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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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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뷰포인트] 2009년 8월 넷째 주

상실의 슬픔과 외로움은 인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일곱 편의 신작 중 유일한 우리 영화 <나무 없는 산>과 이탈리아 영화 <조용한 혼돈>은 모두 이러한 상실과 외로움을 다루는 영화다. <나무 없는 산>은 엄마와 헤어진 채 삶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조용한 혼돈>은 엄마를 잃은 딸을 지켜주고자 딸이 수업을 받을 동안 학교 앞 벤치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의 얘기다. 두 영화 모두 요란하게 상실을 슬퍼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대신, 묵묵히 견디며 일상을 지내는 모습을 화면 안에 담는다.

<나무 없는 산>의 진과 빈 자매는 돼지 저금통을 빨리 채워야 어머니가 빨리 돌아온다며 동전을 잔돈으로 바꾸어 저금통을 채운다. 때때로 동생 빈에게 "꺼져!"라며 심통을 부리기는 하지만, 시골집에 가 있으라는 엄마의 편지에 "엄마가 우리를 버리는 거냐"며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 진이는 영락없는 6살 꼬마다. 진과 빈이 울 때 관객도 같이 울고, 아이들이 웃을 때 관객도 같이 웃게 된다. 아무래도 관객의 시선은 중년의 남자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용한 혼돈>의 아버지 피에트로의 모습은 또 다른 면에서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프다. 딸의 교실을 지켜보며 회사 업무도, 직장 동료나 처제가 방문해 쏟아내는 일방적인 인생상담도 학교 앞 벤치에서 처리한다. 나의 슬픔보다 아이의 상실과 상처가 더 걱정되는 것, 그럼에도 혼자 앉은 차 안에서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마는 것. 그것이 어른의 슬픔일 것이다. 슬퍼도 함부로 슬퍼할 수가 없다.

그리스의 유서깊은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관광영화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선호하는 여성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밤을 소재로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낸 스페인산 셀 애니메이션 <마법의 세계 녹터나>도 어른이 된 뒤 잠시 잊고 있었던 동심의 세계로 데려가 주는 영화. 국내에선 정말로 드물게 개봉되는 인도산 영화 <블랙>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런던 거리 한복판에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추앙받고 있는 아미타브 밧찬의 연기를 정식으로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 나무 없는 산
나무 없는 산

감독 김소영
주연 김희연, 김성희
6살 진이(김희연)와 4살 빈이(김성희)는 아빠 없이 엄마와 산다. 일을 나간 엄마가 밤늦게 돌아올 때까지, 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어린 동생 빈이를 챙기고 숙제를 한다. 하지만 생활고에 지친 엄마는 진과 빈 자매를 고모에게 맡기고 아빠를 찾아나선다. 돼지저금통이 가득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을 믿으며 두 자매는 매일같이 저금통을 채우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자매는 엄마의 고향, 외조부 댁에 맡겨진다. <방황의 날들>을 만든 김소영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나무 없는 산>은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국내 개봉보다는 해외 영화제들을 돌며 연이어 수상을 해 먼저 유명해졌다. 생활고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친척집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는 아이들의 비극에 어른들의 섣부른 동정을 칠하거나 신파로 이끌며 아이들의 불행을 착취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매일 아이들이 견디고 지내는 일상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담아내는 한편, 술로 이어지는 고모의 고단한 일상도 쉽사리 비난하지 않고,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통해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그들의 삶에 희망을 빛을 심어놓는다. 전통적인 장르영화의 내러티브도 없고 음악도 없이 다큐멘터리적 필치로 아이들의 모습을 종종 극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그 화면 속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눈부시다.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한 힘을 가진 영화다.

▲ 조용한혼돈
조용한 혼돈

감독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주연 난니 모레티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던 피에트로(난니 모레티)는 동생과 함께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고 별장에 돌아온다. 그러나 집에는 방금 막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고 구급요원들이 몰려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온 피에트로는 엄마를 잃은 딸 클라우디라가 걱정돼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고 매일 어린 딸이 다니는 학교 앞에 지키고 서서 딸이 하교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피에트로는 학교 앞을 지나는 사람들, 주변 상인들과 친해진다. 그리고 피에트로의 회사 상사와 동료, 비서, 친척들은 피에트로를 만나기 위해 학교 앞으로 오기 시작한다. <나의 즐거운 일기>, <아들의 방> 등을 만들어온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수다쟁이' 감독 난니 모레티가 자신의 연출작이 아닌 동료인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감독의 영화에 각본 및 주연배우로 참여했다. 이탈리아에서 인기를 모은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아내를 잃고 '너무 당연했던' 가정이 순식간에 붕괴 위험 앞에 서면서, 밖으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고 묵묵하게 '조용한 혼돈'을 겪어내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탈리아 최고의 풍자 코미디 감독/배우답게, 슬픔과 상실의 시간에도 삶의 유머를 캐치해내는 난니 모레티의 연기가 일품이다.

▲ 블랙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주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커르지, 아예샤 카푸르
아기 때부터 보지도 듣지도 못해 짐승처럼 살아온 8살 소녀 미셸에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 '마법사'임을 자처하는 사하이 선생님(아미타브 밧찬)은 굳은 믿음과 끈기로 미셸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미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사하이가 미셸에게 눈과 귀의 역할을 해주는 동안 미셸은 대학 진학을 꿈꾸는 소녀로 훌쩍 성장한다. 그러나 사하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미셸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지경이 되자, 그는 미셸의 곁을 떠나 잠적해 버린다. 볼리우드 영화의 거장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이 볼리우드 영화 특유의 뮤지컬 씬을 넣지 않고 2시간 남짓의 드라마로 만든 영화. 인도판 헬렌 켈러 스토리로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이 주연을 맡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어린 주인공이 그토록 싸인을 받고 싶어했던 인도의 대스타가 바로 아미타브 밧찬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열 편' 목록에 제목을 올리기도 했다.

▲ 코코 샤넬
코코 샤넬

감독 안느 퐁텐
주연 오드리 토투, 알레산드로 니볼라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브리엘은 언니와 함께 고아원에서 자란다. 재봉사로 생계를 꾸리면서 가수로 화려하게 성공하기를 꿈꾸던 가브리엘은 싸구려 카바레에서 언니와 듀엣으로 활동하며 '코코'라는 별명을 얻는다. 어느 날 카바레에 찾아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부유한 귀족 에티엔 발장을 만나고, 코코는 그를 이용하기 위해 그의 정부가 되어 그의 저택에 기거한다. 귀족 여자들이 입던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의상 대신 심플하고 보이쉬한 옷을 스스로 만들어 입던 코코는 에티엔의 집에 머무르게 된 영국인 아서 카펠(알레산드로 니볼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샤넬 이전의 코코'라는 원제에서 보이듯, 영화는 코코 샤넬이 디자이너로 큰 성공을 거두기 전 젊은 시절의 어려움과 미숙함, 그리고 사랑에 치중한다. 남자의 승마복을 개조하고 어부들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남자같은 옷'을 스스로 입고 귀족의 대저택 안을 활보하는 보이쉬한 모습을 통해 '명품 디자이너 샤넬'보다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옷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온몸으로 부딪히며 도전하는 '스타일의 혁명가' 내지 '초창기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일요일을 가장 싫어했다'는 열정보다 로맨스에 너무 치중해 아쉬운 감이 있다.

▲ 나의 로맨틱 가이드
나의 로맨틱 가이드
감독
도널드 페트리
주연 니아 바르달로스, 리차드 드레이퍼스
그리스 유물과 역사를 전공한 조지아(니아 바르달로스)는 번번이 좌절되는 교수의 꿈을 접고 그리스에서 여행가이드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유명한 유적지에서 역사보다는 사진 찍고 기념품 쇼핑을 하기에 바쁜 관광객들에게 그리스 유적의 의미를 전하려는 조지아의 노력은 통할 리가 없다. 번번이 여행객들과 다투던 조지아는 싸구려 패키지 팀으로 밀려나고 만다. 그러나 여행객 중 어브 할아버지(리처드 드리에퍼스)와 버스 운전기사 포피를 알게 되면서 조지아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리스의 유산들과 지중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 <미스 에이전트>,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들을 만들어온 도널드 페트리가 연출을 하고 <나의 그리스식 웨딩>으로 스타덤에 오른 니아 바르달로스가 주연을 맡았다. 로맨틱 코미디로서 잔재미는 부족하지만 그리스 관광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 마법의 세계 녹터나
마법의 세계 녹터나

감독 빅터 말도나도, 아드리아 가르시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고아원에서 외톨이로 보내던 소년 팀은 어둠을 너무 무서워해 창문을 열어놔야만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팀 때문에 공을 잃어버린 고아원 친구가 창문 열쇠를 숨겨버리고, 별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팀은 지붕에 올라가 별을 찾는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고 밤이 시작되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녹터나을 알게 되면서 밤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녹터나에서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밤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스페인산 애니메이션. 2007년 제작되어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다. 아역배우 박지빈이 팀의 목소리를 맡아 더빙에 참여했다.

▲ 그루지 3
그루지 3
감독
토비 윌킨스
주연 조해너 E. 브래디, 길 맥키니, 에미 이케하타
일본에서 일가족이 몰살되면서 시작된 원혼의 저주가 이제는 미국의 시카고로 건너간다. 시카고의 한 아파트에서 원인 모르게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둘 이사를 나간다. 가야코의 저주를 풀기 위해 나오코(에미 이케하타)는 직접 시카고로 건너간다. 그녀는 전편의 희생자 카렌과 오브리의 막내 여동생인 리사(조해너 E. 브래디.)와 아파트를 관리하며 살고 있는 맥스(길 맥키니) 등과 함께 아파트에 얽힌 저주의 경로를 추적해 들어간다. 이제는 나온지 10년이 된 <주온>의 헐리웃 리메이크작인 <그루지>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시미즈 다카시가 직접 연출을 맡고 사라 미셸 겔러가 주연을 맡았던 1, 2편과 달리 특수효과 담당 출신인 토비 윌킨스가 연출을 맡고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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