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공기업 인턴채용 정책으로 공기업에 들어간 청년들에게 '우울한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청년실업의 일시감축을 위한 정부의 미봉책 덕분에 그나마 다니던 인턴직마저도 다가오는 추석을 전후해서는 그만두고 다시 '백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조짐이 일면서 민간 대기업들이 인턴사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도 정작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서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14일 지식경제부 산하 주요 공기업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용된 인턴들은 대부분 정규직 전환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추석을 전후해 다시 20대 실업자 대열에 합류해야 할 형편이다.
올해 4월 채용된 한국전력 인턴들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 6개월의 인턴 기한이 끝나게 된다.
원래 525명에서 취직, 퇴사 등으로 현재는 439명으로 줄었지만, 한전은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어 이들은 전원 회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다.
한전은 정규직 공채 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그나마 도전 기회가 주어질지도 불확실하다.
390명의 인턴을 채용했던 한국수력원자력도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정규인력을 200명 뽑았지만, 인턴들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은 탓에 이들 가운데 인턴 출신은 10명에 불과하다.
가스공사 인턴 113명은 추석은 그럭저럭 넘길 수 있지만, 근무기한이 연말이라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기다리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없고 인턴 출신이 지원하면 서류전형은 면제된다"고 밝혔다.
80명의 인턴을 선발한 지역난방공사나 40명을 뽑은 전기안전공사도 인턴의 정규직 전환계획은 없다.
그나마 두 회사는 정규직 공채 시 이들에게 가점을 준다는 방침은 있지만 얼마나 줄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코트라의 경우 사실상 공채로 선발한 신입인턴 25명이 퇴사한 1명을 빼고는 전원 내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행정인턴'이란 이름으로 뽑힌 75명은 최대 11개월만 근무하고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나마 코트라는 근무 평점이 좋은 인턴들에게 공채 시 면접에서 가산점을 주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사장 명의 추천서를 써주는 등 근무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다른 공기업들 역시 인턴 출신에게 가점을 주거나 일부 정규직 전환이 있지만, 실제 정규직 채용까지는 '바늘구멍'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상,하반기에 걸쳐 뽑은 28명의 인턴 가운데 2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식 채용될 인력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55명의 인턴을 뽑은 수출보험공사도 인턴의 정규직 전환은 없고 대신 15명 정도를 뽑는 공채에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공기업들이 이처럼 인턴들의 정규직화에 인색한 것은 LG그룹이 올해 선발된 인턴 676명의 84%를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애초에 인턴을 채용한 것이 회사의 필요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상당기간 조직문화와 업무에 적응해온 인력을 무작정 내보내고 별도 시험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과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인턴 채용이 갑작스럽게 추진됐기 때문에, 몇몇 곳을 뺀 대부분 공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턴을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기업들로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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