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 관련법 조율을 위한 '4자 회담'을 민주당이 수용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지연 전술"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민주당이 "4일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면 얘기가 있지 않겠느냐"며 느긋한 표정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담을 하며 시간을 끌어서 이번 임시국회를 넘기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 내 표결처리' 약속을 안 하면 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을 하게 된다면 4자회담보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함께하는 6자회담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안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이) 회의하기 전에 박병석 정책위의장에게 내가 분명히 전화로 (6월 표결처리) 조건을 얘기했는데 회의에서 '수용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렇다면 임시 국회 기간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같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오는 주말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민주당 측과 협상을 할 계획을 밝히며 "미디어법까지도 논의 의제로 삼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김정훈 수석부대표에게 말했다"고 단호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어 '제2의 추미애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직권 상정'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같은 취지의 질문에 안 원내대표는 "그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 "이제 와서 딴 소리"
이에 대해 민주당은 "먼저 제안한 사람이 이제 와서 딴 소리냐"며 황당해 했다. 다만 4일 양당 원내대표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안 원내대표의 거부 의사 표명은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양당 대표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등 전반적인 개원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이 '4자회담 수용' 등의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지연전술'로 보고 있고, 일각에서는 '시선분산' 전술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법 문제에 이슈가 집중되자 민주당이 부담을 느끼고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미디어법 얘기는 하지 않겠다"면서 미디어법과 비정규법의 분리를 강조한 안 원내대표의 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환노위 등 상임위 중심으로 이뤄지던 협상이 지도부 중심으로 넘어온 점이 눈에 띈다.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 관련법과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일괄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국회 공전이 장기화 되면 민주당도 부담스러워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 당 내에서도 비정규직법에 대해 민주당도 책임이 있는 만큼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했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 등원을 계속 늦춰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들린다. 또한 미디어법에 대해서도 협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7월 1일이 지난만큼 비정규직법 유예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6개월 준비기간(유예)'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있고, 미디어법의 경우 당의 명운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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