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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만은 다를 줄 알았는데…"

이주노동자, 사흘째 인권위 점거 농성 중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지난 5일부터 사흘째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점거농성에 들어선 이유는 인권위가 기대 만큼 이주노동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이주노조 아노와르 위원장 관련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내린 결정이다.

인권위는 이주노조가 "아노와르 위원장 구금 과정에서 불법적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구금을 해제하라"는 취지로 낸 진정에 대해 지난달 14일 "출입국관리소가 각종 절차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행위가 중대하지 않은 만큼 구금을 해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즉 아노와르 위원장 연행 과정 상에 일부 불법적 행위가 발견됐지만, 아노와르 위원장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명백한 만큼 구금 자체를 해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같은 인권위 결정은 현행 법의 테두리 속에서 최대한 이주노조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지만, 불법 이주노동 자체를 합법화 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는 이주노조의 입장에서는 미흡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주노조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고 있는 마숨(39, 방글라데시) 씨는 이에 대해 "인권위가 최대한 노력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국가기관 중에서 인권위 말고 우리의 설움을 호소할 곳이 어디 있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현재 조영황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면담 자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주노동자의 인권 개선을 위해 인권위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마숨 씨는 "현재로서는 믿을 기관은 인권위밖에 없다"며 "숨죽이며 노동하는 이주노동자들 모두가 인권위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스 시작 〉

***현장에서 만난 샤킬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43. 방글라데시)**

- 아노아르 위원장의 건강은 괜찮나?
"많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5월경에 연행될 당시 단속반에게 맞아 전신 타박상을 입었고, 청주 보호소에 수감된 이후로 살이 많이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고 들었다."

-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을 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나도 고향(방글라데시)에 부모님과 8남매가 함께 살고 있는데, 생활비라도 벌어 주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수없이 목격하고, 부당한 차별을 당하면서 돈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렸다. 기본적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일인가.
"일단 내 이름으로 집을 계약할 수 없고, 휴대폰이나 전화 등도 마찬가지다. 친한 한국인의 이름을 빌려 살고 있다. 한마디로 어떤 일이든지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

- 한국에서 무슬림은 소수인데, 종교 생활에 어렵지 않나?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씩 절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온 무슬림 사람들은 라마단 기간을 맞아 금식 기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업주가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면서 강제로 먹였다고 한다. 종교활동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만약 농성 중에 경찰들이 들어와 끌어내면 모두 강제출국 당할 텐데….
"농성을 시작할 때 모두들 그 정도는 각오했다. 그리고 만약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이 나라에는 인권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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