전망이다.

한국은행, 다른 금융공기업 따라 '5% 삭감' 요구

한국은행은 이날 기존 직원의 급여를 5% 삭감하고 연차휴가의 25%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요구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이런 한국은행 측의 요구안은 다른 금융공기업의 사측 요구안과 동일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다른 곳도 모두 수치마저 똑같은 '5% 삭감'을 놓고 노조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올해 초 금융 노사가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놓고, 서명 직전 일부 공기업 기관장들이 갑작스럽게 '임금 삭감'을 요구하면서 파투를 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금융 노사는 노조 측의 임금 동결 등 고통분담으로 만들어진 돈으로 신규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에 합의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은행연합회는 '임금 5% 반납과 대졸 초임의 무기한 삭감' 등을 내놓았지만 금융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8월 산별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이후 은행연합회는 교섭권을 개별 기관에게 넘겼다. 기다렸다는 듯이 각 기관들은 임금 삭감 요구를 들고 노조를 압박했다.

금융노조 소속은 아니지만 한국은행마저 뒤늦게 이런 흐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잇단 금융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예산삭감, 경영평가 동원할 수도 있다"

이런 금융공기업들의 움직임에는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각 기관장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지난 3~4월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수출보험공사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근거의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공기업의 기존 직원 임금 삭감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예산삭감, 경영평가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산을 깎거나, 혹은 경영평가를 나쁘게 해 상여금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 금융노조는 "노조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 삭감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집단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

금융노조 "집단 대응으로 막겠다"…한국은행노조 "자율 결정이 원칙"

그러나 금융노조는 "노조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 삭감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집단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25일 다시 교섭을 열자고 각 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또 금융노조는 지난 7일부터 닷새 동안 은행연합회와 개별지부 본점에서 농성을 벌인 데 이어 2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비록 복수노조·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와 묶여 있긴 하지만, 다음달 8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지침에 따라 '총파업 결의'도 예고하고 있다.

비록 앞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임금 반납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금융노조는 "교섭권을 위임한 바 없으므로 무효"라는 주장이지만, 반납과 삭감은 또 다르다는 분위기다. 반납은 위기 대응 차원의 일시적인 것이지만 삭감은 한 번 이뤄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그 특성상 깎이면 예산 등의 문제로 다시 올릴 수가 없는데다가 현재 정부가 삭감을 밀어붙이는 명분이 없어 조합원들을 설득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노동조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노조는 "임금과 근로조건은 노사가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대원칙"이라며 "이번 임금 삭감안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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