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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점보기 타고 복귀한 강만수…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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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점보기 타고 복귀한 강만수…걱정된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문제는 바보같은 경제야!

일본에서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일본의 한 언론은 이것을 '역사가 움직였다'고 표현했다. 겉으로는 여러 정당들의 '다당 민주주의'였으나 실제로는 자민당의 '일당 민주주의'였던 일본의 이상한 의회 민주주의가 54년만에 처음으로 근본적인 개혁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이 기회가 '열린우리당'의 경우처럼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일당 민주주의'를 잘 개혁해서 정상적인 의회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인가? '역사가 움직였다'는 표현에 걸맞도록 일본에서 참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 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참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일본에서 역사가 움직인 날 한국에서는 청와대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는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역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거나, 움직였더라도 확실히 뒤로 움직였다. 또 다시 '강부자'의 힘을 확인한 인사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도 '중도'와 '서민'을 외치기에 혹시 '전환'이 이루어질까 하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을 넘어서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른바 '실세 4인방'의 면면을 보면, 윤진식(고려대), 박형준(고려대), 이동관(서울대), 강만수(서울대, 소망교회)이다. 투기와 외압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이동관 씨를 중용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윤진식 씨와 강만수 씨의 중용은 경제와 관련해서 더욱 더 중요해 보인다. 정말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두 사람의 중용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했던 윤진식 씨가 신설된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겸임하게 된 것이다. 고려대 출신인 윤진식 씨는 위도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기 위해 위도 주민들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거짓말을 했고, 심지어 부안군의 주민투표로 위도 방폐장 계획이 거부되더라도 위도 방폐장 계획을 강행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산업자원부 장관을 그만두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의 '투 톱'을 이루는 직을 맡게 된 것이다. 비서실장은 정무를 책임진다면, 정책실장은 정책을 책임진다고 한다. 어쩐지 믿음이 가지 않고 우려가 더욱 더 커진다. 위도 방폐장 계획처럼 '미디어 장악', '4대강 죽이기', '비정규직 연장', '학력경쟁 강화' 등의 망국적인 정책들을 더욱 더 강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프레시안
둘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특보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강만수 씨는 두 가지로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나는 터무니없는 고환율 정책으로 엄청난 경제 위기를 더욱 더 급속하고 강력하게 초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자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기 위해 서민의 가슴에 전봇대를 박았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 강만수 씨의 화려한 복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최근에 들어와서 열심히 추진한다는 '서민 행보'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먼 것이다. 한나라당은 '서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최고의 슬로건으로 정하고 당사는 물론이고 전철까지 그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만수 씨와 서민은 개와 원숭이보다도 더 나쁜 사이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이 나라는 더욱 더 '서민이 불행한 나라'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워낙에 경제에 관심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버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마치 밑빠진 독처럼 슬슬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집값과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사교육비는 그 단적인 예이다. 노동자도 자본가도, 중산층도 빈곤층도, 모두 집값과 사교육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맷돌을 목에 걸고 힘겹게 살아야 하는 것이 한국의 평균적인 일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당선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선되자마자 사실상 '경제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으며,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 주역인 강만수 씨가 화려한 복귀를 이루게 된 것이다. 역시 '소망교회'의 힘이 센 것인가?

잘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씨는 '소망교회'의 30년 교우 사이이다. 강만수 씨가 그 잘못에도 불구하고 경질되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망교회'의 힘을 지적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그들이 강행하는 경제 정책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소망교회'의 오랜 교우 사이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올바른 경제 정책을 펼친다면, 오랜 교우 사이라는 것은 허물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올바른 경제 정책이다. 벌써부터 강만수 씨의 화려한 복귀로 이른바 'MB노믹스'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문제의 근원이 아닌가? 그렇다면 강만수 씨의 화려한 복귀는 정말이지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너무나 큰 문제가 아닌가?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구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구호를 슬쩍 모방한 것 같다. 1992년 초 빌 클린턴의 수석 전략가였던 제임스 카빌은 빌 클린턴의 선거상황실 칠판에 세 가지 사항을 적어 놓았다. 그 첫번째가 저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이 구호의 힘은 놀라웠다. 당시 아버지 부시는 걸프전의 승리를 배경으로 91%의 놀라운 지지율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 구호는 부시에게 유리한 안보의 프레임을 여지없이 파괴하고 새로운 경제의 프레임을 확립했다. 사실 경제 전문가는 클린턴이 아니라 아버지 부시였다. 클린턴은 예일대 법대 출신이지만, 아버지 부시는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경제는 정치에서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1992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빌 클린턴처럼 경제를 정면에 내세워서 큰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강행하고 있는 경제는 과연 어떤 경제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747공약(公約)'은 대통령 선거 사상 최악의 공약(空約)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 고안자인 강만수 씨가 청와대의 실세로 화려하게 복귀했으니 더욱 더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747공약'은 무엇인가? '매년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진입'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747공약'은 이루지 못하고 747 점보기만 대통령 전용기로 4년에 걸쳐 무려 1157억원을 주고 임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전용기를 새로 장만하겠다고 했더니 그야말로 입에 거품을 물고 극구 반대했던 자들이 이제는 하겠다던 '747공약'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고 외치던 747 점보기를 장만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여기 어디에 서민이 있는가?

정말 서민의 관점에서 경제를 봐야 한다. 허황된 '747공약'같은 것에 귀가 솔깃해서 결국 747 점보기나 전용기로 장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강부자'에게 유리한 경제와 서민에게 유리한 경제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의 경제가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의 실상이다. '747공약'의 실상은 '강부자'를 위한 반서민 경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다시 잠시 1992년의 미국으로 돌아가 보자. 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을 때, 서민의 편에서 참된 개혁을 꿈꾸던 사람들은 '바보야, 문제는 바보같은 경제야'라고 외쳤다. 그렇다. 경제라고 다 같은 경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바보같은 경제와 똑똑한 경제가 있다. '강부자'를 위한 경제와 서민을 위한 경제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이 똑똑한 경제일까?

'747공약'은 무너졌다. 사실 그것이 실현된다고 해도 그 실상은 '강부자'를 위한 경제였다. '747공약'이 무너진 하늘에 747 점보기만 날게 되었다. 그 하늘의 어디에도 서민을 위한 경제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4대강 죽이기'를 위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생계비마저 감축하는 처절한 반서민 경제의 먹구름만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을 뿐이다. 끔찍한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한다면, 즉각 '반값 등록금'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고, 전국의 누구도 밥을 굶지 않을 것이며, 이 나라의 산업 질과 사회 질과 환경 질이 모두 정말 선진화될 것이다. 그러나 '강부자'는 언제나 더 많은 개발과 투기만을 원한다. 그래서 '4대강 죽이기'를 한사코 강행한다. 황당한 대못론을 펴며 경제를 망쳤던 강만수 씨의 화려한 복귀를 계기로 '강부자'는 더욱 더 맹위를 떨칠 것이다. 그들에게 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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