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23일에도 보수논객들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폄훼는 계속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 '김대중 국장은 국가분열 부를 것' '왜 대한민국이 상주가 되어야 하는가' 등의 글을 통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날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는 김대중 정권의 국가반역혐의 50개 항목'이란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부시 비판하면서 김정일 변호'하면 국가반역?
조 씨는 이 글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대통령이란 직책의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상의 반(反)국가단체 수괴인 김정일에게, 군사비로 전용될 가능성과 불법임을 알면서도 정상회담을 유치하기 위하여 국민을 철저히 속여가면서, 5억 달러의 금품을 김정일의 개인 계좌 등으로 보내줌으로써 적을 군사적으로 이롭게 하고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자"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김 전 대통령의 국가반역혐의에 대해 △군사적 이적행위 △대한민국의 헌법·애국심 등 핵심 가치관 부인 △김정일에 굴종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 훼손 △김정일의 심부름꾼 자임 △왜곡과 허위와 과장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이유 등 여섯가지 항목으로 나눴다.
군사적 이적행위로는 김정일에게 현대 비자금으로 5억 달러 불법송금, 북한 선박의 영해침범에 대해 굴욕적 대응 지시, 베트남 참전에 대해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사과했던 점, 제주 4.3사건을 특별법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남로당 폭동을 무장봉기라고 미화하는 보고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며 김정일 변호, 한미 연합훈련 축소,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사실상 북의 군사력 강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압박 거부,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인한 반미운동 방치 등을 사례로 들었다.
대한민국의 헌법·애국심 등 핵심가치관 부인으로는 국가보안법의 사실상 무력화 추진,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남북축구시합에서 태극기를 압수하고 한반도기 권유, 부산동의대 사태 당시 경찰관 7명을 불태워 죽인 방화치사범들을 민주화운동가로 인정, 2000년 총선 때 비정부 단체의 불법 낙선운동 단속 말라 지시, 북의 통일방안 상당 부분 수용 등이다.
김정일에 굴종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 훼손으로는 황장엽 방미 불허, 김대중 정권 아래 좌익수사 소극적 등을 예로 들었다. 김정일의 심부름꾼 자임으로는 서해도발 축소·은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로비 등이다. 왜곡과 허위와 과장으로는 북한특수론, 경의선 연결에 의한 철의 실크로드 구상 등이다.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고무찬양 방치, 북한에 뇌물 방치, 간첩수사 저조, 좌익인사 방북 허용, 북한 인권탄압에 침묵, 김대중 정권의 부정축재 등을 꼽았다.
김동길 "DJ 눈밖에 났던 호남 재사들을 기억하시길"
김 전 대통령 생전에는 "투신자살 하라"고 극언을 하다가 사후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김 전 대통령을 극찬하다가 비난하는 것으로 끝맺는 애매한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앞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무대나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던 아홉 분 중에서 "전"자 없이 "대통령"으로만 불리는 분이 두 분뿐 이였는데 이제 세분이 되리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고 김 전 대통령을 보수세력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의 대통령 묘역에 안장되는 것에 대해선 간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전하는 말에 의하면 동작동의 대통령 묘역에는 자리가 없어서 대전 국립묘지로 가실 수밖에 없었다는데, 유족 측에 강력한 요청에 따라 두 대통령이 누워계신 사이에 비비고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그렇게 하지 말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땅(하의도)에서 편히 쉬실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영원의 나라로 가신 뒤에는 생전에 김 대통령 덕에 잘된 사람들은 좀 잊으시고, 김 대통령 눈 밖에 나서 출세의 길이 꽉 막혀 고생만 하다가 이젠 나이만 잔뜩 먹고, 쓸모없게 된 그 많은 호남의 재사들을 기억하시고, 동정하시고, 가능하시다면, 좀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희정 "보수주의자들, 인간에 대한 품위와 예의 없어"
한편 조갑제, 김동길 등 보수논객들이 서거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당신의 서거를 놓고 이 땅의 보수주의 원조를 자부한다는 자들의 글들을 보았다. 참으로 고통스러웠다"며 보수 논객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국가운영의 정책과 노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길 바라는데 현실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인간에 대한 품위와 예의를 지키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처럼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그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의 그 악다구니같은 저주가 당신의 서거 뒷길에도 뿌려지고 있다"며 "'이 모든 미움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루었던 분단된 우리 민족사의 불행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그들을 미워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고 달랩니다만 그들에 대한 분노와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좌절은 솔직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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