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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 발동으로 파업은 정리됐지만…

자율적 노사관계 저해하는 조정권 남발은 문제

노동부의 긴급조정권(긴조권) 발동으로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위원장 신만수)의 파업이 나흘만에 정리됐다. 사측은 12일 이번 파업으로 670여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긴조권을 남발해 노사 간 자율교섭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노동부는 11일 오전 10시 긴조권을 전격 발동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데다 자율교섭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긴조권을 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나흘간의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승객 12만9000여 명, 화물 9700톤이 발이 묶이는 피해를 입었으며, 추정 손실액은 670억 원에 이르렀다. 이런 손실액은 지난 7월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의 피해액 280여억 원(건교부 집계)보다 훨씬 큰 것이다.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등 주요 경제관련 부처가 서둘러 노동부에 긴조권 발동을 요청한 것도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이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도 정부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율교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차피 노동부가 긴조권 발동을 해야 한다면 경제적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조기에 긴조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경제관련 부처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 들어 2차례나 정부의 긴조권이 발동됨에 따라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우려하는 사람들은 긴조권이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긴조권 발동의 남발은 노사 간 자율교섭이라는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이번 조종사 노조 파업 사태에 대한 대한항공 사측의 협상태도를 보면 긴조권 남발에 대한 비판이 단지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종사 노조는 파업 돌입 뒤 열린 두 차례의 교섭에서 임금인상률과 관련해 두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특히 노조가 10일 제시한 3.5% 임금인상률(총액기준)은 당초 요구안인 6.5%에 비하면 사측의 주장인 2.5%(기본급 기준)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었다.

반면 사측은 "유가급등 등 경영환경의 악화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을 반복하면서 파업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파업이라는 파국을 맞은 뒤에 회사가 수정안을 내놓는 것은 노무관리의 실패를 말하는 것 아니냐”며 “더욱이 (대한항공) 일반노조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정안을 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차이는 인정하돼 차별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 노무관리의 원칙”이라며 “파업할 때마다 (회사가) 수정안을 내면 회사는 매년 노조에 끌려다니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업계와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사측이 경직된 입장을 취한 것은 다름 아닌 긴조권 발동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즉 사측은 애초부터 노사 간 자율교섭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국가경제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에 규정된 정부의 긴조권이 실제로는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우려는 정부 일각에서도 제기돼왔다. 재경부와 건교부가 노동부를 향해 긴조권 조기 발동을 주문했지만, 긴조권 발동 주체인 노동부가 "파업이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긴조권을 발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은 긴조권 남발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긴조권이 도입된 뒤 실제로 발동된 것은 역사상 단 세 차례뿐이었다는 점을 봐도 정부가 긴조권 발동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정부의 긴조권은 노조의 합법파업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긴조권이 두 번이나 발동됨에 따라 긴조권 발동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게 돼버렸다. 이에 따라 향후 항공사 등 주요 공익사업장에서는 파업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노동계 일각의 우려도 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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