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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못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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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못 이긴다"

['괴짜사회학' 대담④] 우석훈 "프랑스처럼 '무장10대' 있다면 20대는…"

지난 28일 <프레시안>, 김영사, 예스24가 공동 주최한 <괴짜 사회학> 출간 기념 공개 대담이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우석훈 박사(연세대 강사)는 이 대담 내내 국가 권력의 폭력, 기성 문화를 공격하면서, 10~20대가 새로운 저항 주체가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석훈 박사의 대담을 강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우석훈 박사. ⓒ프레시안

"20대는 쫄았어요"

요즘 이른바 '이십대 개XX론'이니 하는 말들이 인터넷에 유행하죠. 이십대들이 보수화된다는 둥의 말들이요.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이십대들은 한마디로 말해 '쫄아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싫지만 겁이 난다는 거죠. 같은 식으로 삼성에도 쫄아 있죠.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을, 삼성그룹은 대기업을 상징하니까요.

이십대가 언제 그러면 대범해질까요? 전 더 맞아야 된다고 봐요. (웃음) 지금 십대, 이십대들이 많이 맞고만 있는데요, 아직은 버틸만 한 거예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맞고 무시당하면 결국 못 참아요. 지금 대통령이 대통령이니만큼 앞으로도 이들 젊은 세대를 계속 때릴 테니까, 결국 어떤 계기가 오고 말 겁니다. 앞으로 1~2년 내에 폭발적인 전기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전체 12권으로 계획한 한국경제 대안찾기 시리즈의 첫 책으로 <88만원 세대>를 낸 이유이기도 해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안은 가장 큰 문제가 바로 20대의 빈곤화라고 봤거든요.

"십대들이여, 무장하라!"

폭발하면 분출하게 되잖아요. 촛불 집회에서 보셨죠. 그런데 우리 촛불 집회 너무 평화롭습니다. 외국에는 우리처럼 평화로운 집회 없어요.

아마도 제가 오늘 참가자 중 가장 폭력주의자일거예요. 저는 짱돌같은 건 집회 참가자가 좀 던져도 된다 생각해요. 방화만 안하면 되죠. '이상한 소릴 다 한다' 싶으실지 모르겠는데요, 프랑스 사례 한번 보세요. 평화롭다는 말 다 '뻥'이에요.

걔네들 데모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먼저 앞에 대형 스피커 달아놓은 무대차가 지나가죠. 그 위에서 애들이 그냥 춤추고 놉니다. 주변에서는 대학생들이 손뼉치고 노래 부르면서 얌전히 지나가죠.

그런데 이건 1진이에요. 그 뒤로 누가 따라올 것 같아요? 십대 청소년, '중·고딩'들이 따라옵니다. 그냥 오지 않아요. 유리창이란 유리창 다 깨고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불지릅니다. 이게 3년 전 고용법 반대 시위 때 모습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십대가 불 질러버리면 뭐라 하기도 참 난감하잖아요. 걔네들이 그래요. 전 그래서 걔네 집회 보고 '한국은 '무장십대'가 없어서 지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앞으로는 집회하시는 분들이 전략적으로 십대를 무장시키는 건 어떤가 싶습니다. (웃음)

깡패국가의 오늘

ⓒ프레시안
최근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든 생각이 또 하나 있는데요, 한국이 '깡패국가'가 됐다는 겁니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시대를 열자고 하죠. 그런데 이 정도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를 통제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한국 GDP의 10~15% 정도는 지하경제로 보거든요. 경제적으로 아직 깡패국가라는 거죠.

이는 달리 보면 오랜 기간 정권을 잡은 한국의 우파들이 무능하면서도 치사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무능하다는 말은 경제 투명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이고, 치사하다는 표현은 좀 더 본질적입니다.

요즘 깡패가 카지노만 하지 않죠. 깡패 중 왕 깡패는 골프장을 낀 건설업자예요. 한 10년 전부터 조폭이 건설업체를 끼고 돈세탁을 본격적으로 했죠. 이렇게 깨끗해진 돈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 정치권에도 진출하고 지방 행정에도 진출하면서 자본과 결탁합니다. 계속 올라간다면, 깡패들의 모임은 곧 한나라당이 되죠. 이명박 대통령은 이 모임의 우두머리인 셈이고요. (웃음)

깡패국가라 말한 이유입니다. 권력의 집행기구인 경찰도 깡패의 앞잡이가 되고요. 깡패가 이처럼 많은 상황에서 경찰이 깡패의 범죄를 막아야 하는데, 딜레마는 경찰의 두목이 또 이명박 대통령이잖아요. 글쎄… 한 5년간 '죽었다' 생각하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을 보신 분 계신가요?

갈레아노 얘기를 왜 꺼냈냐면, 이 사람이 한 말 중 재미난 얘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갈레아노는 지구에 악인들이 넘쳐나는 이유로 베드로의 직무유기를 꼽습니다. 베드로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을 지옥으로 집어넣는 임무를 맡았는데, 사람이 너무 착한 바람에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하며 비는 자들을 차마 지옥에 넣지 못하고 지구로 되돌려 보내버렸다는 거죠. 한국 경찰이 지금 베드로의 꼴이 아닌가 싶어요. 약한 자나 못 살게 굴지 정작 악인을 지옥으로 넣지는 못하고 있죠.

노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

ⓒ프레시안
이 고통의 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반성해야죠.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 이명박 정부를 낳았다는 점을 반성하고 다른 욕망의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 혹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셨나요? 이 소설이 전복적인데요, 이전에 나온 어린이용 도서는 항상 '괜찮아요'라고만 말했는데, 이 책은 아이보고 '여러분이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예요'라고 말해요.

아이를 우리 국민으로 한번 봅시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한 근본 원인에는 돈을 좋아한 '우리'가 있어요. 우리가 잘못한 건 잘못한 겁니다. 그러니 앞서 말했듯 돈 말고도 재미있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죠. 우리보다 앞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연 나라들도 다른 재밋거리를 찾았어요. 뭘까요? 전 놀이라고 봐요.

스위스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일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이틀 놀기도 힘들죠.

21세기 경제가 정말 골치 아픈 게, 일하는 사람이 노는 사람을 절대 못 이겨요. 일주일에 이틀 노는 사람이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을 못 이겨요. 삽질만 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못 이겨요. 그런데 지금 우리 십대는 일주일에 이틀 놀기도 바쁘거든요. 우리 십대들은 유럽 십대들 절대 못 이길 겁니다. 프랑스의 대학진학률이 27%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프랑스 대학생한테 번번이 깨집니다.

실제 많은 이십대들이 좀 더 즐거운 삶을 꿈꿉니다. 지방에 가서 도시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살려고도 하죠. 그런데 이런 세상을 만들려면 젊은이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장을 마련해줘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아직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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