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던트 검사한테도 강철중의 선의가 있었다. 법은 선하고 선한 건 옳다. 그게 배트맨조차 부러워한 검사 하비 던트의 공명정대한 세계다. 스스로 선의 편에 선 그는 배트맨처럼 내파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정작 그의 발목을 잡는 건 악이 아니다. 범죄자한테 돈을 먹은 동료 검사들과 경찰들이다. 선의 탈을 쓴 악이다. 악인지 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행위들이다. 하비 던트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채 타락한다. 그게 법의 한계다. 애초에 법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매사를 법적인 정의로만 구분하는 검사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하비 던트는 미친 투페이스로 변해 버린다.
▲ <다크나이트>의 하비덴트(애런 에커트)와 <공공의적 2>의 강철중(설경구). |
법의 도구로서 모든 검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모든 선악을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언제나 정의로울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살면서 항상 선이거나 정의일 수 있는 존재도 없다. 검사는 그래야 한다.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한다. 법의 이름으로 타인에게 선악과 정의를 강요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선악인지 확신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공공의 적2>의 강철중이나 김신일은 낭만 검사들이다. 소신을 세울 수 있고 정의를 추구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원래 <공공의 적> 시리즈는 아주 아주 나쁜 놈을 공공의 적으로 내세운다. 덕분에 주인공도 관객도 윤리적 고뇌에 빠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크 나이트>에 더 가깝다. 법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갈수도 있고 어느 재벌의 거대한 탈법 행위를 눈 감아줄 수도 있다. 법은 강자한텐 약하고 약자한텐 강하며 이기적이고 자기 방어적이다. 검사동일체 안에서 검사 개인의 양심이나 사회적 선의를 논하는 건 사치다. 차라리 하비 던트의 선택이 나을 수도 있다. 동전을 던지는 거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드러난 재산이나 인맥 관계나 지휘했던 수사 결과만 보면 후보자는 투페이스에 가까운 검사다. 옳고 그름이나 정의보단 그 때 그 때의 정세적 판단에 따랐다. 그는 지난해 용산 참사 수사를 지휘했었다. 새로운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문성우 전 대검차장처럼 1993년 형 소나타를 모든 검사도 있다.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처럼 명절에 들어온 선물은 집 밖으로 내던졌다는 검사도 있다. 청렴하다고 정의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원룸에서 라면을 나눠 먹던 김신일 검사와 강철중 검사가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낭만을 기대하는 건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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