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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같은 '민주 세력'은 필요 없다!"

[긴급 기고] 이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중앙대가 진중권의 임용을 거부하자 학생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이른바 '정치적'인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학생들의 입장에서 항의할 만한 일이다. 진중권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인기 강사이며, 미학 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그런 사람이니 말이다. 학생들은 시위를 했고, 기자회견도 했으며, 총장실에 빨간 딱지 몇 개를 붙이고 돌아왔다.

그러자 곧 학교 측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마치 기륭전자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지가 날아오듯, 그렇게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너 징계 받을 거라고, 너 앞으로 취직할 때 고생 좀 할 거라고. 앞으로 학점 잘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거라고. (☞관련 기사 : 진중권 'OUT' 중앙대, 이재오는 명예박사에 초빙교수까지)

항의 시위에 나선 30여 명의 학생들이라고 해서 장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을까. 그들이라고 해서 자신들의 '스펙'에 금이 갈지 모르는 이런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용기를 내었고, 옳지 않은 일에 기꺼이 항의하였으며, 징계를 받았다.

▲ 24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본관 앞에서 중앙대 학생들이 학교의 징계 시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

이 30여 명의 학생들은 이른바 '요즘 20대'들의 나약함과 비겁함, 관성과 타성을 떨쳐버리고 옳은 일을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대가 문제다'라며 혀를 차고 비아냥거리고 각성을 촉구하던 이른바 '민주 세력'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다. 20대가 앞서서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이들을 위해 입을 열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 높여 부르는 그들이, 앞서서 나가는 학생들이 징계를 당하고 있을 때 수수방관하고 있다. '20대여 행동하라'고 외치던 그들이 행동의 대가로 징계를 당하는 학생들을 지켜주지 않음으로써, 결국 일부 20대의 냉소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거 봐, 저 아저씨들 우리보고 총알받이 하라는 거라니까? 막상 잘못되면 아무도 안 도와줘. 그러니까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소리에 속지 말고 각자 알아서 자기 스펙 쌓는 게 최선이야.'

20대가 어쩌고 저쩌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이렇고 저렇고, 하는 뜨거운 '민주 세력' 분들께 더 이상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겠는가. 앞장서서 나가라고 외치다가, 막상 척후병이 적에게 잡히면 나 몰라라 하는 그런 자들이 지휘관입네 사령부입네 목청을 드높이고 있는 것을.

필요 없다. 입바른 소리 하고 노무현 비판하고 친한 척 하지 않는 진중권이라는 이유로 그가 해직을 당하건 말건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 그 진중권을 위해 학교 측에 저항하다가 징계를 당하는 학생들에게도 역시 무관심한 사람들, 그냥 계속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 논객 나오미 울프는 <미국의 종말>(김민웅 옮김, 프레시안북 펴냄)에서 '특정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 가시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의 징조다'라고 말한다.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한 사람씩 찍어냄으로써, 그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겁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변모를 앞세워 진중권에게 소송을 걸려다 여의치 않으니, 그가 강의하는 대학에 압력을 넣어 그를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파시즘이 '어~' 하는 새 문앞에 와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한다면 3년 반 뒤에 있을 대선 타령하지 말고, 바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일에 집중해야 한다. 친노 세력이 어쩌고 독자신당이 저쩌고 재보선 표계산이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는 사이에, 정작 용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어 온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사라져가고, 우리는 겁에 질려간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저항해야 한다.

▲ 24일 기자회견 중, 한 학생이 중앙대의 진중권 교수 재임용 거부를 비판하고, 학생에 대한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나는 반대하겠다. 진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중앙대의 부당한 처분에, 나는 반대한다.

중앙대학교 총장 박범훈에게 요구한다. 첫째, 진중권의 임용 거부에 대해 항의하다가 징계를 당한 학생 30여 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 둘째, 진중권의 임용 거부가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고, 만약 진중권이 원할 경우 그를 복직시켜라. 셋째, 학생들과 진중권 모두에게 임용 거부와 징계를 사과하라.

우리가 진정 지켜내야 할 것은 추상적인 가치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민주주의 속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행동하고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권력이 공격하고 있다. 그 사람을 위해 30여 명의 젊은 사람들이 나섰고, 그들 또한 위기에 처했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중앙대는 당장 징계 및 임용 거부를 철회하고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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