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옆에 나란히 선 김영삼과 김종필.
대한민국 정치가 미쳐버린 그날 밤 3당 합당.
하늘도 미친 듯 끝도 없이 내리던 그 폭설.
나는 포장마차에서 집으로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길에
마신 술과 안주와 눈물을 다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기쁜 날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이름이 김영삼에서 김대중으로 바뀌던 날.
그 많은 눈물과 그 눈물이 뒤범벅된 환호성.
당신의 수십 년 고통과 희생은 그렇게 보상 받았고
나는 멀리서 당신의 눈물을 바라보며
이제 됐다, 이제 됐어 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슬픈 날은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가시던 날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흘리시던 그 눈물. 아... 그 뜨거운 눈물.
그리고 수백만 마디 말을 대신하던 그 오열.
나는 그 큰 눈물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건 틀림없는 대한민국 역사의 피눈물이었습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당신에 관한 아픈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당신에 관한 기쁜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당신에 관한 슬픈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당신은 내게 눈물이었습니다,
잠시 닦을 틈도 주지 않던 끝없는 눈물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나의 첫 대통령이라 부릅니다.
당신 이전에 내게 대통령은 없었으니까요.
당신은 내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이고
당신은 내게 쓰러지지 않는 민주주의였으니까요.
이제 당신이 가신다고 하지만
눈을 감는 당신은 눈을 감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당신인 대한민국이 눈감지 않으니까요.
숨을 놓는 당신은 숨을 놓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당신인 민주주의가 숨을 놓지 않으니까요.
가신다니 보내드립니다.
나의 두 번째 대통령 노무현님의 곁으로 보내드립니다.
쓸쓸할 땐 서로 어깨를 기대며 그렇게 지내십시오.
우울할 땐 함께 술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지내십시오.
마지막 손을 흔들며 한 번만 더 울겠습니다.
당신은 내게 눈물이었으니까요.
DJ서거, 독자 기고를 받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18일 오후 1시43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거했습니다. 향년 85세로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은 오랜 민주화 투쟁, 50년만의 첫 정권교체, 외환위기 조기 극복,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한편 87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분열에 따른 지역주의 심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사회적 양극화 심화, 정권 말 잇따라 터진 측근 비리 등 부패정치의 미척결 등은 정치적 오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10년간 민주정부를 이끈 두 지도자가 세상을 떴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치지도자가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됩니다. <프레시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받습니다. 기고를 다음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보내주신 글은 편집 과정을 거쳐서 <프레시안>에 게재됩니다. (inform@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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