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민노, '거품 인기'에서 벗어나 '새 판'을 짜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민노, '거품 인기'에서 벗어나 '새 판'을 짜라"

'위기'의 민노당…노회찬 "재선거 패배 오히려 잘됐다"

"위기의 민주노동당, 무엇을 할 것인가."

재선거 참패, 지도부 총사퇴 등으로 뒤숭숭한 민주노동당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가까스로 몸을 추스른 뒤 첫삽을 뜬 토론회의 주제는 여전히 "위기"가 화두였다.

1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제기된 당 내외 인사들의 날선 비판에는 민노당의 위기를 뛰어넘는 전체 진보 진영에 대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위기는 어디서 왔는가?**

토론 발제를 맡은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지난해 총선 이후 최근까지 민노당 지지율 변화 추이 분석을 통해 위기의 정체를 짚었다. 홍 소장이 인용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노당은 17대 총선 직후 17.9%라는 높은 지지율이 최근에는 7.8%로 폭락했다.

홍 소장은 지지도 하락의 가장 직접적 영향을 준 원인으로 "노동계 비리 문제"를 지목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응답자 중 다수가 △노조간부의 부패와 도덕성 문제 △국민정서와 어긋나는 노동계 투쟁 △지나친 급진적 주장을 민노당 지지도 하락 이유로 들었다.

노동계 사건과 민노당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다시 확인됐다. 예컨대 지난해 8월 귀족노조 논란을 일으켰던 LG칼텍스노조의 파업과 올해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 최근 강승규 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이 터진 직후 민노당 지지율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소장은 이를 근거로 "지지율 하락의 1차 요인은 당내 용인보다 당외 요인인 노동계의 사태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홍 소장은 또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지지율이 연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한 근거는 한길리서치가 민노당의 핵심 지지층인 30대 대졸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심층 면접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민노당 지지도 하락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실정'을 꼽은 것.

요컨대 일반 국민들은 민노당과 우리당, 노 대통령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범 진보·개혁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게 홍 소장의 지적이다.

홍 소장은 이에 따라 "민노당이 스스로 노동계와는 다른 정당 조직이라거나, 열린우리당이나 노 대통령과는 완전 다른 노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심각한 맹점"이라고 주장했다.

홍형식 소장은 결국 민노당 지지도 하락 이유와 관련해 △노동계라는 외부 요인과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 부각 실패에서 찾았다.

***"노동계 사고 없었더라도 지지율은 떨어졌을 것"**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그렇다면 민노당은 노동계가 사고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만 해야 되냐"며 "과도하게 외적인 요인을 강조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노 의원은 "현 정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에게 뒤집어 씌운다거나 양극화의 책임을 한 줌도 안되는 정규직에게 전가하는 등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폈다"며 "문제는 이러한 공세에 민노당이 적절한 방어논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서 당과 노동계가 함께 덤터기를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지지도 하락 원인을 외적 요인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

노회찬 의원은 "노동계 비리 사건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지지율 하락은 계속 진행됐을 것"이라며 "올해 초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누구도 긴장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 문제"라고 자아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재선거 패배를 보면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거에 패배하지 않았더라면, 당은 가랑비에 옷젖듯이 추락하는 지지도를 인식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파정당이면 좌파정당답게 행동해라"**

이대근 경향신문 국제부장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이 부장은 "재선거 참패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며 "그동안 위기가 왔음에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진정한 위기"라고 말했다. "진보 혹은 좌파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의심케한 당의 활동에 위기의 원인이 있다"는 것.

한 예로 이 부장은 민노당의 독도 파병 주장을 거론하며 "어느 좌파정당이 민족적 감정이 대립하는 문제에 당의 주요 슬로건을 내세우냐. 그건 극우 파시스트 정당이나 하는 것"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민노당 스스로 내세운 노선이나 색깔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의 위기는 노선, 정책, 조직 모든 면에서 심각한 철학 부재에서 왔다"며 "위기를 벗어나려면 거품인기에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노선과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고 경고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진보정당의 지지세력들은 양극화로 삶 자체가 벼랑끝에 내몰려 있다"며 "그들은 죽을 판에 무슨 국가보안법 폐지고, 강정구고, 천정배냐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며 추상적인 이데올로기 논란에 매몰된 활동방식을 짚었다. "민주개혁과 신자유주의 개혁간의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손 교수는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에 회의를 느낀 계층이 민노당이 아닌 한나라당 지지로 선회하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민노당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선 노회찬 의원도 "서민들의 마음을 되찾는 일에 당이 실패한다면 어떤 다른 개혁도 당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노 의원은 "당은 지금까지 파병반대부터 국보법 폐지까지 진보진영의 모든 의제에 대해 힘을 실었다. 하지만 시작만 있었지 제대로 마무리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5~6월 부동산 문제로 민심은 민란 직전까지 갔었다"며 "이럴 때 도대체 당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당은 아직 게릴라전을 해야 하는데 진지전을 하고 있다"며 "이는 당 내부 정치적 이견을 봉합하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