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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제안하는 '화끈 스킨십'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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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제안하는 '화끈 스킨십' 비법

[김종배의 it] 지금 대통령이 가야할 곳은 바로 '용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소통법은 스킨십입니다.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에 가서 어묵과 뻥튀기를 사먹고, 서울 관악구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안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의미 없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민 이미지 연출용 쇼'라고 비판하지만 서민 보기를 소 닭 보듯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스킨십 덕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의미 없다고 말해봤자 먹혀들 것 같지도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렵니다. 기왕 내디딘 걸음이라면 생산성에 좀 더 신경 쓰라고 충언하렵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시대 임금님의 미행과 같은 행보를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곤룡포 대신 미복 차림으로 저잣거리에 나가 민생을 살필 이유가 없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조선시대엔 신문도 TV도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임금님은 구중궁궐 속에서 권신들에 둘러싸인 채 국정을 돌봤습니다. 그래서 실제 현실과 보고된 현실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미행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신문 TV 인터넷, 무엇을 통하든 피폐해지는 민생과 들끓는 민성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 봐도 다 압니다. 이미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가난한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쓰레기를 줍고, 일용노동자로 일하면서 대학을 졸업했(으며)…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삶을 살아(온)"(16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람입니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이명박 대통령이 굳이 산 넘고 물 건널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의 '하나어린이집'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바로 이 점 때문에 말하는 겁니다. 스킨십을 계속 할 요량이라면 '쇼'라는 비판, '감질 난다'는 불만이 쏙 들어가게, 화끈하게 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살피는 스킨십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스킨십을 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에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용산'에 찾아갈 것을 권고합니다. 가서 화끈하게 스킨십 할 것을 제안합니다.

사흘 후면 반 년이 됩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여섯 달이 됩니다.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유족들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앞세워 청와대나 서울광장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장면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헤아려야 합니다. 응어리를 넘어 돌덩이가 돼 버린 유족의 한을 헤아려야 하고, 응어리가 돌덩이가 될 때까지 무관심과 무응답으로 일관한 당국의 처사를 되살펴야 합니다.

가서 듣기 바랍니다. 검찰 수사가 끝났는데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지 경청하기 바랍니다. 가서 헤아리기 바랍니다. 91%의 세입자가 이주를 했는데도 나머지 9%의 세입자가 버텨야 했던 사정을 살피기 바랍니다. 가서 어루만지기 바랍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이주대책과 보상책을 조금이라도 반영할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기 바랍니다.

검찰이 이미 '불법'으로 규정한 마당에 무슨 진상 규명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91%의 세입자가 이주한 마당에 어떻게 '일부 극소수' 세입자에게만 지원책을 강구하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청와대가 할 일과 서울시·용산구청이 할 일이 따로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럴지 모릅니다. 그게 법 현실이고 행정 현실일지 모릅니다. 그런 현실 장벽 때문에 대통령이 가봤자 생색을 낼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권고하는 겁니다. 반드시 '용산'을 가보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소통은 아무 데나 가서 아무 규정력 없는 덕담을 하는 게 아닙니다. 소통 '전후'가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한 뒤에 여러 지역 영세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못 살겠다고 철시한 현상이, 이명박 대통령이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에 관한 덕담을 쏟아내기 직전에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회 교육위원들이 경기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현상이 증명합니다.

'용산'은 표본입니다. 소통은 규정력 없는 덕담을 나누는 게 아니라 막힌 언로를 뚫는 것이라는 사실을, 난제의 장벽에 구멍을 뚫는 것이라는 사실을,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모색하기 위해 머리 맞대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다른 것은 일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가능한 것만 말하겠습니다. '용산'에 가서 밝히기 바랍니다. 유족측이 요구하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수사기록 공개라도 약속하기 바랍니다. 검찰이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거부하는 수사기록 3천여쪽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 바랍니다. 수사가 종료된 사안이니까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수사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어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공개된 수사기록을 토대로 법원이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면 그 판결에 맞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하기 바랍니다.

이게 그나마 진짜 소통에 가까운 것 아닐까요? 이렇게 얼어붙은 가슴에 미지근한 입김이라도 불어넣는 게 스킨십 아닐까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서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돌보라는 소명"을 조금이라도 수행하는 것 아닐까요?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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