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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계는 정말 '여당 속의 야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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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계는 정말 '여당 속의 야당'인가

[김종배의 it] '이명박 대 박근혜'의 신기루

생뚱맞지만 다시 던지자. 이런 질문이다.

박근혜계는 정말 '여당 속의 야당'인가?

묻는 이유가 있다. 이런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 컨트롤이 되지 않고 있는 야당을 상대로 협상과 타협은 한계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제 더 이상 기다리게 되면 국민들에게 무능한 집권당으로 낙인찍히게 될 위기다. 남은 기간 동안 특단의 대국민 홍보과정을 거친 뒤 결단을 내려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한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4자회담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대화를 하는 것처럼 시간을 끌어서 기간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전통적 수법이므로 이번엔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미디어법은 당연히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해결 못하면 국민들이 집권당의 능력을 어떻게 바라보겠느냐."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1년 6개월 유예'가 당론인데 이를 '1년 유예'로 양보한다면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으로 충분치 않다."


분기와 결기가 뚝뚝 묻어나는 발언들의 주체는 이명박계가 아니다. 김무성-이경재-홍사덕-박종근 의원이다.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중진들이다.

확인된다. 차이가 없다. 이명박계가 가재라면 박근혜계는 게다. 이들이 으르렁대는 건 영토 안에서 땅따먹기 싸움을 할 때뿐이다. 영토 밖에 나가면 이들은 혈족이요 같은 편이다.
▲ ⓒ프레시안

사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박근혜계의 '허리'가 아니라 '머리'가 이미 실체를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3월 2일 한나라당 농성장에 나타나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했으니 미디어법 처리 시기는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거든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운하와 수도권 규제완화 등의 사안에 대해 박근혜계가 다른 시각을 보여왔다고 평가하지만 부질없는 소리다.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이명박 정부는 잰걸음을 놓는데 박근혜계가 태클을 걸지 않는 장면이다.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계 중진들의 '이구동성'에 대해 "정치를 오래하다 보면 서로 상황 인식이 비슷해진다"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를 오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서 정치를 오래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는 같은 정당, 같은 지지기반에서 정치를 하다 보니 같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범하다. 이 같은 진단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치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식 밖'의 진단이 무수히 쏟아졌고, 지금도 무수히 쏟아진다. 박근혜계의 선택에 따라 국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정책이 수정될 것처럼 묘사했고, 묘사한다. 이렇게 묘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주가를 띄우고 박근혜계의 색깔을 조절한다.

왜일까? 왜 이렇게 착시현상이 난무하는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행보'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침묵 끝의 짧은 한 마디'가 어차피 '동색의 초록'이라면 그 궁금증은 말초적인 흥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일반적인 분석, 즉 박근혜계의 거취에 따라 한나라당의 전열이 달라지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집행력이 좌우된다는 분석 또한 설득력이 없다. 어차피 '가재는 게 편'이라면 박근혜계의 거취가 속도를 약간 조절할지는 몰라도 방향을 트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계에게 '여당 속의 야당'이란 지위를 선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유가 없을뿐더러 폐해가 심각하기까지 하다. 박근혜계를 그렇게 묘사할수록 신기루가 퍼진다. 한나라당 안에 중심을 잡아주는 저울추가 있는 것처럼, 한나라당 안에 미련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너무 거친가? 센티미터 눈금자를 갖다대야 할 미세한 정치공학문제에 킬로미터 눈금자를 갖다대는 걸까?

그렇다고 치자. 이렇게 인정하고 일반적인 분석틀로 돌아간다고 치자.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까? 없다.

박근혜계의 중진들이 '합창'을 하는 현실이라면 MB입법 전열에 균열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 이명박계 대 박근혜계라는 구분법 또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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