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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진위,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뉴스메이커] 합의제 대신 독임제 주장 대두, 일부에선 기관통합 혹은 폐지 논의도

최근 강한섭 전 위원장을 둘러싸고 논란과 사임 등 내홍을 겪어온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영화진흥위원회의 미래를 논한다' 토론회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현재 9인 의원의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합의제 대신 위원장 한 사람에게 정책 결정권을 주고 책임을 지게 하는 독임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이 대두됐다. 일부에서는 "영진위는 무용하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삼 불거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과거 귄워적이던 영화진흥공사 시절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것이 콘텐츠진흥원에 영진위를 통합시키는 수순을 밝히 위한 단계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토론회는 먼저 홍익대 김종국 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영진위가 발주하고 문화콘텐츠경영전략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영진위의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주제발표의 내용이 애초 토론회가 목적으로 하는 주제와 내용이 다소 동떨어진 데다, 향후 영진위의 운영 방안과 영화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정확한 비판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이념에 근거한 사실 무근의 비난들이 여전히 잔재했다. 토론회 이후 객석에서 조혜정 영진위 전 위원이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 근거는 정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게다가 산업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문화와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안목과 비전은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 ⓒ프레시안

특히 주제발표를 맡은 김종국 교수의 경우 영진위에 대한 비판이 과격하기는 하되 근거는 희박하여 의혹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주제발표 말미에서 김종국 교수는 특히 영진위가 다른 기관들보다 예산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방만하다고 비판하면서 평직원의 평균 연봉을 비판했다. 또한 영화계가 "지난 10년간 영진위는 이념투구의 장이었다"이라고 선언하면서, "HD영화 제작지원 같은 것만 해도 그렇게 돈을 풀었는데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의 경우 사회를 맡은 김창유 용인대 교수가 "사업규모가 다른 만큼 영진위가 다른 기관보다 예산규모가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지명혁 위원장 역시 "심의기관인 영등위가 집행하는 예산은 심의의원들에게 주는 수고료와 기관 운영 예산 정도이며 사업을 따로 기획하고 수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예산 규모는 월등히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영진위의 방만한 예산 집행에 대한 비판이 살짝 엇나간 것.

또한 HD영화 제작지원작의 개봉 여부 문제도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작년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 <가벼운 잠>이나 올해 개봉한 신상국의 <로니를 찾아서>,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홍기선 감독의 <이태원 살인사건>과 이송희일 감독의 <탈주> 등이 바로 HD영화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들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전주영화제 작년 개막작이었던 <오프로드>와 올해 상영작 중 하나인 <시작하는 연인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푸른 강은 흘러라> 등은 모두 아직 개봉을 하지 못했을 뿐 이미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그러므로 김종국 교수의 발언은 오히려 저예산 독립영화의 경우 정식 개봉과 상영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패널로 참석한 정진우 감독/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영진위가 쓸데없이 너무 비대하다며 다시 한 번 강도높게 영진위 무용론과 폐지론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토론회 장은 영진위의 공과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영진위 필요론이냐 무용론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가 200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것이야말로 영진위가 기여한 몫이 분명히 있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하며 영진위를 방어했고,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이사장 역시 "영진위를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진우 감독은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 같은 영화제에서 왜 영진위 직원들이 거들먹거리며 다니느냐"는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고, "영진위 없던 시절에도 영화인들은 영화만 잘 만들었다. 나 역시 연출은 물론 무수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영진위 무용론에 대한 반발이 여기저기에서 나오자 "화술적 문제다, 정말로 필요가 없으니 없애자기 보다는 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말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미국영화가 훌륭한 것도 미국에 그런 규제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지난 10년간 영진위가 합의제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다 해처먹었다"고 강도높은 이념적 비난을 가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영진위라는 기구 자체가 문제며, 이번에 사임한 강한섭 위원장은 잘못한 것이 없다, 애초 태생적으로 정략적이었던 영진위 기구 자체의 문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패널 중 유일하게 민간 투자기업에 소속을 두고 있는 보스톤창업투자 이원화 상무는 "영화가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고 있는 만큼, 영진위에 대한 공과 평가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산업 진흥과 독립영화 지원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어야 하며, 예술 진흥의 차원에선 합의제가 적절하지만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역시 독임제가 효율적"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토론회의 결론은 영진위가 지금의 합의제가 아닌 1인 독임책임제로 가야 한다는 것.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이나 임창재 한독협 이사장, 김시무 영화평론가 등을 제외하고, 패널들은 대체로 독임제로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함께 패널로 참석한 한국영화학회 회장이자 영화평론가인 정재형 교수의 말을 빌면 "독임제였던 영화진흥공사 시절에도 낙하산 인사와 그로 인한 부정 비리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군사독재 시절 권위적인 기관에서 탈피하기 위해 민간영역으로 이관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로 탈바꿈했고, 그러면서 합의제를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독임제 주장은 자칫 과거 영화진흥공사 시절로 회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김시무 평론가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이야기도 없지는 않았다. 정홍택 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이름을 그냥 '영화위원회'로 바꾸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진흥'이라는 말 자체가 권위주의적 국가의 주도적 경향을 내비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안은 한번쯤 새겨볼 가치가 있다. 다소 과장과 왜곡이 있기는 했지만 정진우 감독의 말 지적대로 국가기관이 상명하복식의 권위적인 색채를 띄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의 한국영화가 영진위의 지원금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에도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원화 보스톤창투 상무의 지적대로 부가산업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안정된 기반 하에서 영화를 통해 거둔 수익으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며, 영진위의 정책 역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하냐는 것. 더욱이 영진위의 콘텐츠진흥원 통합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영진위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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