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에
3학년 교실 앞에 트럭 한 대가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후
수학능력시험을 끝낸 고3학생들이, 그동안 공부했던 책들과 노트들을
아무런 미련 없이 그 트럭에 이상한 미소와 함께 던져 넣는다.
던져지는 책과 노트 속에는 인쇄된 활자 뿐 아니라
3년 동안 학생들이 열심히 받아 적었던 작은 글자들도 빽빽이 숨어 있다.
미련 없이 버려지는 책과 책속의 땀과 눈물들.
책이나 노트에 적어 놓은 지식의 파편들을
자신의 소유인 양 착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책이나 노트에 적어 놓은 지식의 파편들은 자기 지식이 아니다.
트럭에 실려 환송도 받지 못한 채 고물상으로 갔다가
다시 제지공장으로 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존재일 뿐이다.
설령 자신의 책장에 곱게 진열해 놓는다고 해도
할 일도 많고 보아야 할 책도 많고 컴퓨터도 있는데 용도 폐기된 그 책이나 노트를
다시 펼쳐볼 여유가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책이나 노트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지식들은 자신의 지식이 결코 아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만을 자신의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이나 노트에 적으려 노력하지 말고 머리에 저장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책이나 노트에 받아 적는 행위는 순간의 자기만족일 뿐
그 이상은 결코 아니다.
수업시간은 분명히 받아쓰기 시간이 아니어야 한다.
선생님과 책이 전달해 주는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수업이 끝난 후에 자기 것으로 만들겠노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어리석은 학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공부해야할 결코 적지 않은 또 다른 공부꺼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 하루 7시간이다. 사교육까지 합하게 되면 12시간이다.
강의 듣는 시간은 많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다.
미루지 말고 바로 바로 기억하려고 노력해야하는 이유이다.
책이나 노트에 받아쓰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트 필기만 열심히 하였던 학생, 결국 성적 향상에 실패하였던 학생은
"머릿속에 남은 것은 글씨 썼던 생각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루지 말아야 한다. 지금 밖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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