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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꿈'이 계시한 손학규의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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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꿈'이 계시한 손학규의 불출마 선언

[김종배의 it] 민주당의 위기가 손학규의 기회

민주당의 한 의원이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수원장안 재선거 불출마 선언을 접하곤 "그가 진짜 '용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맞다. 손학규 전 대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수원장안 출마를 설득하러 찾아간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수차례 국회의원도 하고 대표까지 한 사람이…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보인 바 있다. 정계를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국회의원 하고 당 대표까지 한 그가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대통령이다.

어떤 것일까?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용꿈'을 예지몽으로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면 시나리오를 어떻게 짜고 있는 걸까? 불출마 선언을 어떻게 대권으로 가는 레드카펫으로 만들겠다는 걸까? 힌트가 있다. 두 개다.

손학규 전 대표가 송영길 최고위원을 만나 얘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서민행보 노선 등에 대해 민주당이 너무 안이하고 관성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가지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며 "손학규가 나가 이겨서 민주당을 살린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프레시안

종합하면 이렇다. 손학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상태를 중증의 위기로 본다. 수원장안과 같은 소규모 전투에서 이긴다고 훌훌 털고 일어날 정도로 가벼운 위기가 아니라, '앰플주사' 또는 '보약'으로 당장 기력을 회복할 정도의 경증이 아니라, '체력단련'과 '자기단련'을 해야 할 정도의 중증으로 본다.

손학규 전 대표의 이런 진단을 정국상황에 대입하면 그림이 나온다.

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친서민 노선에 맥없이 당하는 처지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낙승은 가능하지 않다.

민주당에겐 불운이지만 손학규 전 대표에겐 행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낙승하지 못하면 손학규 전 대표에게 판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교롭게도 겹친다.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현 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이 겹친다. 수도권 386 의원을 중핵으로 한다는 점에서 겹친다.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가 이른바 '진짜 중도실용' 깃발을 높이 들고 민주당으로 입성하려면 핵심 지지기반의 동요가 선행돼야 한다. 핵심 지지기반이 정세균 대표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른 대안을 찾는 때를 맞춰야 한다. 그게 바로 위기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판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은 김근태 전 의원을 안산상록을에 전략공천 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더불어 수도권에서 재선거의 규모와 의미를 키우려던 민주당의 전략 또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칫하다간 '앰플주사' '보약'까지 얻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이런 우려상황이 현실화 되면 키울 수 있다.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정반대의 상황, 즉 손학규 전 대표가 말한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는 손해를 입지 않는다.

10월 재선거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선거운동 지원은 할 것이다. 그럼 얻는다. 후배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헌신적인 이미지를 획득한다. 이렇게 헌신적인 이미지를 획득하면서 '나홀로 출마'를 강행한 정동영 의원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병사'가 '장수'가 되면 파워도 충전한다. '병사'를 내보내고도 상대를 제압하는 자신의 무공을 뽐낼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로선 전혀 밑질 게 없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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