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등 선굵은 남성영화를 만들어온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도 반드시 봐야할 필견의 작품이다. 2시간 2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미국의 30년대를 주름잡았던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비장미 어린 남성영화의 우수에 어린 정조와 화려한 총격씬에 능한 마이클 만 감독답게, <퍼블릭 에너미> 역시 사실감 넘치는 총격액션씬을 선보인다. 존 딜린저로 분한 조니 뎁과 그를 잡고자 하는 FBI 수사관 멜빈 퍼비스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대결 역시 파워풀하게 그려낸다. <약속해줘!>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다. 원래는 2007년작이지만 한국에는 뒤늦게 개봉하는 즐거운 코미디다. 비록 과거 쿠스트리차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사회의식은 사라지고 다소 영화가 안이해졌다고 느껴지는 감은 있으나, 흥겨운 집시음악과 함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차네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다.
마이클 만이나 에밀 쿠스트리차처럼 묵직한 이름은 아니지만, 셰인 메도우즈 감독의 <디스 이즈 잉글랜드> 역시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소년의 성장담 위에 주로 가난한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던 인종주의 파시즘의 모습을 그려낸다. 아트하우스 중심으로 소규모로 개봉하는 영화로 화면의 질감도 거칠고 작은 영화이긴 하지만, 날카로운 사회의식과 유쾌한 웃음을 잘 조율해낸 데다 인종주의로 빠져드는 가난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에게서 연민을 거두지 않는 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수작이다.
▲ 불신지옥 |
감독 이용주
주연 남상미, 류승룡, 김보연
서울서 대학을 다니며 혼자 사는 희진(남상미)는 동생 소진(심은경)의 전화를 받은 뒤, 엄마로부터 소진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교회에서 기도에만 매달리고, 형사 태환(류승룡)은 희진의 신고를 받고도 소진이 가출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의 정미가 투신자살을 하면서 소진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평소 소진 모녀와 친했다는 아파트 주민들은 소진이 신들린 아이었다는 증언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비원 귀갑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태환은 소진과 연이은 자살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독교와 무속신앙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서로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신앙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친밀하고 유기적으로 엮일 수 있는 소재다. 이용주 감독은 데뷔작 <불신지옥>을 통해 이 둘을 훌륭한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면서, 이를 통해 불행과 비극 앞에서 나약하게 무너지거나 도피하기 위해 절박하게 남의 불행을 착취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특성들을 찬찬히 드러낸다. 어쩌면 신들림과 무당굿, 부적 등 무속의 요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사정없이 폭로한다는 점에서 호러라 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얽힌 비밀을 쫓는 스릴러에 가깝고, 한국사회의 어떤 특성들을 그대로 폭로한다는 점에서 사회파 영화이기도 하다. 인물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불신지옥>은 차근히 비밀을 풀어나가며 작지만 거대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완성해낸다. TV 드라마에서 언제나 발랄한 역할을 했던 남상미의 연기 변신이나 아역으로 발군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활약하고 있는 심은경의 연기도 좋지만, 특히 류승룡, 김보연, 장영남, 문희경 등 연기파 배우들의 충실한 연기가 영화를 더욱 믿음직스럽게 만들고 있다.
▲ 4교시 추리영역 |
감독 이상용
주연 유승호, 강소라, 박철민
같은 반 문제아 태규와 싸우다 주번을 맡게 된 전국1등 정훈(유승호)는 체육시간 잠시 자리를 비우고 교실에 돌아왔다가 태규가 처참하게 살해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평소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혼자만 지내 '커튼마녀'란 별명이 있는 추리소설광 다정(강소라)이 태규의 시체와 정훈을 발견한다. 정훈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한 다정은 그에게 체육시간 남은 40분간 함께 범인을 잡자고 제안한다. 수업시간에 운신의 폭이 좁은 학생보다는 교사 중 한 명이 범인일 것이라 생각한 소라와 정훈은 교무실과 학교를 오가며 진범을 알아내는 데에 골몰한다. 교내에서의 잔혹한 살인사건이 주는 충격과, 이후 10대 소년 소녀의 상큼발랄한 모험담과 풋사랑이 따로 논다.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나가거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세대와 연령을 막론하고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유승호의 인기에 안이하게 기댔다. 유승호에서부터 조연을 맡은 이영진, 박철민, 장석용까지,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의 괴로움과 고통이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주는 영화.
▲ 퍼블릭 에너미 |
감독 마이클 만
주연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1930년대 경제공황기, 존 딜린저(조니 뎁)는 개인의 돈엔 손을 대지 않은 채 거대 은행만 털거나 감옥에 수감돼도 유유히 탈옥하고 나오는 등 당시 FBI가 '공공의 적'으로 선포한 신출귀몰한 은행강도다. 결국 FBI는 100% 검거율을 자랑하는 일급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를 영입하고 그 뒤를 쫓게 하지만 존 딜린저는 번번이 멜빈의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은행 강도짓을 계속한다. 그러나 은행강도보다 마권 조작이 더 큰 이익을 안겨다주면서 조직범죄계에도 일대 변화가 일고, 존 딜린저는 점점 설 곳이 줄어든다. 멜빈 퍼비스는 이 기회를 이용해 존 딜린저를 압박해 들어간다. 실존인물 존 딜린저의 30대에서부터 죽음까지 그의 은행강도 행적과 사랑, 그리고 멜빈 퍼비스와의 대결을 담는다. <히트>와 <마이애미 바이스> 등에서 시가전과 개활지에서의 총격전을 인상깊게 찍었던 마이클 만답게 <퍼블릭 에너미>에 나오는 다수의 총격씬 역시 매우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한편, 특히 <마이애미 바이스>에서의 총격전 장면과 마찬가지로 마치 실제 총격전을 보는 것마냥 생생함을 안겨준다. 감독은 존 딜린저를 필요 이상으로 신화화하거나 낭만화하기보다는, 국가를 신뢰할 수 없었던 시대에 자신의 원칙과 도덕율을 밀고 나간 무법자와 법의 이름으로 그를 잡으려고는 하나 점차 두려움과 피로에 빠져드는 FBI의 대결로 그려낸다. 마지막 장면으로 치달을수록 영화를 휘어잡는 쓸쓸한 우수와 아이러니가 특별한 감동을 준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 외에도 빌리 크루덥, 채닝 테이텀, 스티븐 도프, 데이빗 웬햄, 지오바니 리비시, 릴리 테일러, 릴리 소비에스키 등 유수의 배우들이 기꺼이 조,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 약속해줘! |
감독 에밀 쿠스투리차
주연 우로스 밀로바노비치, 마리아 페트로뇨비치
차네는 산골 마을에서 괴짜 발명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자신이 죽은 후 차네가 혼자 남을 것을 염려한 할아버지는 차네를 도시로 보내 심부름을 시킨다. 할아버지가 차네에게 요구한 것은 이렇다. 일단 도시에 가서 소를 판 뒤 벽에 걸 성화와 기념품을 사올 것, 그리고 차네의 신부감을 데려올 것. 도시에 도착한 차네는 곧 아름다운 소녀 야스나(마리아 페트로뇨비치)를 만나고 그녀를 신부감으로 점찍지만 도시의 갱조직의 방해로 소도 잃어버리고 야스나 역시 갱조직의 두목에게 뺏길 위험에 처한다.<아빠는 출장중>,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등을 만들었던 세르비아 출신의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2007년작으로, 당시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신나는 집시음악과 기발한 슬랩스틱 코미디, 그리고 도시에서의 모험담을 섞어 요란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보기에 즐겁기는 하지만 과거 첨예하고 날카로운 사회의식은 사라졌다. 도시의 재개발업자가 갱 조직으로 설정되고 정치권과 결탁해 어린 소녀들을 착취하는 등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의식이 돋보인다기보다는 차네의 모험에 장애와 어려움을 주기 위해 기능적으로 설정된 면이 더 크다. 차네가 도시에 와서 겪는 소동들의 묘사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
▲ 디스 이즈 잉글랜드 |
감독 셰인 메도우스
주연 토마스 터구스, 스티븐 그레이엄
1983년, 영국. 아버지가 포클랜드 전쟁에서 돌아가신 뒤 소년 숀(토마스 터구스)의 삶은 답답하기만 하다.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학교에서 아이들한테는 놀림이나 받기 일쑤다. 어느 날 학교에서 싸움을 벌이고 돌아오던 길에 마을을 배회하는 스킨헤드족인 우디(조셉 길건)와 그 일행과 만나 친해진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어울려 놀면서 비로소 삶의 재미가 생긴 숀. 어느 날 우디 대신 옥살이를 했다는 콤보(스티븐 그레이엄)가 출옥해 돌아오고, 우디와 콤보 사이가 소원해진 가운데 숀은 콤보가 설파하는 인종주의에 점차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대처 수상 집권 당시 포클랜드 전쟁이 벌어지고 실업 등 사회적 불안이 높아만 가운데, 노동계급 사이에 어떻게 극우파 인종주의가 퍼지며 이들이 스킨헤드로 변해갔는가? 셰인 메도우즈 감독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해 이를 그려낸 영화로,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가운데 한 소년의 성장담으로도,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사회파 리얼리즘 영화로도 매우 훌륭한 수작이다. 2007년 영국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BAFTA상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연기 경험이 없다가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발탁된 토마스 터구스의 연기가 빛이 난다.
▲ 썸머 워즈 |
감독 호소다 마모루
가상 사이버 세계 '오즈'의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소년 겐지는 짝사랑하던 선배 나츠키의 부탁으로 그녀의 시골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졸지에 그녀의 남자친구 행세를 해야 하는 겐지는 대대로 내려오는 명망있는 무사집안인 그녀의 시골집에서 가족 전체를 호령하는 수장인 나츠키의 증조할머니 사카에와 대면하고 그의 대가족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온 첫날 밤, 수학천재인 겐지는 무심코 문자로 전해진 숫자 암호를 풀었다가 그것이 오즈를 해킹 암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상세계 안은 물론 현실세계에까지 큰 혼란을 야기한 인공지능 '러브머신'의 해킹에 앞서 겐지는 나츠키의 가족들과 모두 힘을 합쳐 거대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국내에서도 큰 팬층을 형성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차기작. 2010년 8월을 배경으로 사이버 가상세계를 중요하게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근미래 SF 액션이자, 시골집에서 새로운 가족과 만나고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는 소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전통적 가치와 최첨단 디지털이라는, 극과 극의 다른 요소들을 한 작품 안에 모으면서 다소 부조화한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모험과 액션과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가장 블록버스터스러운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시대 |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 마이크 써마이어
얼음이 녹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낸 뒤, 공식 맘모스 커플인 매니와 엘리는 2세 탄생 준비에 여념이 없다. 소외감을 느끼던 나무늘보 시드는 자신도 가족을 갖겠다는 욕심에 그만 공룡 알을 훔치고 만다. 공룡 세계가 한바탕 뒤집힌 가운데 공룡엄마는 알에서 태어난 아기 공룡과 시드를 모두 데리고 공룡 세계로 가버린다. 매니와 엘리, 시드와 검치호랑이 디에고까지 빙하기 친구들은 위험에 처한 시드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숲에서 만난 공룡사냥꾼인 애꾸눈의 족제비 벅의 안내에 따라 빙하기 친구들은 지하세계의 신비한 야생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CG 애니메이션 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픽사에 도전장을 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맘모스가 살던 빙하기의 시대와 공룡 시대를 병치해 새로이 무대를 넓힘으로써 재미를 더했다. 레이 로마노(매니), 퀸 라티파(엘리), 존 레기자모(시드), 데니스 리어리(디에고) 등 기존 <아이스 에이지> 팀들이 다시 모인 가운데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 벅을 위해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으로 재능을 과시한 영국 코미디언 사이먼 페그가 새로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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