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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연대회의, 비정규직 협상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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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연대회의, 비정규직 협상에 견제구

구권서 의장 "11월은 비정규투쟁의 분수령"

최근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노사 당사자간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간 협의체인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의장 구권서, 이하 전비연)가 11일 비정규법안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전비연'은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 노조들이 모여 지난달 공식 출범한 기구로서 노동계에서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조직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이 비정규직 노사 당사자간 협상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비정규 보호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안일하고 무책임한 인식에서 나온 절망적인 법안"이라며 정부안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거짓 수사 속에 정부안을 추진해 왔다"며 "간혹 시혜를 베풀 듯이 몇몇 조항을 추가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장 발표는 전날 재개된 비정규직 협상에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법안을 처리한다는 노사 당사자간의 합의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협상을 마친 뒤 "'타협, 양보, 결단' 등의 표현이 많이 나왔다. 협상 전망이 낙관적이다"라는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 위원장의 발언에서 드러난 협상장 분위기에 대한 견제용인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노동계가 최근 잇따라 터진 비리 사건으로 혼란 속에 조직력 누수현상을 보이면서 비정규직 협상에도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전비연이 다시 한번 '원칙적'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구권서 전비연 의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전비연이 견제구를 노동계 협상 대표에게 던진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그러나 총파업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비연은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등 비정규직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비연은 지난 10일 국회 앞 천막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을 시작으로 14~18일 전국 순회 투쟁, 23일 '비정규법 개악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선다고 투쟁 일정을 공개했다.

구권서 의장은 "11월은 비정규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부 법안 통과를 결사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 시작>
***현장에서 만난 사람, 박기용씨**

전비연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한 중소업체에서 일했던 한 박기용(47) 씨를 만났다.

그는 충북 영동에 위치한 '엔텍(NTEC)'(주방가구 전문업체 '에넥스'의 자회사)이라는 가스렌지 후드(환풍기)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다. 그가 서울에 온 지는 한 달 남짓 된다고 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달 서울 반포동에 있는 '엔텍' 본사를 점거 중이라고 했다. 그가 전한 '점거 이유'는 하청노동자의 일반적 모습 그 이상이 아니었다.

'엔텍'에는 생산직 약 70명(노조원 35명)이 있다. 이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64만원. 근속년수 14년차 여성노동자의 기본급은 정확히 64만2840원이라고 박 씨는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600억 원을 훌쩍 넘긴 회사는 넘쳐나는 물량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잔업·특근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데, 각종 수당을 합치면 월 100만 원 정도만 받는다고 했다.

저임금 보다 힘들었던 것은 중간관리자의 폭언이라고 한다. 박기용 씨는 "반말은 그나마 다행이다. 툭하면 '쌍시옷'이다"라고 말했다. "전문대 갓 졸업해 들어온 아이들이 관리자라고 부모뻘 되는 사람한데 폭언을 하는데 누가 참을 수 있겠나"라고 그는 덧붙였다. 관리자들의 폭언은 '윗 사람'들이 끊임없이 관리자들을 채근하기 때문이란다.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해야 하기 위해서다.

엔텍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곧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사측에 '교섭'을 요청했다. 박씨는 "사장은 교섭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하루만에 뒤바꾸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측은 교섭에 관한 모든 권한을 경총에 넘기고 지금껏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 사측은 지난 5월 '부분직장폐쇄'를 결정했다.

박씨는 "조합원들만 정문 출입을 막았다. 젊은 관리자들이 떡 버티고 있으니 35명에 불과한 조합원들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공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고 말했다. '부분직장폐쇄'는 일반적 '직장폐쇄'와 달리 특정 생산 라인이나, 특정 직원에 한정해 실시하는 '사용자 대항권'의 일종이다.

일터와 교섭 창구를 뺏긴 엔텍 노조원들은 결국 서울 본사로 올라왔다. 박씨는 "매일 아침 점거농성장에 들어오려는 본사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진다"며 "이곳 집회에 4명만 온 것도 농성장을 지키기 위한 인력이 필요해서"라고 말했다.

5월 이후 월급을 받지 못한 이들의 가정상황은 어떨까? 박 씨는 '집안 형편은 어떻냐'고 묻자, "묻지도 말라"며 "적금·보험 다 해지한 것은 물론이고, 공과금만 수십만 원 밀려 있다"고 말했다.

엔텍 노조의 요구사항은 아주 단순했다.△성실 교섭과 △노조 인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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