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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연장은 친미사대 외교의 결정판"

서울대생들의 파병연장 반대 단식농성 18일째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단식농성이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단식 중인 이들 학생은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돼 단식 중단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단식투쟁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농성천막들 한 모퉁이에 '파병연장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단 천막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일 세워진 이 천막에서 원래는 서울대 학생 7명이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4명은 건강이 너무 악화돼 23일 단식을 중단했고, 대신 1명이 추가로 합류해 24일에는 4명이 단식 중이었다.

***단식농성 학생들, 사회의 냉담한 반응에 안타까움 토로**

24일 오전 기자가 만나본 단식농성단 학생들은 무엇보다 파병연장 반대 열기가 가라앉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단식을 통해 파병연장 반대 투쟁에 불을 지피려고 했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우리 사회의 반응은 냉담하기 때문이다.

김태현(사회학과, 4년) 씨는 "파병연장을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단식을 시작했지만, 2003년과 달리 파병반대 목소리가 대중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파병 반대 투쟁이 3년째 이어지면서 많이들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처럼 지난 3년 간 파병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다. 수 차례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온 현 정권은 지난해 8월 온 국민이 잠든 새벽에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보내 사회 일각으로부터 '도둑파병'을 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당시 파병 반대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특히 지난해 6월 김선일 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참수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파병 반대 운동은 일부 운동진영을 넘어 전국민적으로 확산됐다. 연일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파병 반대를 위한 각종 토론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파병 반대와 관련된 성명서만도 수십 건에 달했다.

하지만 파병 논란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이라크 파병 문제는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파병됐는데 이제 와서 어쩌겠냐", "우리 병사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 돼버린 것이다.

"2003년에는 서울대에서 파병 반대를 위한 총투표와 동맹휴업이 진행됐다"며 "학생운동 위기론이 대두되던 시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대 학생들의 파병반대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고 말하는 김태경(영문과, 4년) 씨의 말 속에는 '달라진 세상'에 대한 아쉬움이 잔뜩 들어 있었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만 이들의 단식농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꼭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한 예로 이들의 단식을 처음 보도한 〈프레시안〉의 지난 13일자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너무 낭만적이다",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너무 극단적이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단식단은 이런 주장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태현 씨는 "지금까지 배워온 상식 중 하나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였다"며 "파병 자체의 부당성을 알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병 반대운동이 3년째 이어 오면서 많이 지지부진해지고 동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단식이 가장 효과적인 파병 반대운동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파병연장 반대를 위해 '단식'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이 적절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김 씨의 주장은 소박하면서도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더욱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어쩌겠냐'며 슬쩍 눈감아 버리는 것이 통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임을 이미 알아버린 기성세대에게는 학생들의 단식농성이 반성의 계기가 될 법도 하다.

***"파병은 친미사대 외교의 결정판"**

그러나 단식농성단의 기대와 달리 파병연장안은 다음주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단식농성단 학생들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태현 씨는 "단식은 국회만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파병연장안을 결국 처리되겠지만, 우리의 단식과 주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친미사대 외교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자주, 개혁, 진보 등을 말했던 노무현 정권도 이제는 친미사대 외교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파병은 국민을 배반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손잡는 친미사대 외교의 결정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단식에 참여한 학생들은 국회에서 파병연장안이 처리될 경우 단식농성은 중단할 수밖에 없더라도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낼 계획이다. 먼저 파병연장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에게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고, 그 뒤에 학교로 돌아가서도 파병의 부당성은 물론 현 정권의 친미사대적 외교에 대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문식(기계항공, 3년) 단식농성단 단장은 "파병이 부당하며 친미사대 외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이 투쟁대열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이제는 친미사대 외교 6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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