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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구제와 콘크리트 지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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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구제와 콘크리트 지지층

[기고] 한나라당 '방송법 날치기 미수 사건'의 배경

'무법천지'라는 말이 있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막무가내로 통과시켜려다 미수에 그친 이윤성 국회 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에 더 없이 어울리는 표현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비대신문들은 방송법이 통과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그건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투표종결을 선언한 후 재투표가 허용되거나 대리투표가 허용된다는 말은 법전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이윤성 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이고 방송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조중동 등의 비대신문들의 이익을 자신들의 이익과 동일시한 나머지 방송법 개정에 올인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명색이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치고 불법을 합법이라고 강변하는 것을 수긍할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법 개정안 통과 미수라는 대형사고를 친 후 이윤성 국회 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태도다. 이들은 마치 공익을 위해 대단한 거사라도 치른 양 당당하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이 부의장이 국회 폭력사태를 개탄하는가 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뻔뻔함도 이쯤되면 국가대표급이다. 일종의 공리(公理)라 할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대리투표 금지 원칙'을 거침 없이 어기고도 만고에 떳떳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최소한의 상식이나 양식을 요구하는 것이 참으로 부질없이 여겨진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뇌세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대체 왜 저리도 후안무치하고 국민들을 업신 여기는 것일까? 아마도 국민들을 두려워하거나 반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어김없이 자신들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30~35%가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확히 알고 있다. 지역구 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소선거구제 아래서 많은 수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큼 큰 강점도 별로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들이 국민들의 심판을 겁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파렴치함이 체화된데다 반성할 능력을 잃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까운 시간 내에 자신들이 저지른 폭거를 뉘우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각성한 국민들의 조직된 힘에 의해서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참회와 반성이 한나라당 내에서 나올 수 없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미수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뻔뻔함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뻔뻔함은 비난받고 응징되어 마침내 퇴치되어야 한다. 뻔뻔함이 무언지를 제대로 보여준 한나라당의 버릇을 고칠 수 있는 건 국민들 밖에 없다. 각성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부끄러움이 무언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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