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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쟁점 사안 잠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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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EU FTA 쟁점 사안 잠정 합의

13일 한-스웨덴 정상회담 직후 발표 가능성

한국-EU FTA 협상 타결이 임박한 분위기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13일 EU 의장국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한-스웨덴 정상회담 직후 한-EU FTA 관련 사항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협상 타결이 곧 한-EU FTA 발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서명과 정식서명 절차를 거친 뒤 국회 비준까지 이뤄져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EU FTA에 대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가공수출업체들은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반면, 농축산업 분야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높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농축산업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지금도 EU는 공동예산의 절반이 넘는 484억6200만 유로를 공동농업정책에 투자한다.

따라서 한-EU FTA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은 과거 체결한 한-칠레 FTA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 한국 정부가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EU FTA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관세 환급 허용 잠정 합의

12일 외통부에 따르면, 한국과 EU 양 측은 막판 쟁점 사안인 관세 환급과 원산지 규정에 대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외통부에 따르면, 관세 환급 문제의 경우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역외산 원자재 조달에 중대한 변화가 있으면 환급 관세율 상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서 관세 환급은 잘못 낸 관세를 환급해 준다는 뜻이 아니다.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수입관세를 돌려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원자재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만든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해당 원자재에 대한 수입관세를 수출업체에 돌려주는 것. 지난 1974년 제정된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에 기반을 둔 제도다. 한국 대기업은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 업체에 혜택을 주는 제도다.

관세 환급 허용에 대해 EU 측은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멕시코와 칠레 등과 앞서 체결한 FTA에서 관세 환급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 수출용 원자재를 한국에 판매한 제3국에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라는 점도 EU 측 반대 논거였다.

하지만, 외통부에 따르면 EU 측이 한국과의 FTA에서는 관세 환급 제도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역내에 수입되는 한국산(産) 제품에 외국산 부품 사용이 '두드러지게 증가할 경우' 환급 관세율 상한을 설정해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두드러지게 증가할 경우'에 대한 해석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원산지 규정에 대해서도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는 역외산 부품을 45%까지 사용해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자동차 부품 및 기타 자동차는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기대감

외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은 양측 모두 1500㏄ 초과 중·대형차는 3년 이내, 1500㏄ 이하 소형차는 5년 이내에 현행 관세를 모두 철폐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한국산 가전제품 관세도 최장 5년 내 모두 철폐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기대를 걸고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현행 와인 수입관세(15%)는 협정 발효 즉시 없어진다. 스카치 위스키 관세(20%)는 3년 내에 철폐된다. 치즈 관세(36%)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냉동 삼겹살 관세(25%)는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국내 농·축산업 치명타 예상

이런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과 농축산업계의 엇갈린 반응이 쉽게 이해된다. 예컨대 EU산 돼지고기는 최근 3년간 연평균 4억698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EU로부터 수입하는 농산물 중 1위(25.8%)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냉동 삼겹살이 70%를 차지했다. EU산 냉동 삼겹살이 국산보다 15%가량 싸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냉동 삼겹살 관세까지 철폐되면, 한국 양돈 농가가 입을 피해는 분명하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농업ㆍ농촌 경제동향> 2009년 봄호에 기고한 '한ㆍEU FTA와 농업' 보고서에서 "육류와 낙농품 등 축산물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FTA 체결 이전에도 EU로부터 돼지고기 수입량이 많았기 때문에 FTA로 관세가 인하되면 추가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3개 언어 쓰는 EU…최종 발효까지 관문 많아

하지만, 협상 타결에서 최종 발효까지 거쳐야 할 관문은 많다. 타결 직후, 양 측은 가서명과 정식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EU FTA의 경우, 양 측 협상 수석대표나 통상장관이 가서명하기 전에 영문으로 된 협정문을 교정하고 검토하는 작업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서명이 끝나면 영문본을 해당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정식서명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정식서명 준비가 끝나지만 EU는 절차가 더 복잡하다. EU는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로 이뤄져 있어 영문본을 이들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정식서명 뒤에는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심사과정을 거친 뒤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지난달 9일 '한-EU 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대표발의 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특위는 19명을 위원으로 하고 활동기한을 1년으로 할 계획이다. "한-EU FTA 협정 체결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과 업계 등 관련되는 다양한 분양의 이익이 추후 남은 협상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 협상체결에 대한 보완 또는 지원 방안을 강구한다"는 게 목적이다. 농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더불어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도 한-EU FTA 체결을 둘러싼 주요 변수다.

다음은 외통부가 발표한 한-EU FTA 잠정 합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분야잠정 타결 내용
상품양허한국(관세율)EU
공산품 일부 민감 품목 7년내 관
세 철폐
-즉시: 자동차부품(8), 칼라TV
(8) 냉장고(8), 선박(5), 타이어
(8)
-3년: 중.대형 승용차(8), 무선
통신 기기부품(8), 의약품
(6.5%), 화장품(8)
-5년: 소형 승용차(8), 기초화장
품(8), 합성고무(8)
-7년: 건설중장비(8), 순모직물
(13)
공산품 전 품목 5년내 관세 철

-즉시: 자동차부품(4.5), 무선
통신 기기부품(2~5), 평판디스
플레이어(3.7), 냉장고(1.9)
-3년: 중.대형 승용차(10), 타
이어(2.5~4.5), 합성수지
(6.5), 전자레인지(5)
-5년: 소형 승용차(10), 칼라
TV(14), 순모직물(8)
7년: 미사용
서비스-일부 통신서비스(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서비스) 및 환경서비
스(생활하수 처리서비스)는 한.미 FTA보다 추가된 수준 개방
단, 유예기간(환경: 5년, 통신: 2년)을 부여하고 생활하수처리
서비스 분야는 지자체.공기업 독점과 같은 포괄적 규제 권한 유
보.
-법률서비스의 경우 외국법자문사의 home title(자국 명칭) 사용
지리적 표시-지리적표시(농식품 및 포도주.증류주) 품목을 협정 부속서에 기
재해 상호 보호하기로 합의
관세 환급-현행 관세환급 제도를 계속 유지하되, 협정 발효 5년 후
부터 역외산 원자재 조달방식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해 환급하는 관세율에 대한 상한을 설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
원산지 기준-자동차의 경우 완성차에 대한 원산지기준은 역외산 부
품사용 비율 상한을 45%로 합의
- 자동차 부품 및 기타 자동차의 경우, 보다 완화된 역외
산 부품사용비율 50% 또는 세번 변경기준(CTH)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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