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정환(19) 씨는 "올해는 안 좋은 일만 연일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김수환 추기경 서거, 쌍용차 사태 등 셀 수 없는 악재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도 마찬가지"라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장용선(50)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까지 표현했다.
"1979년 당시 대학교 1학년일 때, 하숙집 주인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나는 '잘 죽어주었다. 잘됐다', 생각하며 좋아했었다. 그러면서도 '이제 한 시대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장 동료에게 들은 오늘도 역시 '한 시대가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의 죽음이 애통한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는 "독재의 시대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끝났다면 민주화의 시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끝났다"고 표현했다.
박경덕(37) 씨는 한국이 민주화된 시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절부터라고 규정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시작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것을 꽃 피웠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한탄했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프레시안(그림=손문상) |
물론 그렇다고 넋 놓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박상진(42)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이뤄놓은 업적은 무수히 많다"며 "이러한 업적과 정신을 이어받아 그가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민주주주의 발전, IMF 극복, 남북관계 발전 등을 꼽았다. 그는 "현재의 정치인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온 궤적을 잘 살펴 이 분의 가르침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영(29) 씨도 "지금 현 정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신들에게 했던 말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며 이명박 정권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다"며 "만약 이명박 정권이 그의 고언을 들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고 우회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이명박 정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지금이라도 현 정권은 고인의 유지를 받아들여 후퇴된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