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에버랜드 전무 발령…삼성 승계 경쟁 신호탄?

이재용-이부진 승계 경쟁 가속화 관측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를 겸하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는 삼성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따라서 향후 삼성 경영권 승계 구도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15일 이부진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로 발령난 사실에 대해 "이 전무는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면서 첨단 서비스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익혀 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에버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지배구조 핵심에 깊이 발 담근 이부진

이번 인사 발령이 나기 전부터 삼성에버랜드에서 이부진 전무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는 자주 나왔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본사에 이 전무의 사무실이 마련됐고, 올해 초 인사에서 이 전무의 측근들이 삼성에버랜드 고위 임원으로 발령났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이런 목소리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특수한 위상 때문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비록 한국 최고의 부자지만, 거대 그룹인 삼성을 장악하기에는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동원한 편법이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그리고 이런 구조에서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지주회사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만 장악하면, 삼성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1대 주주다. 그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있다. 이재용 전무의 여동생인 이부진 전무는 8.37%를 갖고 있으며 개인 주주로는 2대 주주다. 지난 1996년 이재용, 이부진 등에게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불거진 게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논란이다. 10년 가까이 법적 논란을 일으켰던 이 사건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판결로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걸림돌은 치워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용-이부진, 삼성 경영권 승계 경쟁 본격화?

그렇다면, 이건희 전 회장의 자식들이 각각 어떻게 물려받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전무 사이의 경쟁이 거세지리라는 전망이 나오곤 했다. 지금까지는 삼성 주요 계열사를 이재용 전무가 물려받는 게 당연하게 여겨져왔지만, 이부진 전무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이다.

한 전직 삼성 고위 임원은 "이부진 전무의 야심이 만만치 않다. 오래 전부터 오빠(이재용 전무)에 대해 경쟁심을 품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부진 전무는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며 삼성 경영권 승계 경쟁에서 이부진 전무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의 삼남인 이건희 전 회장 역시 장남인 이맹희 씨를 밀어내고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점 역시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부진 전무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1남2녀(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가운데 장녀로 대원외국어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과 상무를 거쳐 지난 1월 전무로 승진했다. 당시, 이건희 전 회장의 나머지 자녀들은 모두 자리를 유지한 가운데 이부진 전무만 승진했다는 점이 화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