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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vs <조선일보>…美 쇠고기의 진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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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vs <조선일보>…美 쇠고기의 진짜 적은?

[홍성태의 '세상 읽기'] 김민선을 위하여

해맑고 상큼한 매력의 배우 김민선 씨가 갑자기 사회면의 톱을 장식하게 되었다. '에이미트'라는 회사에서 김민선 씨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결정하는 바람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졌고, 이에 대응해서 전국에서 연인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10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고자 촛불을 밝혔다.

이때 김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청산가리'에 비유해서 지적했다. '에이미트'는 이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니 배상을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 배우 김민선 씨. ⓒ프레시안
이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 든 생각은 기가 막힌다는 것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잘 지적했듯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극구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사실을 호도했던 것이다. '청산가리'에 비유하건, '플루토늄'에 비유하건, 그것은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 아니다.

그 위험을 다소 과장했을지라도 아예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구태여 법적으로 말하자면, 김민선 씨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하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일 것이다.

조국 교수가 <한겨레>의 칼럼에서 이미 잘 지적했듯이, 실제로 '에이미트'가 배상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민선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작은 글의 한 단어 때문에 촛불 집회가 격화되고 '에이미트'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에이미트'가 진실로 그렇다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김민선 씨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면서 시민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김민선 배우가 어떤 발언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을 통해 수년 전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잘 알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엄격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던 것이 아닌가?

사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서는 이미 2003년 말부터 <조선일보>에서 잘 알려주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결론부터 말해 이번 일은 통상 마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 한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나왔다면 미국 정부 역시 수입 금지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을 것임이 틀림없다"(2003년 12월 20일, '사설'), "국민들의 증폭된 불안감 뒤에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99.99% 안전해도, 정부가 나머지 0.01%의 위험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것이다"(2003년 12월 28일, '기자수첩')고 주장했다.

이 나라에서 '열독율 1위'의 신문이 <조선일보>가 아닌가? 촛불 집회는 <조선일보>가 뿌린 씨앗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에이미트'가 정말 피해를 배상받고 싶다면, <조선일보>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에이미트'가 정말 배상을 요구해야 할 곳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김민선 씨에게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른바 '위축 효과'를 빼고는 이 사건을 올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소송 때문에 '에이미트'의 이미지는 아마도 더욱 더 나빠질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배상을 받을 수 없는 소송을 감행한 것은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 특정한 내용의 사회적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더 악화되고 만다. 이것은 시민으로서 연예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면서 시민들을 연예인에 의해 조종되는 괴뢰로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미트'의 소송은 극히 황당한 사건이었지만 뒤이어 나타난 지지발언들은 더욱 더 황당했다. 먼저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나서서 김민선 씨를 비난하고 '에이미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언은 정말 의원으로서 우리의 헌법과 시민의 권리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했다. 연예인이건 누구이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라는 사실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도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것이다. 사실 전여옥 의원이야말로 과장법으로 이름을 얻고 돈을 번 사람이 아닌가? 각종 '없다' 시리즈를 낳은 그녀의 <일본은 없다>야말로 과장법의 대표격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전여옥 의원의 홍두깨에 대해 배우 정진영 씨가 적절하게 권리에 대해 설명을 해 준 것 같다. 그런데 이에 대해 또 누군가가 나서서 '에이미트'를 옹호하고 김민선, 정진영 씨 두 배우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두 배우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발언할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올해 서른한 살인 김민선 씨와 올해 마흔여섯 살인 정진영 씨는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다. 이런 사람들이 여중생들도 잘 알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발언할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니, 그는 동덕여대는 물론이고 서울대도 중학교보다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의 '지적 수준'이야말로 참으로 희한한 수준인 것 같다.

김민선 씨가 공연히 고생하게 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성과가 없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다시 학습하고 기억하게 되었고, 미국산 쇠고기를 적극 옹호하는 쪽이 광우병 위험을 너무 경시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표현의 자유까지 용인하지 않는 반자유적 태도를 갖고 있으며, 나아가 시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인격까지 모독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위세를 부리며 시민들을 을러댈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요 민주국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반인 자유주의 자체가 여전히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우리나라에서는 김민선 씨가 뜬금없는 손해배상소송으로 고통을 받게 되고, 고 최진실 씨가 유골을 도난당하는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주에 미국에서는 기타 연주자이자 기타 발명가로 유명한 레스 폴이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전자기타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만든 기타는 수많은 기타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용이 그려진 흰색 무대복을 입고 깁슨 레스 폴을 연주하는 지미 페이지의 모습은 정말 '간지' 그 자체였다. 연예인은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이며, 연예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의 벗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동료 시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연예인을 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레스 폴이 그랬듯이 세상에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문제는 김민선 씨에게 있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에게 있다. 김민선 씨에 대한 '에이미트'의 손해배상 소송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현재 진행형이며, 이 무서운 사실을 시민들이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에이미트'가 이렇듯 무모한 소송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최고의 지식사회를 자랑하는 이 나라의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김민선 씨가 아니라 진실을 알고 있는 모든 시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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