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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엔 멋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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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엔 멋이 없다

[신기주 칼럼] 드라마 <스타일>은 패션과 패션 매거진을 왜곡하고 있다. 당장 폐판하라.

코코 샤넬은 조국 프랑스에 묻히지 못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녀를 경멸했다. 코코 샤넬은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나치에 협력했다. 독일군 장교와 공공연하게 연애를 했다. 프랑스가 해방됐을 때 샤넬은 프랑스를 탈출해 스위스로 망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샤넬은 트위드 재킷과 2.55 핸드백과 마를린 먼로가 덮고 잤다는 샤넬 넘버5로 기억된다.

LVMH는 럭셔리의 대명사다. 한국 시장에서도 루이비통의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LVMH의 아르노 회장은 가내 수공업이었던 럭셔리를 고부가가치 글로벌 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럭셔리의 본질을 훼손시킨 장본인이다. LVMH는 루이비통과 셀린느와 겔랑과 모엣 샹동과 헤네시와 펜디의 주인이다. 모두 개성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였지만 LVMH로 합병되면서 대기업의 캐쉬 카우가 됐다.

패션은 화려하다. 멋있다. 그걸 스타일이라고 부르든 엣지있다고 일컫든 상관 없다. 멋을 부리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천성이다. 코코 샤넬은 말했다. "명품은 필수품이 끝나는 데서 시작되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패션의 이면은 그다지 멋있지가 않다. 그것도 인간의 숙명이다. 옷이란 원래 허름한 인간의 육체를 감싸려고 창조됐다. 악어와 호랑이와 밍크의 멋진 털과 무늬를 지니지 못한 사람은 제 몸이 부끄러워 옷을 찾았다.

현대인의 육체는 이제 몸짱과 얼짱으로 거듭났다지만 패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현대인이 감추고자 하는 건 빈약한 마음이다. 남들과 똑같은 직업을 갖고 똑같은 꿈을 꾸며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걸 먹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갈수록 나를 상실한다. 패션은 앙상한 내게 그럴싸한 멋을 덧씌워준다. 명품으로 난 특별한 내가 될 수 있다. 패션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감추기 위한 실존하는 존재다.

수많은 패션의 아이콘들도 패션의 숙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럭셔리 브랜드 LVMH도 화려해져 가는 존재의 외연과 갈수록 그 외연과는 멀어져 가는 존재의 내면 사이에서 헤매었고 헤매고 있다.

▲ <스타일> (사진제공_SBS)

그렇다면, 드라마 <스타일>은 패션의 단면을 온몸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스타일>은 패션 매거진 에디터라는 소재에서 출발해서, 김혜수의 옷자랑에 이어, 출생의 비밀로 줄달음치고 있다. 눈을 간지럽히는 볼거리들은 많다. 꼬여버린 4각 연애도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하지만 정작 <스타일> 안엔 아무것도 없다. 있는 척, 잘난 척, 멋진 척들뿐이다. 줄거리가 억지스러워질수록 김혜수의 의상은 자꾸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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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패션의 본질은 결코 <스타일>이 아니다. 패션의 본질은 허영이 아니라 멋이다. 멋이란 남과 다른 내가 될 때 느끼는 마음의 충만이다. 그래서 진짜 멋쟁이는 광장시장에서 사온 빈티지 옷으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그렇게 인간은 패션으로 영혼의 허기를 채운다. 패션 매거진은 그렇게 멋을 찾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다. 그러니까 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 <스타일>은 멋있지 않다. 패션과 패션 매거진을 무모하게 왜곡하고 있다. 엣지 없는 <스타일>은 당장 폐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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