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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울타리 넘어서는 민주노총 되어야"

민주노총 창립 10주년 기념 토론회

민주노총은 11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민주노총(혹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그간 위기론 논쟁에서 등장한 △대표성의 위기 △자주성의 위기 등이 모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토론회였다.

***신광영 "기업 울타리 넘어서는 노조운동 돼야"**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잇따른 노조 간부 비리사태로 불거진 도덕성의 위기는 어쩌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기일 수 있다"며 "보다 심각한 위기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표성의 위기'를 강조했다.

신 교수는 노조 조직율과 교섭적용범위의 취약성을 근거로 '대표성의 위기'를 주장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2000년 기준) 노조의 조직률은 11%, 교섭적용범위는 14%에 불과하다. 영국, 미국, 일본, 독일 등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비율이다.

신 교수는 "한국 노동계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라며 "11~12% 정도가 노조를 통해서 대변되고 있으며, 나머지 88~89% 노동자의 요구와 이해관계는 노조를 통해 대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프랑스의 조직율이 10%에 불과하면서도 교섭적용범위는 95%에 달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조직률과 교섭적용비율이 거의 같은 수준인 것은 "우리의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와 관심을 기업 수준에서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속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유럽이 기업별 울타리를 넘어 산업별 혹은 업종별로 노조가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우리는 기업 단위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어 교섭 결과가 산업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돈문 "정파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 존재하는 '정파의 폐해'를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파는 노동자를 의식화하고, 활동가를 양성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잉 정치화와 정도를 넘어서는 대립과 갈등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축적된 성과와 역량을 삼켜버리는 '블랙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념적 차별성이 적거나 상대적으로 무의미한 상황에서 투쟁-교섭의 선택과 결합 방식은 단순한 전술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정파조직의 차별화의 핵심이 됐다"며 올해 초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둘러싼 민노총의 극심한 혼돈 속에 벌어진 소모적인 정파간 논쟁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정파조직의 과잉정치화는 상당한 폐해를 가져오며 민주노조운동의 생존에 대한 최대 제약요건으로 등장했다"며 "최소한의 내부 민주주의의 규칙을 실천하고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춘 "노동운동,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의제를 주도해야"**

한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익집단으로서가 아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사회적 의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노조운동이 노동운동 혹은 사회운동적 성격을 상실해 가면서 이익집단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노동운동이 정치적 전망과 사회운동적 목표와 지향을 슬며시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1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노동자에게 '임금인상' 중심의 투쟁은 의미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민주노조운동은 사회·경제 개혁운동, 복지운동, 지역운동 등의 영역에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기업의 울타리에 갇혀 '임금인상'에 머무르는 제한적 투쟁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삶에 직결되는 의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인 셈이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위기 진단과 해법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미 나와 있었다. 조돈문 교수는 "민주노총 내에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김상곤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조돈문, 신광영, 김동춘, 노중기(학계, 발제자)와 조건준, 이주호, 이성우, 최동식(민주노총 산하 연맹 간부, 토론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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