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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여 명 노동자-농민, 현 정권 심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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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여 명 노동자-농민, 현 정권 심판 요구

'민족농업사수, 비정규권리보장 입법쟁취 범국민대회' 성황리 마쳐

"노동자, 농민 다 죽이는 노무현 정권 심판하자"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 확실시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현 정부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노동자와 농민 단체들이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 속출…권영길 "농민 때려죽인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

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노동자단체와 농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로 열린 '농업 사수, 비정규직 권리 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는 시민사회가 현 정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전용철 씨 사건을 언급하며 "노무현 정권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는커녕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민노당은 이 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이른바 '참여정부' 역시 과거의 부도덕한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을 이용해 서민과 민중의 저항을 억누르며 '참여'보다 '배제'에 충실하다는 비판이다.

권 의원에 이어 농민 출신인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노 대통령의 과거 경력을 비꼬며 "5.18 청문회 스타가 농민을 때려죽였다. 농민을 때려죽이고 말려죽이는 노무현은 대통령이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를 만들어내는 푸줏간 주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386'으로 불리는 과거 운동권 세력이 대거 정치의 중심부에 편입됐지만, 이들 역시 불과 수년 만에 개혁성을 잃고 구세력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이며 방황하는 모습을 통렬히 질타한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연사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면서 집회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광명에서 왔다는 김철수(37) 씨는 언 손에 호호 입김을 불면서 "노 정권 퇴진 구호가 너무 늦게 나왔다"며 "늦었지만 노동자 농민들이 더욱 단결해 현 정권에 민중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1시간 여 만에 집회는 끝났다. 오후 3시 40분부터 풍물패, 상여, 대형 만장 등을 앞세우고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흥겨운 풍물장단에 맞춰 어깨 춤을 들썩이는 이들도 보였고, 간간히 언 몸을 녹이려 뜨거운 오뎅 국물을 찾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언어, '비정규직'**

한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로 거리를 지나는 행진대오를 보는 시민들의 눈빛들은 의외로 적대적이지 않았다. 행진으로 교통상황이 나빠지면 집회대오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시민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날은 시위행렬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은평구 신사동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김미영(31) 씨는 행진대오 맨 앞에 배치된 고 전용철 씨의 대형 영정사진을 가리키며 "얼마 전 한 농민이 집회에서 경찰에게 맞아 죽었다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봤다"며 "정부에서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더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다는 김 씨는 "그래도 노 대통령이 개혁적일 것 같아서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 보면 노무현이나 김영삼이나 다 똑같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종묘공원 한 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한 60대 노인은 "데모도 적당히 해야 된다"면서도 "젊은 애들이 대학 나와도 정식(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종로 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도처에 비정규직"이라며 "이제는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일반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지 오래인 듯했다.

***경찰 밀어내고 광화문 4거리에서 촛불 밝혀**

한편 광화문 4거리까지 행진한 집회대오는 사방으로 나눠져 경찰들과 대치한 끝에 광화문 대로를 완벽히 점거했다. 당초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 정리집회를 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집회대오가 대로까지 밀고 나온 것이다.

갑작스런 집회대오의 전진에 경찰측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물대포'를 쏘아댔지만, 수천여 명의 인파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광화문 4거리로) 밀고 나온다고 해서 정치권이 비정규직 법안을 제대로 입법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동자의 분노만큼은 명확히 전달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 속에 물대포까지 맞아 온 몸이 흠뻑 젖은 채로 서 있던 한 대학생은 "많은 선배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제때 취직하는 경우를 못봤다"며 "마음 같아서는 나라를 한 번 들었다 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대오는 저녁 7시경까지 광화문 4거리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는 8천여 명 가량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대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행진을 마친 뒤 촛불시위가 열린 광화문 4거리에는 1만5천여 명의 노동자, 농민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집회 주최측은 예상치 못한 호응에 잔뜩 고무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민중은 살아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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