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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개통된 경의선, 안심하고 탈 수 있을까?"

[기고] 10년 경력 기관사, 경의선을 타다

지난 1일 경의선 복선전철이 개통됐다. 착공 9년 7개월 만에 개통된 것. 경의선 개통으로 수도권 서북부의 도심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그런데 경의선 개통식이 있던 1일 철도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시설 하자, 안전 대책 미흡 등을 이유로 경의선 조기 개통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신역에서 농성을 벌이다 전원 연행됐다.

이미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인 경의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10여 년 경력의 전동차 기관사 지영근 철도노조 복수노조 대책팀장이 지난 8일 경의선을 직접 타고 관찰한 각종 문제점을 글로 보내왔다.

2009년 7월 8일 13시 xx분.

경의선 문산행 전동차가 능곡역을 출발했다. 객실의 행선지 안내 표지가 이제야 능곡역에 도착한 것으로 안내한다. 기관사가 제어판을 차장 모드로 설정하고 지점 조정을 했으나 수정되지 않았다. 한 발 늦은 안내 표지는 종착역인 문산역을 돌아 성산역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조치를 의뢰하고자 무전으로 사령을 불렀으나 묵묵부답이다. 역장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조치를 부탁하자, 인원이 부족한 검수에서 "기관사가 처리할 문제"라고 한단다. "안 되면 안내 방송을 아예 끄고 수동으로 방송하며 운행"하란다.

▲ 지난 1일 경의선 복선전철이 개통됐다. 착공 9년 7개월만이다.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기동 검수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운행 중인 열차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빠른 조치를 위해 중간 역에 배치하는 검수원이 없다는 얘기다. 차장 업무 교육을 두 시간밖에 받지 않은 기관사들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착잡했다. 옛날 트럭 운전사들이 운행하다 차량이 고장 나면 차를 세워놓고 직접 고쳐가며 운행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운정역에서 홈을 보기 위해 운전실 문을 열고 닫으려니 잘 닫히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서 '쾅'소리가 나게 당겼더니 그제야 닫힌다. 대부분의 운전실 출입문이 다 그렇단다.

네 조각의 화면으로 나눠진 무선 영상 장치는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었다. 흐릿해서 사물의 구분이 잘 안 간다. 손으로 터치해서 확대를 하자 그나마 낫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뿐 원위치로 돌아가질 않는다. 이렇게 확대 화면이 원 화면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은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있었다.

플랫폼에 진입하고 출발할 때 켜지는 영상 장치와 홈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으려니 눈이 아프다. 금촌역에서는 출발하면서 영상 장치를 보고 있다가 홈 끝에서 선로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작업 인부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차내 무선 영상 장치보다는 잘 보이는 홈 CCTV도 밝은 곳에서만 그럴 뿐, 그늘이 져 있는 곳에서는 거무스름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개통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역사 공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역사 지붕 곳곳에 전선과 PVC 파이프가 늘어져 있고, 홈에 조명 공사를 하다 만 듯 사다리가 놓여있다, 홈 플레이트를 깔고, 안전 울타리를 설치한다. 공사 자재와 쓰레기도 한 공간씩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가 외부와 분리가 안 된 곳도 있다. 일반인이 아무 곳에서나 역사나 홈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열차가 운행될 수 있게만 공사를 해서 여객 통로는 그런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역사 밖으로 나가면 승객들이 역으로 진입하는 통로 대부분이 공사 중이다.

성산역은 문산 방향 열차의 승차 홈이 2번과 4번 두 개나 돼서 헷갈렸다. 노인들은 허둥대기 일쑤라고 한다. 장애인들이 역에 접근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역사를 짓기 전에 설치한 간이홈 철거 작업이 열차 운행 중에도 아슬아슬하게 진행 중이다. 차량이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는 건널목도 개통전 탑승할 때와 마찬가지로 위협적이다. 상행 금릉역에 진입할 때는 곡선이 심해서 홈이 보이지 않아 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현장 순회를 위해 중간역에서 운전실에 오른 시설 직원이 "앞으로 한참 동안은 보수하고 보완하고, 또다시 수정하고, 재공사하고 해야 할 것"이라며 불완전한 공사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어제는 경의선을 하루 종일 불통시킨 아파트 공사장 크레인 전복 사고 때문에 경의선 선로 주변 아파트 공사장과 하천 정비 공사 등을 샅샅이 조사해 갔다"며 "철도시설공단에서 직접 조사해야 하는데 공사 직원이 조사해서 보고했다"고 말했다.

개통된 지 며칠 사이에 경의선 기관사들로부터 많은 사고 및 고장 사례를 들었다. 홈에서 출입문 취급을 하지 않고 통과한 사고에서부터 방송 장치 고장, 출입문 고장, 열차 퇴행, 폐쇄회로(CCTV) 및 무선 영상 장치 고장, 행선 표시 오류 등 일어날 수 있는 고장 및 사고의 집합소라 할 만했다.

이는 사실 분당선과 중앙선에서 1인 승무를 도입할 때 벌어졌던 일들이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와 공사에서 조기 개통을 강행한 잘못이 있기에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뿐이다. 게다가 그들은 1인 승무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차장 승무를 생략한 중앙선의 경우 심지어 차량이 뒤로 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규정대로라면 전동차 운행을 관리하고 지시하는 사령의 승인을 받고 뒤 열차 맨 뒤의 운전실로 가서 퇴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령의 허락도 없이 기관사가 열차 맨 앞 운전실에서 그냥 퇴행을 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사고의 위험과 직결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관사가 모조리 뒤집어 써야 한다.

경의선 답사를 마친 다음날 서울에도 장대비가 내렸다. 예상대로 경의선 전 역사에서 물난리가 났다. 역사의 홈 지붕은 불량 우산처럼 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월롱역은 엘리베이터 운행 공간에서 비가 새 운행을 중단했고, 능곡역 에스컬레이터는 빗물로 폭포수를 이뤘다.

또 금촌역 선로 변에는 배수로가 없어 물이 그대로 선로 노반으로 흘러내렸고, 선로 유출을 막기 위해 선로 부근을 비닐로 덮어 놓은 곳도 허다했다. 화전역은 시민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비가 새 시민들이 종종걸음으로 다녀야 했다. 아직도 역사를 완공하지 못해 간이건물을 사용 중인 운정역에 이르기까지 9일 하루 동안의 비는 경의선 공사가 얼마나 부실이었는지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운행 중인 전동차도 불량이긴 마찬가지여서 운전실로 빗물이 스며들어와 객실 바닥까지 흥건하게 적셨다.

다행히 비는 하루 만에 그쳤다. 그러나 아직도 공사 중이고 또 공사 기간을 6개월이나 앞당겨 부실시공의 우려까지 안고 있는 경의선의 안전 문제도 하루 만에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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