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에 대한 관세 감축폭 등을 결정할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DDA 농업위원회 팰코너 의장의 중간보고서(팰코너 보고서)가 22일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그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들 사이에 전개돼 온 농업협상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우리에게 민감한 현안인 쌀시장 개방 문제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팰코너 보고서는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율 상한제 도입에 대한 협상국들 사이의 논의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공개된 팰코너 보고서는 선진국 그룹에서의 협상과 관련해 "관세율 상한을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회원국들과 75~100%로 도입하자는 회원국들이 맞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개발도상국들 사이의 협상에 대해서도 "관세율 상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회원국들과 150%의 상한을 두자는 회원국들이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그동안 DDA 농업협상에서 쌀에 대한 '관세율 상한제' 도입 여부에 대해 협상국들 사이에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제안들이 나오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팰코너 보고서의 이런 내용은 정부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DDA 농업협상에서 쌀 관세율 상한제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설명해 온 것과는 전혀 다르다.
***송기호 변호사 "DDA 협상이 기존 쌀 협상안보다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의 팰코너 보고서가 공개됨으로써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도되고 있는 쌀 협상 비준안의 상정, 처리 문제와 관련해 "DDA 협상 추이를 더 지켜본 뒤 쌀 협상안에 대한 비준 절차를 밟아도 늦지 않다"고 강조해 온 민주노동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더 힘을 받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DDA 협상 결과가 기존의 쌀 협상안보다 더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쌀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팰코너 보고서는 이같은 정부 입장의 근거를 일부 허물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쌀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 팰코너 보고서를 통해 명백해졌다"며 "DDA 협상의 최종 결과를 지켜본 후에 쌀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특히 "DDA 협상이 지연되더라도 그 협상의 최종 결과 자체는 기존의 쌀 협상안보다 더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쌀 협상안을 비준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2월 중순에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WTO 각료회의도 농업협상이 난항을 거듭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농업 분야를 포함한 전체 DDA 협상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등의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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