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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찬 여성 '중형'…시민 죽인 경찰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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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찬 여성 '중형'…시민 죽인 경찰은 '무죄'?

[기자의 눈] '법치국가' 원한다면, 왜 이들은 가만 두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기정 부장판사)는 10일,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을 발길질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한 여성 이모(41) 씨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3월 용산 참사 추모 집회에 참여했던 이 여성은 이미 미결수로 68일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이번 사건은 당시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을 '집단 폭행' 했다며 집회 채증 자료용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 언론에 공개하면서 집회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가 잇따라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고 한탄하며 맞장구쳤다.

한바탕 소란 뒤, 이 씨는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을 폭행했을 때 적용되는 단순 공무 집행 방해가 아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으로 기소됐다. 이어 중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연합뉴스>에서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위대의 경찰관 폭행 사건에 적용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가담 정도가 약해도 법에 따라 중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를 보는 경찰관을 방해하고 또 폭행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보수 언론이 늘 강조하는 '공권력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검찰 기소와 이에 따른 판결이 과연 공정한 잣대를 적용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누가 할 소리!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법과 질서의 확립"을 내세웠다. 경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경찰이 권한을 강화하겠다며 발을 맞췄다. 1년 반 남짓 기간 동안 쏟아진 온갖 '공권력 강화 정책'은 특히 집회 현장에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권한이 강화되는만큼 책임 또한 커진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종의 '진리'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책임을 지고 공무를 수행하고 있나.

2008년 6월 1일 새벽 :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며 청와대 근처에서 시위가 계속됐고 경찰은 강경 진압에 나섰다. 당시 집회에 참가했던 여자 대학생은 경찰의 진압을 피하려 경찰버스 밑으로 숨으려 하자, 경찰은 군화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수 차례 짓밟았다. 이 사건은 한 언론의 동영상 보도를 통해 일명 '군화발 사건'으로 급속도로 알려졌다. 당시 여대생뿐만 아니라 수십~수백 명이 경찰의 구타에 부상을 입었다.

▲ 지난 해 6월,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한 여자 대학생이 경찰의 진압을 피하려 경찰버스 밑으로 숨으려 하자, 경찰은 군화발로 여대생의 머리를 수 차례 짓밟았다. 이 사건은 한 언론의 동영상 보도를 통해 일명 '군화발 사건'으로 급속도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결국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은 '군화발 사건'의 잘못만은 인정한다고 밝혔고, 해당 전경은 영장 7일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형사 처벌도 고려한다던 경찰은 이후 아무런 조치도 발표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2008년 6월 29일 새벽 : 역시 촛불 집회에 참가했던 20대 여성이 경찰의 발에 짓밟히고, 장봉으로 맞는 등 집단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 역시 언론의 동영상 보도로 인해 부각됐다. 그러나 폭행을 가했던 전경은 영창 5일의 징계를 받았을 뿐이며, 경찰은 장봉으로 때린 다른 대원은 신원 조차 파악을 못한 채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밝혔다.

또 경찰은 같은 날 강제 진압하는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진압하는 경찰 앞에 누워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던 한국YMCA 이학영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 단체 회원과 시민 100여 명을 곤봉과 방패로 구타하고, 군화발로 밟았다. 이학영 총장을 비롯해 9명이 골절상 등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찰은 "동영상을 확인했지만 야간 상황으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수사 의지만 있으면 당사자를 왜 못 찾나"

이외에도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폭력 진압 과정에서 골절상, 뇌진탕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시민이 다수였다. 특히 지난해 5~6월 두 달간 촛불 집회에서는 15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당시 피해 당사자들은 수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어청수 전 경찰청장과 경찰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수사를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종로경찰서에 배당했고, 이후 1년 남짓 지난 지금까지 경찰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사건을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서선영 변호사는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검찰에서 경찰에 수사하도록 한 뒤 아직 달라진 게 없다"며 "경찰이 고소인까지 조사한 것은 확인했지만, 피고소인인 경찰 지도부는 직접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 경찰이야말로 지휘 통솔 체계가 확실하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있으면 직접적으로 시민을 가해한 사람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며 "시위대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면서 경찰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촛불집회 시민처벌은 잽싸지만, 경찰폭력 수사는 느림보"라며 촛불 집회에서 경찰 폭력에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법 천지 국가'는 누가 만드나

법, 질서 모두 좋다. 그런데 누구나 똑같은 적용을 받아야 그것은 권위를 갖는다. 그러나 이 나라 검찰과 경찰의 그간 행태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무법 천지의 국가'인지를 드러낼 뿐이다.

2005년 여의도 농민 집회 :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농민 사망의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건 발생 약 3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기소 중지했다.

검찰은 "진압 현장을 담은 영상 자료 등을 확인했으나 두 농민을 가격한 전경이 누구인지 가려내지 못했다"며 "기소중지 처분은 가해자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내리는 것이지만,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책임자였던 경찰 간부는 승진 일로를 밟았다.

2006년 7월 경북 포항 : 파업 농성 도중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씨가 경찰의 방패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부상을 입고 숨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3년이 지났지만 그의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자체 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던 경찰로부터는 감감무소식인데다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1월 서울 용산 :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숨졌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농성을 벌였던 철거민 21명만 예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로 기소됐고, 이중 5명은 구속 기소돼 아직도 수감돼 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입은 부상과 그에 따른 후유증을 안은 채.

정말, 이런 '법치 국가', '선진 국가'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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