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에게 로봇은 10계명을 받든 모세다. 신이 내린 행동 원칙 앞에서 인간은 자꾸만 나약해진다. 완벽하게 지킬 수 없고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간은 자기 안의 욕망과 싸우느라 인생을 허비하게 됐다. 창조주는 그렇게라도 피조물을 옭아매야 했다. 피조물이 스스로 창조주가 되려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시모프가 말하고 싶었던 건 로봇3원칙이었다기보단 로봇과 닮은 인간이었다는 얘기다. 신이 자신과 닮은 인간을 창조했듯이 인간이 창조하는 모든 이야기도 결국 다 인간에 대한 것이다.
반 세기가 지났다. 지금도 로봇 3원칙은 로봇 이야기의 소재다. <아이 로봇>처럼 원조를 흉내낸 경우도 있다. <터미네이터>처럼 로봇 3원칙이 붕괴되고 기계가 인간을 학살하는 시대를 상상할 수도 있다. 로봇에 얽힌 많은 상상이 로봇 3원칙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환장하는 사람 이야기가 모두 십계명과 연관돼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단골 소재는 살인이거나 불륜이거나 도적질이거나 남의 것들 탐하는 마음이거나다. <천사와 악마>처럼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첫 번째 계명에 얽힌 영화도 있다.
▲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도통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로봇 3원칙에 관한 교과서적인 영화에 가깝다. 프라임들은 로봇 3원칙에 충성한다. 옵티모스 프라임은 지구를 구하려고 디셉티콘 로봇들과 일전을 벌이고 인간 소년을 구하려다 죽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다. 상대 로봇을 죽이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게다가 프라임들이 콘테이너 트럭이나 시보레 카마로 같은 스포츠카다. 로봇 3원칙을 개무시하는 디셉티콘은 전투기거나 폭격기다. 문명의 이기들은 인간 편에 서지만, 무기들은 인간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아시모프가 3원칙을 지어내게 만들었던 인간이 지닌 기계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만화적인 이분법으로 반영돼 있다.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선 무뇌근육형 군인이 똑똑해지더니 갑자기 한 마디 던진다. "신이 인간을 자신의 모습을 따서 만들었다면 이들은 대체 누가 무엇을 본따서 만들었을까요?" 영화에선 외계인으로 그려졌지만 현실에서 우린 답을 알고 있다. 바로 인간이 기계와 로봇을 만들었다. 그래놓곤 창조자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바들거리고 있다. 피조물을 무서워한다는 것까지도, 인간은 신을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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