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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연설'…"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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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연설'…"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고언

'탁월한 웅변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길이 없다. 지난 6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의 연설이 그의 마지막 연설로 남게 됐다.

앞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나하고는 이상하게 닮은점이 많다"면서 "전생에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형제간이 아니냐"고 애절한 심경의 토로로 시작한 이 연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통절한 충고'로 이어진다.

이어 "우리가 균등하게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안하고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다. 독재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고, 이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날,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포효했던 연설 전문을 싣는다.

오늘 이 자리에 많이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6·15와 10·4를 생각할 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나만이 북한을 가서 정상회담을 하고…. 그 사건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나하고는 이상하게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둘 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다녔고, 나는 목포상고를 다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갔고, 나도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을 못 간 대신 변호사가 됐고, 나는 열심히 사업해 돈 좀 벌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나는 이승만 정권, 노무현은 박정희 정권, 독재 때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에 정치에 들어가서 다시 또 반독재 투쟁을 같이 했는데, 이렇게 해서 노 대통령과 저와는 연분이 많습니다. 당도 같이 했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북한도 같이 교대로 갔다 왔고…. 이런 걸 보니 전생에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형제간이 아닙니까. 제가 노 대통령 서거를 듣고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진 거 같다고 했는데, 이것은 지나간 과거만의 여간한 인연이 아닙니다. 내가 대통령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해수부 장관 시켜줬습니다. 그 때는 제가 위였습니다.

오늘 6·15 9주년 기념을 맞이해서 먼저 이명박 대통령 또 북한에 대해서 몇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사는지 알아야 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다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북한에선 매일 같이 남한이 하는 일을 선전포고로 하겠다, 무력으로 대응하겠다,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 도처에 이렇게 50년, 60년이나 이러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한 6·15와 10·4를 반드시 지키라.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

금강산 관광, 우리가 일방 철수한 것 다시 복귀하시라. 개성공단에서 우리가 노동자들 위한 숙소 지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대해 6·15와 10·4의 약속, 금강산을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 개성공단 숙소 건축을 약속한 것, 이런 의무사항은 우리가 이행하겠다는 걸 선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엔 북한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을 압니다. 94년에 제네바 협정을 해서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수로 지어주고 경제 원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이 한 것을 부시 대통령이 뒤집어버렸습니다. 여기서 불신이 생겼났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되기 이전 선거운동 도중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과 이란의 수반과 직접 만나 풀겠다, 당선되고 나서 대 북한 정책은 부시가 한 정책이 아니라 클린턴이 하던 정책을 계속할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의 기대가 아주 컸던 것 사실입니다.

그런데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동 러시아 등등 심지어 쿠바까지도 대화를 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는데, 북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않는 건 북한으로서는 참기 힘든 모욕이고, 다시 한 번 속은 거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인 핵개발까지 끌고 간 것은 절대 지지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에 하루 빨리 참가해서 미국과 교섭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입니다. 이번에 중국에서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한 시간 얘기했는데, 중국 지도자들 누구를 만나도 북한 핵을 반대하는 건 틀림없었습니다. 이번에 핵실험하니 중국이 상당히 엄격한 비난했고, 지금도 유엔 안보리에 찬성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 억울한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을 만들면 누구에게 쏘겠습니까. 거기엔 남한 사람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1300년 통일국가, 5000년 역사인 우리가 상대방을 전멸시키는 전쟁을 일으켜선 되겠습니까. 인내심 갖고 대화를 해서 아직 오바마 대통령이 정책에 대해 안 했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초조한 심정도 알지만 그러나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기가 클린턴 대통령이 하던 정책을 따를 것이라는….

이번에 클린턴 대통령이 여기 와서 같이 만찬했는데, 우리가 같이 했던 햇볕정책, 이것을 클린턴 대통령은 완성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 핵은 절대 반대하고, 그러나 대가를 주면서 상당한 지원도 해주면서 과거에 자기가 하듯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건의했는데, 이를 자기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여사에게도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전 북한에 대해서, 북한이 요구하는 것, 안전보장, 경제재건, 미국이나 일본과의 국교재개, 이런 정당한 요구에 대해 우리나 미국은 이것을 존중하고 지켜주면서….

이미 북한이 핵문제는 제네바 합의에 의해 결정이 됐고, 그 다음엔 2005년 10월 9일의 합의에 의해 6자회담 합의에 의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 열고, 한반도는 비핵화 평화협정 맺고, 이런 것을 인내심 갖고 요구하면서 그래서 해야지, 핵문제 갖고 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력히 말하고자 합니다.

결국 제가 말하는 건 외교는 윈윈으로 해야 합니다. 당신도 좋고 나도 좋아야, 그래야 외교가 성공합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장거리 미사일도 포기한다면 줄 것은 줘야 합니다. 그래서 외교도 해주고 경제 원조도 해주고 한반도 평화협정도 맺고 이렇게 돼 있는 얘기를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나는 내가 당선된 것만큼 기뻤습니다. 선거 당선 후에 힐러리 여사가 클린턴의 남편이기 때문에, 아내와 남편 두 분 다 똑똑하니까 제네바 협약에 의해 비핵화와 핵 포기가 결정됐고, 그리고 6자회담 합의에 의해 북핵 문제, 국교문제 다 합의됐습니다. 이제 클린턴 대통령도 얘기했지만 무엇이 안되냐, 북한도 미국도 합의했으면 왜 북한에 대해서도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는 준비할 시간을 안주고 그러느냐는 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에 전국에서 500만이 문상을 하고 이걸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국민이 걱정하는 건 과거 50년 동안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위태한 점을 매우 걱정합니다.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입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었습니까. 광주에서도 죽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여야 정권 교체해서 국민의 정부가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그 모든 민주주의적 정치가 계속됐습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 이런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는 오랜 정치한 경험으로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 갖고 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할 것을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가 칼날을 휘두르면서 백수십 명 죽이고, 그렇게 얼마나 많은 사람 죽였습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그분들을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 위해 우리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할 때 누구든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양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보니까, 이렇게 해서 양심을 도피합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가지 수난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만일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 문상객의 십분지 일이라도 그럴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런 예우할 수 없다, 증거도 없이 매일 신문에 발표해서 정신적 타격주고 수치주고 이렇게 할 순 없다고 50만만 그렇게 소리를 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이웃 사람들이 희생된 데 대해 가슴 아파하고…. 나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키라. 우리가 균등하게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안하고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고, 이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롭게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 정의로운 경제, 남북간 화해 협력을 이룩할 그런 모든 조건은 우리가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그렇게 해서 온 국민이 바른 생각 갖고, 생각만 갖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4700만 우리 국민이 모두 그런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서로 비판하고 서로 격려하고, 이렇게 한다면 어디서 이땅에 독재자가 나오고, 어디서 소수 사람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역사상 최고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이런 상황이 오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전쟁은 안된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은 반대하라, 그러나 반대는 6자회담 미국과의 회담 통해서 반대해라, 그래야지 절대로 전쟁을 길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통일을 할 때 백년이 걸리고 천년이 걸려도 전쟁으로 통일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를 지키고 서민경제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이 우리 모두 들고 일어나서 이 나라를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는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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