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장악 법'을 위해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을 딸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함으로써 비인간성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만일 이대로 '미디어 장악 법'이 발효된다면, 과연 우리가 방송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방송을 이용한 사실의 조작에 트위터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부분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서민 행보'를 보자. 일부에서는 이것을 '서민 행보'가 아니라 '서민 구경'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민 구경' 쪽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이문동에 이어서 괴산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행태는 서민을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KBS와 비슷하게 MBC의 경영진과 제작진이 확 바뀌고, 이어서 '미디어 장악 법'에 의해 '조·중·동 방송'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인터넷으로 많은 개인들이 사실을 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방송에서 매일 그럴 듯하게 '서민 행보'를 미화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민 행보'를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말 것이다.
방송의 사실성은 극히 강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은 투명하게 제작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되면서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자기도 모르게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뻥'을 치는 습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분명히 그런 사람도 있지만, 텔레비전의 강력한 사실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전개되는 실시간 동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직접 사실을 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미디어 장악 법'을 결코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미디어 장악 법'의 통과는 명백히 독재를 향한 진군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재투표와 대리 투표라는 불법마저 저질렀다. 재투표도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완전히 불법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대리 투표는 김승환 헌법학회장의 지적대로 명백한 범죄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리 투표를 밝히기 위해 민주당은 국회 사무처에 국회 CCTV의 영상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민주당의 요청을 거부했다. 국회 사무처는 헌법을 무시하고 법률을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한 범죄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개인 정보 보호를 중시했던가?
한나라당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절차 민주주의마저 철저히 짓밟았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한 모양이다. 그러나 대체 무엇을 이해하라는 것인가? 독재를 향한 진군이 시작되었으니 상황을 잘 이해하고 저항하지 말라는 것인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염천에 아스팔트에서 선동하는 민주당'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염천에 시원한 국회에서 대리 투표하는 한나라당'이 아닌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치 파업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정치 범죄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지 않는가?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의원직 사퇴는 쇼'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미디어 장악 법 불법통과는 쿠데타'가 아닌가?
어느 모로 보더라도 한나라당이 훨씬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비난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잘못을 사과하고 '미디어 장악 법'의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대다수 국민이 명백히 반대하고 있는 '미디어 장악 법'을 폐기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미디어 장악 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강력한 반국민의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결국 '미디어 장악 법'을 지지하고 나서서 '여자 이명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 중대한 문제에서 그녀는 결국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을 거부했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무조건 '미디어 장악 법'의 후속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폭력과 불법으로 통과되었을지라도, '사사오입' 개헌보다 더 나쁜 잘못으로 제정되었을지라도, '미디어 장악 법'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미디어 장악 법'에 매달리는 것인가? 고용을 증대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지 않았는가? 방송을 장악해야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있고, 사실상 독재를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국민을 무시하며 '미디어 장악 법'을 강행한 것이 아닌가? '미디어 장악 법'은 실은 '한나라당 독재'의 주춧돌이 아닌가?
▲ 민주당을 '불량 야당'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불량 여당'이다. 미디어법 무효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 ⓒ프레시안 |
국민의 반대가 거세게 일어나자 한나라당은 천연덕스럽게 '민생'을 주장하고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불량 야당'이라고 부르며 이제 민생을 챙기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과연 민생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가? 한나라당은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미디어 장악 법'을 강행하기 위해 민생을 철저히 외면하지 않았는가? 비정규직 연장을 강력히 획책하면서 민생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주장을 접하고 한나라당이야말로 '불량 여당'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나라당이 '불량 여당'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반민주성이다. '미디어 장악 법'에서 잘 드러났듯이 한나라당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절차 민주주의조차 철저히 무시했다. 애초에 '조·중·동 방송'을 만들어서 미디어를 장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민주적인 것이었다. 이렇듯 반민주적인 법을 민주적으로 제정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한나라당은 진즉에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커녕 한나라당은 불법으로 '미디어 장악 법'을 제정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대리 투표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민주당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서도 한나라당은 국회 사무처에 국회 CCTV의 영상 자료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반서민성이다. 부자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뽑기 위해 서민들의 가슴에 말뚝을 박는 것이 서민정책인가?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닌가? 부자에게는 감세 케이크를 선물하고 서민에게는 세금 폭탄을 던져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최대 치적이 아닌가? 서민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비정규직에게 계속 비정규직으로 살라고 강요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아닌가? '강부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관통하는 한줄기 붉은 실이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제발 서민을 운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셋째, 반민생성이다. 민생은 '서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 즉 '복지'를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복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욱이 부자에게 감세 케이크를 안겨주고 망국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을 강행하면서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서민에게 세금 폭탄을 던져주는 동시에 '복지'를 축소하고 있다. 예컨대 2010년에는 전국적으로 32만 명에 이르는 한시적 급식 지원 아동들이 굶어야 한다. 3년 전에는 여름방학 때 80장씩 받던 급식지원 쿠폰을 지금은 30장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반서민성'은 '반민생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제발 민생도 운운하지 말기 바란다.
넷째, 반생명성이다. 용산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은 다섯 명의 철거민이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병원의 냉장고 속에 누워 있다. 진압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명백한 사인이었다.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인간에 대한 예의'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사과를 정 할 수 없다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러한 당연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반년이 넘도록 한나라당은 이 참담한 죽음을 무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에게 서민의 생명은 무가치한 것인가? 한나라당은 그들을 무시해야 마땅한 '폭도'로 여기고 있는가?
다섯째, 반경제성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명백히 '한반도 대운하 1단계 사업'에 해당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준설과 보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이 사업의 실체는 분명히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1단계'이다. 운하의 속도는 경운기보다 느려서 아무런 경제성도 지닐 수 없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강을 죽었다고 우기면서 대대적인 준설과 보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어떤 경제성도 지닐 수 없다. 그것은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막대한 혈세를 탕진해서 소중한 생명의 강을 파괴하고 '강부자'를 비롯한 토건족의 배를 불리는 것이다.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모든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나아가 정당은 현재 세대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이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독재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어떤 선동이나 괴담의 영향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다. '미디어 장악 법', '비정규직법 개악', '4대강 죽이기' 등이 생생히 입증했듯이 한나라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너무나 큰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불량 여당'의 퇴출 운동은 언제나 필요하다. 내일은 그 대상이 다른 정당으로 바뀔지 몰라도 오늘은 분명히 그 대상이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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