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사이더>의 한 장면. |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인사이더>에도 같은 상황이 나온다. 알 파치노는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다. 그는 담배회사의 중역인 러셀 크로우를 만난다. 러셀 크로우는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언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담배 회사들은 그에게 재갈을 물리려 든다. 한 술 더 떠서 CBS조차 알 파치노의 보도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한다. 알 파치노는 배수진을 친다. <뉴욕타임즈>의 동료 기자를 만나서 러셀 크로우의 증언 내용은 물론이고 CBS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까지 고스란히 일러바친다. <뉴욕타임즈>는 모든 걸 보도한다. 끝내 CBS도 러셀 크로우의 증언을 방송한다. 워터게이트처럼 <인사이더>의 특종도 CBS나 <뉴욕타임즈>만의 진실이 아니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신뢰했던 언론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였다.
미디어법이 통과됐다. 지금까진 여론 쟁탈전에서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은 체급이 다른 권투 선수들이었다. 모두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각자 다른 링 위에 있었다. 이제부턴 다르다. 같은 링 위에서 여론을 놓고 쟁투하게 됐다. 이미 충분히 치열한데 이제부턴 죽기살기다. 경쟁은 좋다.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경쟁에선 최후의 승자만이 살아남게 돼 있다. 결국 신문과 방송을 모두 지배하는 절대적인 미디어 그룹이 생겨날 거란 얘기다. 신문과 방송이 하나의 회사인 언론 환경에선 워터게이트나 <인사이더>는 불가능하다. 계열사 신문의 특종을 같은 계열사 방송이 지지해봤자 뉴스의 소비자들이 곧이들을 리가 없다. 계열사 방송의 비리를 같은 계열사의 신문이 폭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논조의 언론들이 경쟁하지 못한다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들릴 수가 없다. 어차피 미디어법은 통과될 일이었다.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다. 이제부턴 미디어법이 바꿔놓을 세상만사를 주시할 일이다. 정말 그렇게 되고 말 것인가. 월터 크롱카이트는 늘 이렇게 뉴스를 끝맺곤 했다. "And that's the way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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