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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패밀리가 떴다>가 위험하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산업안전 의식 없는 방송, 산재 키워"

한 여름, 에어컨이 고장 나고 창문도 안 열리는 자동차를 타고 장시간 여행을 가는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등 <1박2일> 여섯 명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혹사'시킴으로써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실내온도에 출연진이 땀을 흘리며 녹초가 되어가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입 안에 작은 못을 넣고 작업을 하는 모습(SBS, <생활의 달인> 6월 16일)이나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도금 작업현장에서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일하는 모습(KBS, <체험 삶의 현장> 6월 14일) 등 현행법 위반의 작업장이 버젓이 공중파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왼쪽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도금 작업현장에서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일하는 모습(KBS, <체험 삶의 현장> 6월 14일), 오른 쪽은 입 안에 작은 못을 넣고 작업을 하는 모습(SBS, <생활의 달인> 6월 16일)ⓒ프레시안

이처럼 산업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비춰지는 방송에 대해 노동계가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한해 산업재해로 총 9만5806명이 다쳐 OECD 국가 가운데 산업재해 발생율 1위를 기록한 오명을 벗자는 취지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는 8일 KBS와 EBS, SBS의 8개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각 방송사에 시정 조치 등 7개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밥 먹고 어떻게 바로 뛰어?" 위험천만의 예능 프로그램

▲ 지난 6월 28일에 방송된 한국방송(KBS)의 <1박2일>. 뜨거운 육개장과 커피 등을 빠른 시간 안에 먹고 돌아와야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기상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진의 모습. ⓒ프레시안
지난 6월 28일에 방송된 KBS의 <1박2일>. 뜨거운 육개장과 커피 등을 빠른 시간 안에 먹고 돌아와야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기상 미션을 수행하던 MC몽이 이렇게 외쳤다.

"밥 먹고 어떻게 바로 뛰어?"

아침밥을 먹기 위한 일종의 게임이었지만 지난 2004년 일어났던 사고를 생각한다면 마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당시 성우 장정진 씨가 같은 방송국의 <KBS 일요일은 101%>라는 프로그램 녹화 도중 떡을 급하게 먹다 기도가 막혀 뇌사상태에 빠졌고 결국 한달 만에 사망한 바 있다. 업무상 재해, 즉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여전히 이런 위험천만한 방송은 계속되고 있다. 역시 일요일 저녁 시간에 방송되는 SBS의 <패밀리가 떴다>는 스태프들의 산업재해 위험이 고스란히 화면에 비춰졌다. 지난 6월 7일과 14일 방송분에서 출연진을 제외한 촬영 스태프 전원이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배 위에서 촬영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연구소는 "이는 수상에서의 작업을 할 때는 구명을 위한 배와 구명장구를 비치해야 한다는 산업안전 기준에 관한 규칙 제450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의 <패밀리가 떴다>는 지난 6월 7일과 14일 방송분에서 출연진을 제외한 촬영 스태프 전원이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배 위에서 촬영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프레시안

"전문가 되려면 산재는 감수하라? 방송의 사회적 책임 지켜야"

<생활의 달인>(SBS)이나 <체험 삶의 현장>(KBS), <극한직업>(EBS)은 더 심각하다.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목장갑 하나만 끼고 일을 하다 손가락을 잘린 노동자가 역시 똑같은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나 섭씨 60도가 넘는 고열 작업장에서 열경련이나 열탄진 등의 건강장해에 대한 적절한 대처 없이 일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탄다.

연구소의 조기홍 국장은 "이런 방송은 '전문가가 되려면 저런 위험이나 산업재해는 감수해야 하는구나'라는 안이한 인식을 퍼뜨려 산업재해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특히 EBS의 <극한직업>은 특정 장면을 꼬집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그램 처음부터 끝까지 산업안전법 위반 사업장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거대한 구조물, 척박한 자연환경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역경에 굴하지 않고 난관을 해결하는 모습을 전달한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삶을 왜곡하는 것으로 잘못된 직업정신의 가치를 일반 국민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홍 국장은 "우리나라처럼 산업재해 규모가 큰 나라에서 국민의 생명 및 건강보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연구소는 이 같은 모니터링 결과와 함께 △시청자위원회에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 △제작자 및 출연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할 것 △출연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구를 지급할 것 △위험한 상황에 대한 무리한 연출이나 안전보건에 대한 희화화를 자제할 것 등의 7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안전보건 분야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안전보건평가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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