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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대한민국 재정은 고달프다

[오건호 칼럼] 2013년 재정균형, 믿기 힘든 장미빛 전망

지난 3일 기획재정부가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최근 국가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잠정안에 쏠리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잠정안의 핵심은 앞으로 재정수지 균형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평균 재정수입을 5~6% 늘리고 재정지출은 수입에 비해 1%포인트 낮은 4~5% 증가율로 관리해 2013년에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과연 2013년 재정균형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 국가재정은 어떠한 일을 겪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747공약처럼 2013년 재정균형 역시 빈 공약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가재정의 공공적 역할은 버려질 것이다.

거짓 747공약, 부자 감세 위한 허위 경제성장율

▲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정책을 위해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부풀렸다. 최근 대통령 경제특보로 임명된 그는 여전히 감세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정부가 종종 발표하는 거시경제 수치에 대해 신뢰성 논란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과 2008년 감세 과정에서 거시경제 수치를 임의로 사용하는 전력을 보여주었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연평균 7% 경제성장율을 주창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등 모든 전문기관들이 잠재성장율을 5% 이내로 분석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실성이 없는 목표 수치로 유권자들을 현혹한 것이었다.

집권 이후에도 이러한 일은 계속되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세율을 낮추어도 경제성장이 달성되면 세수가 확보된다며 감세를 주장했다. 문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경제성장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감추고 감세안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9년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2%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서도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는 4% 성장률을 제시하며 감세안 통과를 요구했다.

세입 감소는 현금으로, 증가는 어음으로

이번에 발표한 2013년 재정수지 균형은 가능한 일일까? 올해 관리대상 국가재정 수지적자가 51조 원(GDP -5.0%)에 달할 예정이다. 내년 재정적자도 올해와 비슷하게 거의 50조 원에 육박할 것이다. 2009~2013년 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간 중 처음 2년이 각각 50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내년 전망을 살펴보자. 우선 세입은 늘어나는 부분이 있으나 추가 감세 적용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바람대로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4%로 높아질 경우 국세수입의 증가분은 약 12조 원에 이를 것이다(2009년 국세수입 약 160조 원 X 명목성장율 7% X 국세의 세입탄력성 1.05 = 약 12조 원).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에 의해 내년에 추가로 확보되는 순수 세입확대분 2.5조 원을 포함하면 약 14.5조 원의 세입 증가분이 생긴다(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세입 5.2조 원은 실제 세입증가로 보기 어려워 제외함).(관련기사 : 정부 "10.5조 세수 증가"?…5.2조는 '허수')

하지만 2008년에 단행된 부자감세에 따라 내년부터 추가로 이루어지는 감세분이 13.3조 원에 달한다. 사실상 내년 세입증가분을 거의 상쇄해버리는 규모이다.

한편 정부가 지난 7월에 공개한 내년 정부총지출 부처요구안은 298.5조 원으로 올해보다 3.3조 원 작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수입에서 약 1조 원이 늘고, 지출에서 약 3조 원이 감소하여 재정적자가 올해 51조 원에 비해 약 4조 원 줄 뿐이다. 여전히 50조 원 수준의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2013년에 재정균형을 달성하려면 2011~2013년 3년 기간에 연 50조 원에 이르는 적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세입 방안은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원론 밖에 없다. 747공약과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감세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다시 신용등급 낮은 경제성장율 '어음'에 국가재정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민생지출 통제로 재정균형 이루겠다? 새는 곳이 더 많아

이명박 정부가 2013년 재정균형을 위해 단행할 카드는 재정지출 통제일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민생지출을 대폭 줄일 개연성이 높다. 아직까지 내년 정부 부처요구안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으나, 복지, 노동, 교육, 주거 등 민생분야 지출 삭감 사례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민생지출을 통제하면 2013년 재정균형은 달성될 수 있을까? 민생예산 삭감도 문제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관리가 지나치게 안이해 새는 곳이 많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 용돈 관리도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2010~2012년 3년간 총 22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년에 8조 6000억 원을 배정했다. 올해 1조 9000억 원에 비하면 무려 6조 5000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강력한 지출 통제를 추진하면서도 자신의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고집한다.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제도 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재정지출을 검증하는 핵심제도인 예비타당성조사조차 무력화시켰다. 현재 4대강사업 대부분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해 가고 있고, 향후 50조 원에 이르는 녹색뉴딜사업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갈 것이다. 이는 국가재정 지출관리에 심각한 구멍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것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온 최소운영수입보장제는 없애되, 민간사업자에게 국채이자율에 더해 부대사업 초과이익, 민자사업 해지 시 보상규모 확대, 세제혜택 확대 등 국가재정 부담을 늘리는 조치들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초기 정부 지출 몫을 줄여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사업자에게 '국채 수익률 + ∝'를 제공해야 하기에 정부 재정부담을 더 키우는 일이다. 인천공항철도 사건에서 확인되듯이, 정부와 민간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는 만큼 국가재정 손실도 커져 갈 것이다.

MB정부에서 국가재정은 고달프다

▲ 재정건전성은 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가 엉뚱한 방식으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것을 스스로 모순될 뿐 아니라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뉴시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IMF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곤 거의 재정균형을 유지해 왔다. IMF 금융위기 당시 재정적자도 세입 감소와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불가피하게 초래되었지만 경기 회복에 따라 곧 정상화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되는 재정수지 적자는 이전과 다르다. 세입 감소의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정책적 감세이고 그 효과도 항구적이다. 세출에선 정부가 비합리적인 재정지출을 강행하고 지출검증장치도 무력화시켜 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재정지출 증가율을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하면 재정수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 주장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우리나라 국가재정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은 지출 통제보다는 세입 확대에서 찾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회구성원들 간 증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과세형평성이 제고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재정지출에 대한 신뢰이다. 이명박 정부는 항구적 부자감세를 강행해 재정수입을 악화시키고, 비합리적 재정지출로 국가재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간 국민들의 조세 저항 분위기마저 고조될 수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조세부담율 하향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도 모를 일이다.

2013년 재정균형을 달성하겠다고? 실현가능성도 의문이지만 이 과정에서 '능력에 따라 적절히 거두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재정의 공공성은 버려질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국가재정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릴까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가재정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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