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YTN 사장은 "사실상 경질(중앙일보)"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전격 사퇴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경영진의 인사권 등을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지적 때문(동아일보)"이라고 한다. 구본홍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선언했지만 여기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조선일보)"이라고 한다.
조중동의 분석대로라면 정부가 뭔가 작심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뭘까? 취임한 지 1년 밖에 안 된 구본홍 사장을, 그것도 노조와의 오랜 갈등을 일단락 짓고 회사를 일단 안정화 시킨 구본홍 사장을 갑자기 "경질"한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는 민영화를 전망한다. 공기업의 지분 38%와 KT&G의 지분 19.95%의 매각을 촉발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중앙일보'는 구본홍 사장보다 더 강성의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방송법 개혁 등으로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YTN을 지금처럼 방치해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더 센 사장을 앉힐 것이라고 내다본다.
능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의 수순을 생각하면 기정사실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구본홍 사장 사퇴는 '쓰나미' 급의 방송판 흔들기 시나리오의 서막이다.
▲ 구본홍 YTN 사장 ⓒ프레시안 |
강성 인사를 사장에 앉혀 노조를 '진압'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면 본보기가 된다. YTN 뿐만 아니라 여권이 '노영방송'으로 규정하는 MBC에도 본보기가 된다. 본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YTN을 상대로 '노조 진압 후 민영화' 시나리오를 실현시키면 MBC를 고립시키면서 MBC 내부에서 대세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 오히려 이 시나리오가 화를 부를 수도 있다. YTN을 지렛대 삼아 MBC를 고립시키는 게 아니라 YTN과 MBC 노조의 연대투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두 노조가 동병상련의 이해공동체로 묶여 강력한 저항전선을 펴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100일 투쟁에 돌입한 민주당은 물론 시민단체와 연합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모를 리 없다.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려 한다. 도대체 뭘 믿고 돌파 태세를 갖추는 걸까?
힘이다. 정부는 힘이 세고 민주당과 방송 노조는 힘이 약하다고 정부는 판단할 만하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원천무효 100일 투쟁에 들어갔지만 전면전을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판단할 만하다. 너른 들판에서 진을 펴는 전면전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유격전을 펴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세 규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금상첨화다. 이런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정부 손을 들어주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 민주당 등이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날로 민주당의 100일 투쟁은 동력을 잃는다. 더불어 방송노조의 병참선도 끊긴다. 정부가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불가피성이다. 정부에겐 내친 김에 달려야 하는 사정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언했다. 연말까지 복수의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맞춰야 한다. 방송통신위가 실제로 이 일정표에 따라 일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시장에 내놓을 채널 수를 정리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나아가 지상파까지 합쳐 몇 개를 시장에 내놓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래야 고객으로 하여금 채널별로 주판알을 튕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내년 지방선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방송판 정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심정으로 밀어붙여 상황을 조기에 매듭짓고 여론지형을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
변수는 별로 없다. 정부의 앞길을 막을 장애물은 따로 없다.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를 제외하면 변수는, 아니 관건은 오직 하나다. 역시 힘이다.
민주당의 100일 투쟁은 10월 중순이면 끝난다. 실무절차를 감안하면 정부의 방송판 흔들기도 이때 쯤이 돼서야 본궤도에 오를 것이고, 방송 노조의 저항도 그에 맞춰 정점을 찍을 것이다.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이 100일 투쟁을 통해 유격전을 전면전으로 전환시킬 만큼의 세를 모을지가 관건이다. 방송노조의 저항이 시청자들에게 방송장악 우려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0월이다. 이 때가 되면 방송판과 정치판의 윤곽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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