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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버블세븐의 화려한 귀환, 그 '불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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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버블세븐의 화려한 귀환, 그 '불안함'

[한국호는 왜 침몰하지 않았나②] 자산시장 성장, 새 거품인가?

지난 3일 오전 한국거래소 브리핑룸.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과감한 예측을 내놨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1700선을 넘어서고, 내년 상반기에는 2000선을 다시 뚫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실적은 호전되는데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금융위기 후 한국의 자산시장 회복 속도는 유별나게 빠르다. 오히려 과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 입장 변화도 이런 우려를 담아낸다. 취임 후 내내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하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들어서는 출구전략 논의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살아난 자산시장의 오늘을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경고음이 적지 않다. 회복의 원동력이 바로 1년 전 세상을 바꾼 원인이었던 '거품'이라는 이유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최근 회복세는 새 거품 우려를 덩달아 키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근 1년여 만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1600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바로 1년 전만 해도 속절없이 무너져가던 증시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던 증권가는 다시 큰 목소리로 '상승'을 거론한다. ⓒ뉴시스

한국은 'V자' 회복 중?

주식 시장만 보면 위기는 끝난 듯 보인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9월 12일 1477.92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일 현재 1623.06으로 올라갔다.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 때 900선 밑으로 밀려났던 지난해 10월27일(종가 946.45, 장중 892.16 기록)과 비교할 경우 상승률은 56.2%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이후 고객예탁금 증감 추이(단위 : 백만원). ⓒ프레시안
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이자 떠났던 투자자금도 되돌아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8조 원대까지 떨어졌던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 16일 두 배 늘어나 16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9일에도 예탁금은 13조 원 선을 지켰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기업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주식과 함께 대표적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지표도 되살아났다. 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 지수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올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지역 매매가는 지난 한주 동안만 0.35% 올랐다.

다만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2.42% 오르는 동안 지방은 0.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지방 광역시는 오히려 0.63% 하락했다.

대구도시공사가 분양한 죽곡청아람 아파트는 지난 7월 청약 결과 전체 214가구 중 달랑 4명만 신청하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인근 지역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전혀 없었던 데다 분양가도 2년 전 가격(3.3㎡당 600만 원 초반)으로 맞췄으나 수요가 몰리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는 "지방은 수도권과 전혀 다르다. 여전히 꽁꽁 얼어있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최근 자산시장의 급격한 회복세는 특정 계층·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 말하는 회복은 고위험 선호자 일부와 대출 부담이 적은 자산가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주식시장 안에서도 차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반성 없는 회복, 원동력은 새 거품

자산시장이 이렇게 힘차게 회복하는 동안 바로 1년 전 위기에 대한 반성은 슬며시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새로운 거품이 초토화됐던 실물 경제 위에 생겨나는 모양새다.

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은 개인투자자들의 추격매수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의 순매수가 본격화하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행보도 확연해졌다. 8월 3일~9월 9일 사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를 2조8609억 원 순매수했다.

▲신용거래잔고 증가추이(단위 : 백만원). ⓒ프레시안
문제는 이들이 빚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31일 1조860억 원까지 떨어졌던 신용거래융자잔고(신용잔고, 주식투자 목적으로 증권사에 빌린 돈)는 지난 3일 4조5000억 원 선을 넘어섰다. 신용잔고가 4조5000억 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12월 24일(4조5129억 원)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돈 상당액이 고위험주인 테마주로 쏠렸다. 신용잔고가 올해 들어 처음 4조 원을 넘어선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많은 신용잔고액이 유입된 종목은 신종플루 테마주인 녹십자다.

공모주 청약 열기는 주식시장이 최대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7년을 연상케 한다. 지난 5월 하이닉스반도체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는 사상 최대인 26조 원의 자금이 몰렸다. 시가총액(9월 첫째 주 기준 약 12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위기 전파의 주범인 파생금융상품 투자 열기도 다시 고개를 치켜드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가 환파생상품인 외환(FX) 마진거래다. 일정액의 증거금을 두고 환율변동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레버리지가 50배에 달하는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선물거래다. 지난 한 해 거래규모가 418조 원이었으나 올해 5월말까지만 361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황이다.

투자자의 99%가 개인투자자다. 거래건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선물회사들은 앞 다퉈 투자대회 등을 열어 투자자 유치전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외환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주부·학생들까지 이 상품에 손을 대고 있다.

사기까지 횡행한다. 8일 부산지검은 기준 이상의 레버리지(최대 400배) 투자를 유도한 불법 FX마진거래 중개업자 허 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1년 간 허 씨가 거래한 금액은 9조5000억 원대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FX마진거래 투자자들의 90%는 손실을 입었다.

▲주요 아파트 거래가 변화(자료 : 국토해양부, 단위 : 만원). 인용한 거래가는 분기별 최고가 기준임. ⓒ프레시안
주택시장 투기열풍 역시 새 거품이라는 지적이 많다. 버블세븐 지역의 재건축단지 혹은 예정단지가 중심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6억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강남 개포 주공1단지 51㎡는 올해 3분기 들어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 말보다 비싸다.

이처럼 집값이 뛰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올 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는 3.3㎡당 10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상반기 동안 2.7% 올랐다. 전세대란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거품 꺼뜨려라"

최근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가 '알아서' 오르는 배경에는 이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는 거품에 대한 우려가 일정 부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9일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29%.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금리차)가 2.29%포인트에 달한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스프레드는 1%포인트를 넘지 않는다. 거품이 심각해짐에 따라 한은이 결국 기준금리를 1%포인트 가량은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졌다는 얘기다.

거품 몰락을 경고하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주식시장에서부터 서서히 커지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27일 직접 보고서를 내 "중국 설비가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수출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원자재 투기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강세장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증시 상승론에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이 증시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도 보고서에서 "현재 경기 회복은 유례없는 재정지출 확대와 유동성 때문인데 두 요인이 경기를 추동하는 힘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 지출에 따른 유동성 랠리는 조만간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으로만 눈을 한정한다면, 지난 1년은 '아파트 불패' 신화를 지키기 위한 사투였다. 누군가에게는. ⓒ뉴시스

부동산 시장 역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경고가 많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인위적 대책이 끝난 후 시장과 괴리된 부동산 가격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도 "여전히 한국 경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일단은 금리를 속히 끌어올리고 부동산 세제(양도세·보유세)까지 강화시켜야 한다"며 "위기로 무너졌던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난 1년 한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줘 경제를 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지금 회복 조짐은 정부가 돈을 풀어놓은 데 따른 '착각'에 불과하다. 돈 놓고 돈 먹기로 경제가 회복될 수는 없다"며 "후유증이 따르더라도 시장을 정상화시켜 거품을 빼고 안정화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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