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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 발아래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철학자의 서재]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기초서

곤충의 세포 및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제임스 B 나르디는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노승영 옮김, 상상의숲 펴냄)에서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친 흙을 비옥한 흙으로 바꾸는 생물들의 협력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여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암석이 세균이나 식물 뿌리와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지, 흙에 사는 각각의 미생물과 동물이 토양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은 무엇인지, 이들이 흙의 건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흙속 생물과 어떻게 힘을 합쳐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여야 할지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2009년 현재 70억 명에 달하는 인류가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사회가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인류의 영양과 건강, 지구의 생존,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구환경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흙 속은 경이로운 소우주

▲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제임스 B 나르디 지음, 노승영 옮김, 상상의숲 펴냄). ⓒ프레시안
흙은 암석으로부터 날씨와 식물의 집요한 공격 속에 느리고 고된 과정을 겪고 만들어진다. 흙이 1센티미터 쌓이는데 대략 200년에서 400년은 걸린다. 좋은 흙, 건강한 흙은 무기물 세계와 유기물 세계가 결혼해야 탄생한다. 살아 있는 생물이 마지막으로 흙을 형성하고 완성한다.

초창기 지구에는 흙도 식물도 없었지만, 암석과 비, 바람, 햇빛, 얼음의 공동 작업으로 최초의 광물성 흙이 탄생했다.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에 최초 개척자가 죽어 영양소를 더하게 되고, 이후 새로 태어난 세대의 유산이 된다. 이것을 먹고 사는 식물과 식물의 뿌리 그리고 이들과 공생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도움으로 흙은 더욱 빠르게 형성된다.

지구상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은 햇빛과 무기물질로 영양분을 만들어 살아가고 자손을 번식한다. 질소는 우리 공기의 4분의 3을 차지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은 거의 없었다. 초창기 지구에서 번개에 의해 생긴 질소를 식물이 이용하였지만, 이후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세균과 방선균이 나타나 질소를 고정하게 되면서부터 식물뿐만 아니라 그것을 먹는 동식물들이 더욱 번성하게 된다.

식물들은 질소를 얻기 위해 세균들과 공생하고, 식물뿌리는 균사와 결합해 당과 에너지를 주는 대신에 질소와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물과 무기물을 얻는다. 식물뿌리는 자라면서 다양한 성질의 흙을 여행한다. 호밀은 넉 달 동안 뿌리가 1500개, 600킬로미터이상 되는 길이로 자라고, 뿌리털까지 포함하면 1만 킬로미터가 넘고, 접촉한 흙도 650제곱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식물은 흙속에서 무기물을 캐내어 땅 위에 사는 동물들이 18가지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식물은 흙에 있는 영양소를 먹으며 살아가고, 죽은 뒤에는 자신의 모든 원소를 흙에게 돌려준다. 이 과정에 분해자가 개입한다. 그 중 토양의 미생물과 동물들이 생물의 잔해들을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하여 유기물을 흙에 보탠다. 분해자 중에는 다른 분해자가 소화시킨 유기물을 더 좋아하는 녀석도 있어, 유기물은 수차례 배속을 순례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분해자의 똥 분해자, 즉 분생 생물은 다른 토양 동물들이 배출한 똥을 소화시키고, 이렇게 더 잘 소화된 부식질은 흙에 있는 동안 흙의 특성에 큰 영향을 준다. 부식질은 신선한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중간 단계로서 칼슘이나 칼륨 같은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여러 양이온군과 결합해서 이들이 흙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구실을 함으로써 흙의 성질에 영향을 준다.

19세기 과학자들은 식물이 자라는데 반드시 필요한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고, 어떤 비율로 사용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러면 흙이 식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양소를 공급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와서는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토양구조가 식물생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식질과 부식질의 원료가 되는 유기물이 토양구조에 영향을 준다. 흙이 침식되지 않도록 붙들거나, 흙 입자 사이에 빈틈을 만들어 공기와 물이 쉽게 드나들도록, 뿌리가 흙을 뚫고 잘 자라도록, 토양 동물이 힘들이지 않고 흙 속을 돌아다니도록 만든다. 지렁이같이 통로를 만들고, 굴을 파고, 흙을 파고 뒤엎는 생물에 의해 무기물이 풍부한 땅속의 흙과 유기물이 풍부한 땅 위의 흙이 뒤섞여서 순환 된다.

생산자 식물과 이렇게 먹이그물로 연결된 생물들은 흙 1제곱미터에서도 그야말로 소우주를 이루며 살고 있다. 그 생물들을 동물과 원생동물들 세균과 방선균 층으로 개체수의 크기별로 배열하면 피라미드 모양이 된다. 척추동물 한 마리, 달팽이와 민달팽이 100마리, 애지렁이와 지렁이 3000마리, 곤충과 다지류, 거미, 좀붙이 5000마리, 윤형동물과 완보동물 1만 마리, 톡토기 5만 마리, 진드기 10만 마리, 선형동물 500만 마리, 원생동물 100억 마리, 세균과 방선균 10조 마리가 흙 1제곱미터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 먹이그물을 통해서 살아 있는 생물과 죽은 생물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한 흙 속의 무기물과 물, 이산화탄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며, 흙 속의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에서 이뤄지는 영양소의 흐름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생물의 잔해와 흙에 있는 영양소가 분해자, 부식자, 분식자, 땅을 파는 생물의 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여준다. 마치 발아래의 흙속을 때로는 현미경으로 들여 보듯이, 때로는 실험실의 한 구역인 것처럼 직접 관찰하고 있다는 착각이 생길정도로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정보상자를 통해 생물들의 보통명, 분류, 먹이그물에서 차지하는 위치, 텃밭에 미치는 영향, 생물의 크기, 전 세계에 서식하는 종의 수, 척추동물의 경우는 수명과 임신 기간까지 보여주며,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을 통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간이 직면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

이 책은 인간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흙의 침식을 막고. 토양구조를 유지하여야 한다. 인류가 나타나기 전에는 100만 년마다 평균 27미터씩 침식되었다고 한다. 인류가 나타나고 100만 년마다 365미터씩 침식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이 들어 있는 건강한 흙은 인간의 활동 때문에 다공성 구조를 잃어버리고 영양소와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게 토양구조가 파괴된다. 고대의 나일강은 비옥하여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댐을 쌓고, 강 주변의 숲을 베자 나일강 유역의 농업은 값비싼 비료에 의존해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녹색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2009년부터 시작될 8억 톤에서 16억 톤의 토사를 준설하게 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정작 강을 살리기 보다는 유사이래의 생물학적 최대의 비극과 인간적인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봐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의 자원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기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이 공유해야 할 자산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 또한 자연의 질서에 따라야 하며, 자연을 지배하지 말아야 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와 지구환경의 보전을 위해서는 모든 인간 활동이 환경의 수용력 범위 내에서 일어나고 유지되어야 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른 생물이나 미래 세대의 요구를 희생하지 않고 공급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전이 우선이고,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생이 가능하도록 사용하여야 한다.

지나친 비료 사용을 피하여야 한다. 화학비료를 끊임없이 뿌리는 이유는 흙의 생산성을 높이면 그만큼 비옥도도 높아진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유기농법이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전통 농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먹을거리조차 농약과 비료로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농약은 목적하는 바 생물에 닿을 확률이 0.5퍼센트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흙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비료도 식물이 흡수하기 전에 대부분 씻겨 내려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땅을 산성화시키고, 유해물질을 생성하여 미생물을 살수 없게 하며, 산화질소가 되어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이 되기도 한다.

석유 위에 떠 있는 것이 바로 현대 농업이다. 비료와 농약은 석유로부터 만들어지고 농기계는 석유의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호모오일리쿠스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가 먹는 토마토의 70퍼센트가 석유로부터 나오는 셈이라고 한다. 이쯤이면 인류는 이제 석유를 먹을 것인가 자연을 먹을 것인가 선택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책은 질소를 고정시키는 공생 뿌리혹균, 방선균 등의 미생물들은 해마다 질소를 1,400억 킬로그램을 고정하며, 인간이 산업자원으로 생산하는 질소 화학비료보다 2배 이상의 양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산성비의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산성비는 자동차, 공장, 발전소 등에서 뿜어낸 산화황과 산화질소가 구름 속에서 수분과 결합해 내리는 비다. 산화질소의 일부는 흙에 비료를 지나치게 주어 발생하기도 한다.

흙에는 수소에 의해서 식물 뿌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양이온들이 불수용성 화합물 형태로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지만, 산성비로 인하여 토양이 산성화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흙의 수소이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알루미늄이나 카드뮴과 같은 유독성 양이온이 부식질이나 점토 입자와 결합한 수소 이온의 자리를 빼앗는다. 또한 부식질이 부족한 흙에서는 영양소가 빗물에 재빨리 씻겨 내려가 흙에 크나큰 피해를 준다. 산성비는 흙 속의 산도를 높여 땅속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땅 위와 땅속 생물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퇴비를 만들어서 흙을 살리자. 녹색식물은 광합성을 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물, 무기물, 에너지를 이용해 유기화합물을 생산해 잎, 목질부, 열매를 형성한다. 퇴비에서는 그 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분해자들이 유기물인 식물을 분해해 이산화탄소, 물, 무기물,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성분들은 살아 있는 동식물로부터 토양분해자에게 전달되고, 토양분해자는 다시 동식물에게 돌려줌으로써 순환이 이뤄진다.

녹색혁명은 농업이라는 평화로운 땅에 무기산업과 신자유주의 자본이 결합함으로써 일어났다. 무기 산업은 신자유주의 다국적 자본을 만나 폭탄원료인 질소는 비료산업으로, 독가스는 살충제 농약산업으로 전화하게 된다. 생산량 증대를 앞세운 녹색혁명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을 초토화시키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통과 종자, 농기구, 농약, 비료를 휩쓴 다국적 기업은 전 세계인들에게 어디서 생산했는지, 유전자를 조작하였는지, 유통과정이 어떤지, 어떤 처리를 하고 먼 곳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자신이 먹을 것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이윤을 위해서 농사를 짓도록 만들고 있다. 지역 시장에 내기 위해서 생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생산하지만 지역에서 농산물을 팔 때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생산자도 이득을 얻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 없이 농약과 비료에 의해 생산된 출처불명의 싼 먹을거리를 얻기에 급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로 이동한 먹을거리에서 파생되는 부식질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염원으로 전락하였다. 생태계 질서가 기초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먹을거리(로컬푸드) 운동과 제대로 지은 먹을거리(슬로푸드) 운동,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가와 연대하는 생협 운동은 이와 같은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류가 자연을 더 이상 착취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엉터리 녹색혁명과 녹색성장은 포기하여야 한다, 다국적 기업과 신자유주의 자본,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삶을 극복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멈추고, 발아래 흙과 그 속에 살고 있는 경이로운 생명의 소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자.

'철학자의 서재'는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평 연재입니다. 매주 주말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 선정한 책을, 철학자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쓴 서평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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