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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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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의 귀환

[신기주 칼럼] <롤러코스터>는 예능PD의 저력을 보여준다. 스타와 개그에만 의존해온 세간 웃음보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여자가 화났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일이다. 까닭을 알면 짜증난다. 손을 안 잡아줬다느니, 지나가는 다른 여자를 쳐다봤다느니, 너무 야한 옷을 입히려고 했다느니 핑계 많은 무덤들 투성이다. 남자와 쇼핑을 다니는 건 피곤하다. 방법이 하나 있다. 백화점에 들어가자마자 싸구려 티셔츠를 하나 사주면 된다. 빌미다. 몇 바퀴째 돌다가 남자가 그만 가자고 짜증을 내면 톡 쏘아준다. "네 것만 사고 그냥 가자는 거야?"

케이블 채널 tvN의 <롤러코스터>는 시시콜콜한 방송이다. 소재는 남자와 여자다. 호모 사피엔스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소재다. 주제는 연애다. 포유류라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연애는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했던 인류의 영원한 난제다. <롤러코스터>는 그런 사소한 궁금증들에 매달린다. 정성스레 고민해서 재치 있게 재현한다.

처음엔 얼마나 가겠냐 싶었다. 매주 새로운 걸 풀어내기엔 남자와 여자 얘기는 빤해보였다. 뜻밖이었다. <롤러코스터>는 롤러코스터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의 속도감을 더했다. 불가사의했다. <롤러코스터>는 방송 맨 마지막에 제작진을 소개하면서 꽤 거창한 이야기를 한다. 스타MC가 중심이 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맞서 케이블TV 오락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한다. 시시콜콜한 방송 치고는 묵직한 선언이다.

▲ 케이블TV인 tvN의 예능 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남자 셋 여자 셋>을 만들었던 김성덕 PD의 귀환작이다. 오랫동안 스타들이 움직이던 예능 프로그램계에서 <롤러코스터>는 예능PD의 저력을 새삼 증명해 보인다. (사진제공_ tvN)

그럴 만했다. <롤러코스터>의 제작진 가운데 고참인 김성덕 PD는 13년 전 <남자 셋 여자 셋>을 만들었던 예능의 국선이다. 한동안 그는 예능 대신 영화에서 놀았다. 데뷔작 <보스 상륙 작전>은 예능형 영화였다.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장면장면 치고 빠지면서 웃겨주고 골려줬다. 흥행은 선방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시시콜콜한 영화엔 야박했다. <롤러코스터>는 어떤 면에선 전설의 귀환이다. <남자 셋 여자 셋>의 즐거움은 각자도 다르고 서로도 다른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하는 데서 나왔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남자 셋 여자 셋>의 형식은 후배 PD들한테 구전됐다. <롤러코스터>는 국선이 케이블TV란 환경에 맞춰서 자신의 장기를 변형한 결과물이다.

<롤러코스터>는 스타 대신 평범하지만 개성 있는 배우들을 선택했다. 대한민국의 예능은 유재석과 강호동의 양강 체제다. 케이블에서 스타 경쟁을 벌여 봤자 승산이 없다. 재핑이 몸에 밴 케이블 시청자들의 붙잡으려면 기승전결이 있는 시트콤 같은 형식으론 무리다. 촌철살인의 촬영과 편집과 자막이 무기다. 퀴즈와 순위 매기기가 수시로 등장한다. <롤러코스터>의 형식과 내용엔 십수 년 동안 예능 시청자들과 호흡해온 자만의 경륜이 배어 있다.

너무 오래 <무한도전>의 시대였다. 너무 길게 <개그콘서트>의 세상이었다. 너무 한참 <무릎팍 도사>의 시간이었다. 한땐 예능 PD가 웃음을 지배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웃음을 지배하는 건 한 줌의 스타다. 무대 위의 개그맨들이다. tvN의 <롤러코스터>는 예능 PD의 저력을 증명한다. 스타는 시청률을 올려주지만 예능 PD는 새로운 웃음을 발명한다. 국선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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