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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또 파행…파행만 거듭하는 용산참사 재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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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또 파행…파행만 거듭하는 용산참사 재판, 왜?

[분석] 수사 기록 숨기는 검찰-조정 못하는 재판부

20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3개월 만에 용산 참사 재판이 다시 열렸다. 검은 상복을 입은 정영신 씨는 재판정으로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남편 이충연 씨를 보고 오랫만에 웃음을 보였다. 자신의 아들을 본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도 웃었다.

정작 재판이 시작되자 전재숙 씨의 입에서는 판사, 검사를 향한 거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철거민 변호인단이 검찰의 3000쪽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재판을 거부하고 퇴장한 직후였다.

전 씨는 검사에게 "이러고도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말을 하느냐"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방청석에 있던 철거민 관계자, 피고인 가족도 "수사 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고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가"라며 "재판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변호인단 없이 재판을 진행하려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재판을 9월 1일로 연기했다. 3개월 만에 재개된 용산 참사 재판이 또다시 파행을 겪은 것.

지난 4월 22일 시작된 용산 참사 재판은 변호인단이 검찰에게 수사 기록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다. 변호인단은 법원의 수사 기록 공개 명령을 거부한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와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 재판부가 결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검찰을 제재하지 않자 지난 5월15일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이 중단됐다. 하지만 재판부 기피 신청은 지난 8월 10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 20일 재판이 재개됐다.

그러나 20일 재판은 또 다시 파행을 겪었다. 지난 5월 재판 기피 신청을 냈을 때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파행으로 치닫는 재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노순택
#1.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재판 파행의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의 수사 기록 3000쪽 공개 거부다. 변호인단은 수사 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된다면 불공정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해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법원 역시 검찰 측에 수사 기록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법원의 명령을 검찰에서 불응해도 이를 제재할 만한 법적 장치도 없다.

철거민 변호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재판부가 법원에 구속돼 있는 사람을 석방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석방해야 한다"며 "하지만 검찰은 이런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 사법기관인 검찰이 이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법치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수사 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권 변호사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라며 "형사소송을 통한 진실의 발견이 실현 가능하려면 검사는 설사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라도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2. 국민참여재판의 좌초 때부터 예고된 검찰의 행보

재판이 시작될 때부터 검찰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재의 승패 여부에만 관심을 두었다.

당초 용산 참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철거민 변호인단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것. 하지만 재판부는 3월 26일 열린 공판 준비 기일에 용산 철거민 4명이 낸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기간 심리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배심원 부담이 과중할 우려가 있어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엄청난 수의 증인이 신청됐다. 특히 검찰 측 증인수는 61명으로 변호인단에서 신청한 20여 명의 3배에 달하는 숫자를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하고자 심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음에도 검찰은 증인을 61명이나 신청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 산 참사 현장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시국 미사가 매일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실제로 민참여재판이 기각되자 검찰은 증인의 수를 줄였다.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60명이 넘던 증인수를 40명 수준으로 검찰은 줄였다"며 "이는 국민참여재판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우리가 20여 명의 증인을 신청한 이유는 검찰이 너무 많이 증인을 신청했기 때문에 검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취한 조취"였다며 "만약 검찰이 조정을 한다면 우리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면 재판이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반 재판의 경우 검찰이 작성한 진술 조서에만 의존해 재판이 진행되지만 배심 재판의 경우 진술, 변론 등 공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3. 법원의 우물쭈물, 방관인가 '모르쇠'인가

지난 1월 22일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7개월 동안 구속돼 있는 철거민들의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다. 이 죄명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권력의 집행이 적법했는가가 우선 확인되어야 한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경찰 수뇌부가 참사 당시 진압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결정했는지, 진압 과정이 위험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제대로 안전 수칙에 따라서 진압 작전이 이뤄진 것인지 등을 면밀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형사소송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그에 따른 형벌을 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본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재판부라 하더라도 사실 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 스스로가 숨기고 싶은 수사 기록들이 있다면 그것을 법원은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원의 명령을 검찰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데 법원은 그냥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재판부는 검찰에 수사 기록 공개 명령만을 내리고 나서, 이렇다 할 후속 대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철거민 변호인단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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