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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만리장성 쌓은 몽염…진시황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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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만리장성 쌓은 몽염…진시황은 누구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 죽이기, 서민 죽이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사코 '4대강 살리기는 민생 살리기'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4대강 살리기'의 생태적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고, 사회적 실체는 '서민 죽이기'이다. 그것이 살리는 것은 오직 '토건족' 뿐이다.

내 생각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많은 전문가들의 설명을 전하는 것일 뿐이다. 서울대의 김정욱 교수(생태학)와 이준구 교수(경제학)는 대표적인 예일 뿐이다. 박창근 교수(토목), 김좌관 교수(수질), 홍종호 교수(경제), 박경 교수(경제), 변창흠 교수(지역), 홍헌호 박사(재정), 황평우 소장(문화) 등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살리기'는 사실상 망국적인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로서 '4대강 죽이기'이자 '서민 죽이기'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과연 맞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직접 강을 찾아가 볼 필요가 있다. '4대강 죽이기 범국민대책위'에서는 '국민 검증단'을 꾸려서 직접 국민의 발과 눈으로 '4대강 살리기'의 생태적 실체를 검증하기로 했다. 아마도 이를 통해 '4대강 살리기'의 생태적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이 다시금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우리 강은 4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생명 활동이 가장 왕성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탈 듯이 뜨거운 날이었지만 대기가 너무나 맑아서 뭉게구름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지난 일요일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북한강가의 벽계구곡을 다녀오면서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강을 찾으면 왜 강을 지켜야 하는가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도 직접 현장을 찾아보고 검증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칠 필요가 있다. 교수들은 많은 전문 지식을 쌓고 한 사회를 지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4대강 죽이기'처럼 현재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잘못된 토건 사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품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사실 일부 '정치교수'나 '업자교수'와 달리 많은 교수들이 '4대강 죽이기'에 대해 커다란 고통을 느끼고 있다. 너무나 잘못된 토건 사업이 권력에 의해 마치 군사 작전처럼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교수들은 국토를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로 파괴해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박정희식 군사적 성장주의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 통탄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7월 23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는 중앙집행위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남한강을 살펴보기 위해 여주에 다녀왔다. 월례 등산 모임을 여주의 남한강 답사로 바꿔서 다녀왔던 것이다. 여주 환경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의 안내로 진행된 이 답사는 그야말로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남한강은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서 발원해서 동강을 받아들여서 충주를 지나고 섬강을 받아들여서 여주를 지나고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수해서 미사리를 지나 서울로 흘러든다. 오대산과 치악산에서 벌목한 금강송들은 남한강을 뗏목으로 지나서 서울로 옮겨졌다. 모든 강은 자연과 생명과 역사의 원천이다. 남한강은 더욱 더 그렇다.

우리는 일단 신륵사를 들렀다. 천년고찰 신륵사는 강가에 세워진 유일한 절로서 더욱 더 각별한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희한하게도 신륵사의 대웅전은 남한강을 향하고 있는데 본래 남한강이 신륵사의 주요 통로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신륵사에는 산문이 아니라 강문이 있었던 것이다. 그 안쪽 강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전탑, 즉 구운 벽돌로 만든 탑이 세워져 있다. 이것도 역시 남한강을 다스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그만큼 신륵사와 남한강은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신륵사에서 멀지 않은 하류에 거대한 보를 건설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계획대로라면 남한강은 시멘트 호안으로 뒤덮인 시멘트 수로이자 시멘트 보로 가로막힌 시멘트 저수지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신륵사의 정체성도 당연히 크게 훼손되고 말 것이다.

전탑 아래 강가의 바위 위에는 팔각정이 있다. 그곳에서 강을 바라보면 바로 아래는 깊은 물이 빠르게 흐르고 건너편에는 여울과 자갈밭과 모래톱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상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강가가 온통 짙푸른 초록빛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생명의 습지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강의 참모습이다. 우리의 강은 모두 이렇게 여울과 자갈밭과 모래톱과 습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울과 자갈밭과 모래톱과 습지를 그저 골재나 부동산으로 여기고 자행되는 개발은 강을 죽이는 것이고 우리의 생명을 포함해서 강이 기르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며 강과 함께 어우러져 발전해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죽이는 것이다.

우리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우습게 여겼던 박정희의 개발독재 이래 반생태적 강 개발이 계속 자행되었다. 전두환의 한강종합개발사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두환은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을 흉측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시멘트 수로로 파괴해 버렸다. 이제 남한강도 전두환식으로 파괴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공공연히 전두환의 한강종합개발사업을 '4대강 살리기'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두환의 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대대적으로 파괴한 '한강종합파괴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한강문화>와 같은 서울시의 공식자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말로 우리가 '4대강 살리기'를 하고자 한다면, 바로 여주의 남한강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강가를 뒤덮고 있는 시멘트 호안을 상당 부분 거둬내고 상당수의 댐과 하구언을 해체하고 강이 본래대로 구불거리며 자유롭게 흘러서 여울과 자갈밭과 모래톱과 습지가 다시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강 살리기'이다. 우리는 여주의 남한강을 걸으며 강이란 무엇인가를, 서울의 한강이 거대한 시멘트 수로이자 시멘트 저수지라는 것을 온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여주의 남한강에는 바위늪구비 습지라는 거대한 습지가 있는데 이곳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단양쑥부쟁이'의 생육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중한 곳이 '4대강 죽이기'에 의해 곧 완전히 파괴되고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남한강을 걸으며 우리는 이곳이야말로 선진국의 기준으로 세계적인 여행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을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며 시멘트로 뒤덮어 파괴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잘못이라는 것을 그곳의 모든 생명들이 우리에게 깨우쳐주는 것 같았다. 답사를 마치고 '강천 매운탕'이라는 강가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문에는 능소화가 화창하게 피었고, 마당에는 등나무가 초록빛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담장 곁에서는 자귀나무가 한창 꿈결 같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남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로 끓인 매운탕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이 우아한 식당과 맛있는 매운탕도 머지않아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매캐한 분노와 슬픔이 치밀었다.

▲ '4대강 죽이기'는 만리장성보다 더 나쁜 사업이다. 사마천이 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보면 어떻게 기록할까?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4대강 살리기'의 생태적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그 사회적 실체는 어떤가? 이에 대해서는 사실 이준구 교수나 홍헌호 박사의 설명을 들을 것도 없다.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과 이경재 의원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에 너무 많은 재정을 쏟아 붓기 때문에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살리기 위한 재정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빈민을 위한 기초생계비조차 축소하는 것이 그 적나라한 실상이다. 그런데 상반기에만 무려 31조 원을 토건사업에 퍼부었으나 토건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8만개나 줄어들었다. '4대강 살리기'로 서민을 살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새빨간 거짓말'인 것 같다. 서민이 살기 위해서는 서민을 죽이는 '4대강 살리기'를 죽여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미디어 장악법'에 대한 국민의 비판에 대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완전 어이 없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색깔론'도 잘 쓰지만 아무래도 '오해론'과 '세뇌론'의 대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은 '미디어 장악법'의 문제는 물론이고 '4대강 죽이기'의 문제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미디어를 장악해서 일방적인 홍보를 강화해도 진실을 막을 수는 없다. 히틀러도, 박정희도, 진실을 막지 못했다. 진실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은 그저 또 하나의 잘못을 더하는 것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주의 남한강에 가서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면, '오해론'과 '세뇌론'의 주박에서 풀려나지 않을까?

수요일 저녁마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는 농성장이 있는 조계사 마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강을 지키기 위한 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주의 남한강까지 가기 어렵다면 이곳에 와서 시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곧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시인하고 폐기하게 되지 않을까? 이도 저도 다 하기 싫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이라도 솔직히 밝히기를 바란다. 사실은 무엇인가? '4대강 살리기'의 목표는 '대운하 살리기'이고 '토건족 살리기'이며, 그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고 '서민 죽이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거짓말을 강요하는 '지록위마'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위대한 사마천이 <사기>에서 몽염의 비참한 최후에 대해 남긴 말을 여기에 옮기고 싶다. 몽염은 진나라의 대장군으로서 세계 최대의 구조물인 만리장성을 완성한 인물이었다. 이런 그가 처형을 당하게 되자 그는 만리장성을 쌓느라 지맥을 끊어서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자살했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엄중히 비판했다.

"몽염은 명장으로서 (…) 인민의 궁핍을 구제하고 또 노인을 부양하고 고아를 보육하여 민중에게 평화로운 생활을 가져다주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시황제의 야심에 추종하여 거창한 공사를 일으켰다. 이것이 그의 형제가 사형을 받은 이유로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무슨 지맥을 끊은 죄란 말인가." (<사기열전>, 홍석보 옮김, 삼성출판사, 290쪽)

'4대강 죽이기'는 만리장성보다 더 나쁜 토건사업이다. 그것은 우리의 생명이 달려 있는 수원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모두 사마천이 몽염을 비판한 것을 떠올리며 '4대강 죽이기'의 문제를 지적하게 되지 않을까? 백성을 돌보지 않고 엉뚱한 대규모 토건 사업을 벌여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제 몸까지 망친 몽염의 잘못이 지금 여기에서 더욱 더 대대적으로 자행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여기서 시황제의 야심보다 '토건족'의 야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토건국가가 문제의 원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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