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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 말자. 감동과 희망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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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 말자. 감동과 희망을 노래하자"

[현장] 盧 49재 추모공연 '내 마음의 상록수'

지난 9일, 서울에는 190밀리미터의 폭우가 내렸다. 온종일 쏟아졌던 비는 저녁이 되자 가는 빗줄기로 변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지만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앞 하늘에선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노래를찾는사람들이 주축이 돼 준비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 '내 마음의 상록수'가 열렸다. 이날은 고 노 전 대통령의 49재 전날이었다. 관객은 443개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장에 들어가던 관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우린 당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연 기획을 맡은 노찾사 조성태 기획실장은 "노 대통령이 김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대통령은 '왜 위대한 사람은 패배자밖에 없는가'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린 당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출연료 없이 흔쾌히 출연한 가수들은 저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서거를 기리는 곡을 불렀다.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 길은 우리가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새야새야'를 들려줬다.

나무자전거는 친구의 죽음을 기리며 썼던 '안녕'을, 가수 권진원은 "(故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소식을 접하고 이 노래를 가슴 속 깊이 부르고 싶었다"며 '아리랑'을 불렀다.

노찾사가 '상록수', '타는 목마름으로', '광야에서'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공연의 막이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 노래로 시작한 '상록수'는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목소리로 가득 덮였다.

▲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이 주축이 되어 준비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공연 '내 마음의 상록수'가 열렸다. ⓒ정광조

이어 관객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노란 종이로 접어 만든 종이비행기를 무대로 하나둘씩 날렸다. 무대가 바뀔 때마다 무대 뒤 화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담은 자막이 흘러나왔다.

"만일에 우리 사회에서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모자라고 그래서 힘이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다면 제가 아마 정치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는 특권과 반칙으로 범위에 군림해 온 특권층의 시대가 아니라 원칙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보통사람의 시대입니다."

"결코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한 발짝도 뒤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화면을 응시하며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저마다 새겼다.

무대의 연출을 맡은 김희정 상명대 뉴미디어학과 교수는 "(공연 콘셉트는) 신나는 공연이 아니었다"며 "(고 노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기보다는 그가 가졌던 철학과 민주주의 정신을 되짚어보기 위해서 준비했고 그래서 자막과 영상을 곁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연을 준비한 이들은 상당수가 자원해서 들어왔다"며 "서로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노무현에 대해 잘 모르는 이도 있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차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자연스레 되짚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철학,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숙고하고 정치적으로 성숙해가는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동기획을 맡은 강주희 엔터디자인 실장은 "이명박 정권 밑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저항의 몸짓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고 이번 공연 역시 그런 뜻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찾사 조성태 "슬퍼하지 말고 감동과 희망을 노래하자"

- 공연을 열게 된 배경과 취지는?

기획 회의를 하면서 나왔던 첫 번째 생각은 '슬퍼하지 말고 감동과 희망을 노래하자'였다. 또 한 가지는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지 말자, 과거에 묻지 말자'였다. 그래서 참여한 게스트들에게도 너무 처지지도 않게, 너무 신나지도 않게 차분히 이끌자고 했다.

- 기존의 추모 공연보다 조용하게 진행됐다.

그런 건 확실히 의식하고 만들었던 거다. 그동안 나왔던 대중음악인들보단 차분한 곡을 부르는 음악인들을 섭외했다.

- 오늘(9일) 음악인 시국 선언을 발표했는데 이에 참여했다. 이번 추모 공연은 고 노 전 대통령만을 기리는 공연만이 아닌 것 같다.

대통령 서거, 용산 참사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양상만 달리할 뿐이지 그 뿌리는 같다. 한예종 사태를 비롯해 문화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일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이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그런 네트워크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 향후 공연이 또 예정되어 있는가?

당장은 봉하마을에 내려가 49재 기념 공연에 참석한다. 구체적인 공연 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지만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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