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이날 청문회는 천성관 전 지검장의 인사청문회에 비해서는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 위장전입 등 도덕성 논란에 대해 김 후보자는 몸을 바짝 낮췄고, '검찰 개혁' 등에 대해서는 "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중수부 폐지, 공직수사처 신설, 경찰 수사권 독립 등 제도적 개혁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매형 보험 사기 수사 외압 의혹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지난 2001년 김 후보자의 매형이 선박 보험사기 혐의로 부산 해양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을 때 창원지검 차장이던 김 후보자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김 후보자의 매형은 A급 수배자였는데, 긴급체포 승인 40분만에 경찰이 돌연 석방지휘를 건의했고 검찰이 이를 승인해 석방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경찰 수사당시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매형이 검찰 출두하면서 전화를 걸어와 담당 검사에게 전화했을 뿐"이라며 "그 때 상황은 알지도 못하며 의심하는 것처럼 개입한 바가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거듭 "법무연수원 강의 때 후배들에게 강의할 때 이 정도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개할 정도로 그 사건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경찰이 무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기소를 한 사건이며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판결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외압을 행사했으면 검사가 기소를 했겠느냐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김 후보자의 매형이 40분 만에 석방이 된 것에 대해서도 "당시 오전 9시 40분께 후보자의 매형은 자진출두해 긴급체포 됐지만 경찰이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석방지휘를 건의해 검사가 석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춘석 의원이 "담당 검사에게 전화한 것이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검찰 간부의 친척이 조사 받으러 가는데 담당 검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춘석 의원은 "후배검사에게 매형이 조사받으러 간다고 그러면 압력이 안 되겠느냐"고 따졌고,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검사가 1700명이고 모두 친인척이 있을텐데 이들에게 앞으로 다 전화하라고 할 것이냐"고 꾸짖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담당 검사가 기소를 했는데 무슨 압력이 있었겠느냐"며 적극 항변했고, 한 검찰 관계자는 "친인척이 조사를 받으면 피의자가 '검찰에 누구 누구 아느냐'고 말하는 것에 대비해 부담 갖지 말라고 귀띔하는 것 정도는 관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장전입은 범법행위"
이밖에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범법행위"라고 몰아 세웠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자중하겠다. 너그럽게 헤아려주시길 기대한다. 큰 교훈으로 생각하겠다"며 변명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의 자세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5번이나 위장전입을 했으니"라고 혀를 끌끌 찼다.
아파트 '다운 계약서' 의혹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당시 관행상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계약서에 적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그 중간으로 적었다"고 항변하는 듯 했으나, 전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이중공제 의혹도 시인하고 세액을 납부했다고 말했다.
요트·승마 등 '귀족' 논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바람으로 가는 무동력 경기용 요트지 호화 요트가 아니다", "차장 시절 후배들과 인라인스케이트와 산행을 즐겼다"는 등 김 후보자를 엄호했고, 김 후보자는 직접 자신이 강습받던 요트의 사진을 들어 보이는가 하면, "골프를 안친지 7~8년이 됐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미스코리아 심사' 논란에 대해서는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처신에 조심하겠다"고 역시 자세를 낮췄다.
▲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
"용산참사 수사공개 보고 받고 검토"
이와 같이 김 후보자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박할 것은 단호하게 반박하자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은 "진솔한 답변으로 봐서는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기도 했고, 천성관 후보자에게 매서운 질문을 퍼부었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오후에는 검찰 개혁에 관한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박 의원은 특히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천정배 전 장관이 개인 성명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촉구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취임 후 보고를 받은 뒤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는데, 박 의원은 성에 안 찬 듯 재차 입장을 물자 김 후보자는 "기본적 생각은 공소사실에 부합한 증거는 내줘야 하고, 피고인 방어권과 관련해 중요한 사안이면 공익의 대변자인 검찰이 내주는 것이이며, 양자에 모두 속하지 않으면 내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 답변을 "검찰의 기능에는 약자와 인권보호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해석했다.
"하드웨어 모다 소프트웨어 개혁"
검찰 개혁에 관해 김 후보자는 "늘 생각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하드웨어를 바꿔도 일하는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면 의미가 없다"고 '조직 안정 속 운영의 변화'에 방점을 뒀다.
김 후보자는 검찰 개혁의 기본 노선에 대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수사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사 방식과 수사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야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 등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입장이었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 역할은 부패 사건 수사의 총사령탑이고 이 기능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나 그런 조직이 있고, 조직 변경보다는 운영을 바꿔봤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검찰 불신'에 대해서는 검찰의 자세를 꼬집기도 했다.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이 "한 주간지 조사 결과 권력기관 7개 기관 중 검찰이 신뢰도 꼴등을 했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퇴임 후 한 달여 나와서 보니, 돌이켜볼 때 (검찰의) 제일 큰 문제는 그런 지적이 있을 때 내부에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라며 "외부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변화를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소 전 브리핑은 서면으로"
김 후보자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된 검찰의 '피의 사실공표' 논란에 대해서도 "기소 전 수사 내용이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 확고한 신념"이라며 "절차적 측면의 브리핑이 있을 수 있지만 서면 브리핑으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취재경쟁에 의해 너무 많은 문의가 와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관심을 갖고 취임하자마자 대책을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수원지검 특수부 시절 담당한 사건이 주요 일간지 1면 톱에, 제천지청장 시절 사건이 사회면 톱에 올랐다"고 강조하는 등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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