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는 에로스를 주제로 한 만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베드씬들이 편마다 한 장면씩 들어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로스'라는 주제와 '베드씬'을 제외하고는 편마다 소재도 다르고 감독들 간 개성도 또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그러나 완성도나 이야기의 공감도의 차이도 편차가 큰 편이다.
<룩 앳 미> 이후 5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레인>이나 톰 칼린 감독의 <새비지 그레이스>의 개봉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타인의 취향>과 <룩 앳 미>로 국내에서도 열정적인 지지층을 획득하고 있는 배우 출신 아녜스 자우이 감독은 이번에도 남편과 함께 나란히 주연을 맡아 좌충우돌하면서도 따뜻하고 지적인 코미디 감각을 다시 한번 뽐낸다.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새비지 그레이스>는 거부 가문이던 베이클랜드 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극화한 영화. 스캔들 자체는 굉장히 선정적이었으나 이를 화면에 담은 톰 칼린의 연출은 놀랍도록 우아하다. 주연을 맡은 줄리앤 무어와 에디 메인의 연기도 영화를 빛내주며, 스티브 딜레인, 휴 댄시, 엘레나 아나야 등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흥미롭다. 뤽 베송 감독의 <아더와 미니모이 : 비밀원정대의 출정>은 뤽 베송의 야심이 잘 묻어나는 온가족용 판타지다.
▲ 오감도 |
감독 변혁, 허진호, 유영석, 민규동, 오기환
주연 장혁, 김강우, 배종옥, 엄정화, 김동욱
'에로스'를 주제로 다섯 명의 감독이 만든 다섯 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변혁 감독의 <his concern>편에서는 KTX에서 스치면서 호감을 가진 두 남녀가 다시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장혁과 차현정 주연. 허진호 감독의 <나 여기 있어요>편은 불치병으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아내와 그녀에게 헌신적인 남편간 마지막 시간들을 애절한 숨바꼭질을 통해 그린다. 김강우와 차수연이 주연을 맡았다. 유영식 감독의 <33번째 남자>는 괴팍한 천재감독과 관록의 여배우, 그리고 NG연발의 신인여배우 간 줄다리기를 담으면서 코미디와 호러를 오간다. 배종옥이 관록의 여배우를, 김민선이 청순하고 순진한 초짜배우에서 감독을 대놓고 유혹하는 섹시한 배우로 변신하는 신인여배우 역을, 김수로가 NG만 100번 넘게 내는 괴팍한 감독 역을 맡았다.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남편이 외도 중 죽은 뒤 남편의 애인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슬픔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끼며 혼란을 겪는 여자 역으로 엄정화가, 남편의 애인이자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남편의 애인 역으로 김효진이 출연하며, 황정민이 죽은 남편 / 유령 역으로 영화에 얼굴을 내민다. 오기환 감독의 <순간을 믿어요>는 커플 체인지에 나선 고등학생 세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동욱, 이시영, 신세경, 정의철 등 신예들이 주연을 맡았다.
▲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 |
감독 박성범
주연 남궁은숙
지리멸렬한 일상에 지친 한 여자(남궁은숙)가 어느 날 문득 죽음을 결심한다. 자살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던 그녀는 죽는 순간 발견될 자신의 시체가 어떻게 보일지 염려하며 정리를 시작한다. 8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여자가 죽기 전 하루를 뒤따라가며 자잘한 일상을 담은 영화로, 배우 단 한 사람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1인극이다. 주인공 수연 역을 맡은 남궁은숙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출연했던 배우. 감독 박성범은 2006년 <내 여자의 남자친구>를 연출한 바 있으며, 두 번째 영화인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 역시 저예산 독립영화 방식으로 제작했다.
▲ 아더와 미니모이 : 비밀원정대의 출정 |
감독 뤽 베송
주연 프레디 하이모어, 미아 패로
할머니(미아 패로우)의 집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10살 소년 아더(프레디 하이모어)는 실종된 할아버지가 비밀의 세계에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주술서를 발견한다. 1000일에 한번 열리는 마법의 문을 통과해 미니모이 왕국으로 모험을 떠난 아더는 보물을 찾아 미니모이 왕국을 차지하려는 악당 말타자르(데이빗 보위)에 대항하기 위해 미니모이 왕국의 공주 셀레니아(마돈나)와 왕자 베타(지미 펄론)와 비밀원정대를 조직한다. 한동안 제작에 전념했던 뤽 베송 감독이 <잔다르크>(1999) 이후 국내에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실사영화로 시작해 아더가 미니모이 왕국에 도착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변하는 이 영화는 뤽 베송이 직접 쓴 소설을 원작으로, 총 4권으로 출간된 소설 중 1, 2권을 영화화한 것. 이후 <말타자르의 복수>와 <두 세계의 전쟁>으로 이어질 3부작 중 첫 영화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찰리와 초컬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프레디 하이모어를 주연으로, 미아 패로우, 로버트 드니로, 마돈나, 베이빗 보위, 스눕 독 등 쟁쟁한 출연진들을 조연배우 혹은 목소리배우로 기용했다.
▲ 레인 |
감독 아녜스 자우이
주연 아녜스 자우이, 장-피에르 바크리, 자멜 드부즈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던 아가테 빌라노바(아녜스 자우이)에게 성공한 여성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중이라는 미셸(장-피에르 바크리)과 카림(자멜 드부즈)이 찾아온다. 어딘가 어설픈 두 남자와 인터뷰가 진행돼 갈수록 일은 꼬이기만 하고, 다큐멘터리도 과연 완성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급기야 아가테는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애인이던 앙투완에게서 이별을 통보받고, 미셸은 오랜만에 만난 아들에게 외면을 당하며, 카림은 유부남이면서 호텔 직원 오렐라와 사랑에 빠진다. 배우 출신으로 <타인의 취향>, <룩앳미> 등 유쾌하고 프랑스 코미디를 만들어온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신작. 연출은 물론 주인공 아가테 빌라노바 역으로 주연을 겸해 재능을 다시 한 번 뽐낸다. 그녀의 전작에 나란히 출연했던 아녜스 자우이의 남편이자 배우 장-피에르 바크리 역시 다큐멘터리를 찍는 두 명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출연해 아녜스 자우이와 찰떡 호흡을 과시한다.
▲ 새비지 그레이스 |
감독 톰 칼린
주연 줄리앤 무어, 에디 레드메인
베이클랜드 가에서 무뚝뚝한 아버지 브룩스(스티브 딜레인)와 히스테릭한 어머니 바바라(줄리앤 무어) 사이에서 아들 토니(에디 레드메인)가 태어난다.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은 데다 상류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바바라는 토니에게 모든 관심을 쏟고, 토니 역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해 어릴 적부터 아버지 대신 남편 역할을 하며 어머니를 보살핀다. 동성애자로 자란 토니는 생애 첫 여자친구로 블랑카를 사귀지만, 블랑카는 아버지인 브룩스와 내연의 사이가 되고 만다. 충격을 받은 바바라는 토니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토니 역시 바바라를 가까스로 지탱해주면서 정작 자신의 내면은 계속 무너져간다. 최초로 합성수지를 발명해낸 베이클랜드 가에 일어났던 실제 스캔들을 극화한 영화. 1992년 <졸도>를 만들어 뉴퀴어 시네마의 기수로 평가받았던 톰 칼린 감독이 무려 1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다. 무노동, 외도, 근친상관과 직계살인으로 이어지는 '막장' 상류사회의 어느 가정사를 우아하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내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줄리앤 무어는 언제나처럼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토니 역을 맡아 영화 전체의 화자로 극을 이끌어가는 에디 레드메인 역시 줄리앤 무어에 뒤지지 않는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 주온 : 원혼의 부활 |
감독 미야케 류타, 아사토 마리
주연 카고 아이, 미나미 아키나
<주온>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주온 - 하얀 노파>와 <주온 - 검은 소녀> 두 편이 제작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였다. <하얀 노파> 편은 어린 소녀 미라이가 목이 잘리고 그 가족들도 처참하게 살해된지 10년 후, 미라이의 단짝친구였던 아카네(미나미 아키나)가 원혼의 저주에 휩싸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검은 소녀> 편은 원인불명의 병을 앓고 있는 소녀 후키의 몸에서 담당 간호사인 유코(카고 아이)가 채 태어나지도 못한 쌍동이 자매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