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농성자 640여명 가운데 48% 구제, 52%는 해고
노사 양측은 그간 쟁점이 되어왔던 무급순환휴직에 관련해서 농성 참여 인원의 48%를, 나머지 52%는 희망퇴직 등 사실상 해고하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이 지난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영업직 전환을 위해 영업직군을 신설한 뒤 전직 지원금을 매달 55만 원씩 1년 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대리점 영업 사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형사상 고소 고발은 최대한 선처되도록 노사가 노력하고, 민사상 책임은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취하하기로 했다. 또 대주주인 상하이차 지분에 대해 감자를 통해 대주주 지분을 변경할 것도 약속했다.
양 측은 이날 오전 12시부터 최종 협상을 벌여 이 같은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실무협의를 통해 정리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파업 조합원에게 알리고 총회를 거쳐 이날 저녁 6시 평택공장 본관에서 사 측과 조인식을 진행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이날 도장2공장에서 열린 보고대회에서 "죄송하다"고 했다. 한 지부장은 "정리해고를 철회하지는 못했지만 (해고된 사람도) 조기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지부장은 조인식 이후 경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깊은 감정의 골을 치유해나가는 등 회생계획안을 차질없이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 최종안보다 후퇴한 합의안…이유는?
이번 합의 내용은 지난 2일 결렬된 교섭에서의 최종안보다 한참 후퇴된 것이다. 당시 사 측은 정리해고자 976명 중 40%를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환 등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60%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분사 후 우선 재고용, 협력업체 재취업 등 사실상 고용관계를 정리하는 안을 내놓았다. 당시 노조는 '농성자 전원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해 교섭은 끝내 결렬된 바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리해고 인원이 60%에서 52%로 8%포인트 낮춰져 노조가 조금 더 얻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비율을 정하는 기준 인원이 976명의 정리해고자가 아니라 현재 농성 중인 640여 명의 조합원이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구제'된 인원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이 같은 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 측과 정부, 협력업체까지 동원된 전방위적인 압박과 휘유책, 그리고 내부 동력의 상실 때문이다. 지난 2일 사 측의 교섭 결렬 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이탈자가 발생했고, 5일 경찰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 이후에는 100여 명이 농성장을 떠났다.
▲극한으로 치달았던 정리해고를 둘러싼 쌍용차 노사 갈등이 6일 노사 합의로 종결됐다. ⓒ연합뉴스 |
쌍용차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까?
비록 이날 노사 합의로 지난 1월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불거진 노사 갈등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쌍용차가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쌍용차는 2~3일 안에 시설을 점검하고 훼손된 설비를 복구하면 앞으로 열흘 이내에 생산재개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산이 재개되면 당초 계획한 올해 2만7000대 생산이 가능해져 기업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예정대로 회생 절차를 밟는 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시설 운영자금은 아직 출고되지 않은 차량을 팔아 확보하고 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지원받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점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손실액이 생각보다 막해한 데다, 영업망도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월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도 3대 단서조항을 달며 지속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만큼 재정상황은 좋지 않았다. 삼일회계법인이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276억 원으로 청산가치 9386억 원보다 3890억 원이 많은 것으로 산정했던 것은 파업 이전이었다.
정부가 쌍용차에 대한 직접 지원에 부정적인 것도 쌍용차 앞에 놓인 장애물이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채무를 보증해 준 GM대우와의 형평성 논란이 존재하지만, 노사 갈등이 해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반대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감정의 골 해소도 어려운 과제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측과 노동자간 갈등, 파업 참여 노동자와 살아남은 노동자 사이의 갈등도 쌍용차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됨에 점거 노조원과 비점거 노동자간 감정의 골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회사 정상화의 관건이다.
도장 공장 진압 작전에 투입된 사측 직원들과 점거 노조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교섭이 타결되기 전날까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사측 직원은 "점거 파업에서 나오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다. 점거 노조원 역시 "자기들만 살겠다는 이들과는 상종하기 싫다"며 서로를 원수 취급했다.
법원에서는 오는 9월 15일 쌍용차가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뒤 다시 한 번 쌍용차의 운명을 판단할 계획이다. 그 계획안이 법적 요건에 맞고 이행 가능한 안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제출일로부터 1∼2개월 내에 집회를 열고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심리해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이 동의하면 쌍용차의 법정관리 상태는 지속되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다.
앞으로도 쌍용차의 갈 길은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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