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는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라며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입관식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유해는 국회로 이동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이희호 여사 준비한 수의 사용
20일 오후 1시경, 동교동 사저에 몸을 추스리던 이희호 여사가 부축을 받으며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염습(殮襲)이 끝난 후 진행될 입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장남 김홍일 전 의원도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기 위해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가 오래 전 미리 준비해 둔 수의를 입었다. 최경환 비서관은 "여러 해 전 이 여사가 두 분이 입을 수의를 미리 준비해뒀다"라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는 수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식에 참석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곧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무늬가 새겨진 향나무 관에 뉘여졌다.
당초 계획은 유족들이 오전 11시 45분 안치실로 모이는 것이었으나 전날 밤 비로 인해 국회광장의 빈소 공사가 늦춰진 까닭에 모든 일정이 한 시간 뒤로 미뤄졌다.
관 속에 담긴 마지막 편지와 손수건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오후 1시27분경 미리 입관식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 여사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입관식장에 들어온 직후인 1시 30분을 전후해 천주교 의식으로 입관 예절이 진행됐다. 윤일선 서교동 주임신부가 의식을 주관했다.
이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 25명과 동교동계 측근 등을 포함해 김 전 대통령 생전에 가장 가까웠던 이들 44명이 참관됐다. "안치실이 협소해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했다"라고 최 비서관은 전했다.
이 여사는 입관식 내내 자리에 앉아 슬피 흐느꼈다. 차남 김홍업 씨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홍걸 씨도 침통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봤다.
장례위원회 측이 공개한 화면을 통해 비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은 두 눈을 감은 채 편안히 잠든 듯 했다.
이 여사는 입관식에서 수건과 함께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자서전 <동행> 책갈피에 꽂아 관 속에 놓아 남편과 이별했다. 이 책의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었다.
최 비서관은 "편지는 윤철구 비서관이 대신 낭독했으며, 이 여사께서는 내내 눈물을 보이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입관식은 오후 1시 45분경 끝났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를 향해 오후 4시에 출발한다.
다음은 장의위원회가 공개한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편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그렇듯 모든 것을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년 8월 19일' |
국회 인근 지하철역서 셔틀버스 운행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와 분향소가 옮겨진 국회도 여러 준비를 갖췄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도록 하라"고 사무처에 지시했고 국회 본관 내 국무위원 대기실에는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의 휴식과 외빈 접견을 위한 접견실이 마련됐다.
일반 조문객들의 조문 편의를 위해 여의도역, 대방역, 당산역 등과 국회 사이에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장례기간에는 여의도 둔치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된다. 또한 23일 영결식 때까지 국회 경내가 24시간 개방된다.
일반 조문객들은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차례를 기다린 후 계단을 올라가 본관 정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 참배를 하면 된다.
국회는 "국회 분향소는 공식 대표분향소로서 정부를 비롯한 각계의 귀빈과 외교사절들이 분향을 하는 장소다"면서 "따라서 신속한 분향을 위해 별도의 라인을 만들게 되고, 그 중에 일부 일반조문객이 잠시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점을 양해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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